HW로 성공한 기업들, 서버와 스토리지 시장 외산에 다 내줘

최근 IT시장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IT시장의 최대 이슈였던 스마트폰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하며,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하드웨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던 업체들 또한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인수하며 솔루션 회사로 재탄생하고 있다.

국내 언론들 또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동안 국내 IT산업 발전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국내 대기업들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를 너무 소홀하게 여겼던 데 대해 질타했다. 한 마디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며, 앞으로는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하드웨어의 가치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삼성이나 LG 등을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키운 힘은 지금가지는 하드웨어에 있었던 게 분명하다. 애플의 모바일 플랫폼인 iOS가 스마트폰 중 최고로 뽑히는 소프트웨어이고, 그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하드웨어가 있었기 때문에 그만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애플의 아이폰에 사용된 하드웨어들은 삼성이나 LG의 제품도 존재한다. 특히, 이미 고인이 된 스티브잡스가 아이폰4를 출시하며 자랑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한 제품이라는 것은 국내 하드웨어 제조사의 기술력을 한 눈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계의 한 전문가는 "최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들 강조하는데, 하드웨어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거기다 국내 대기업들은 하드웨어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인데 지금에 와서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까? 하드웨어에서 그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기도 힘든 것이며, 되레 잘 하고 있던 하드웨어가 약해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라는 우려섞인 지적을 그냥 흘려 들을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최근 하드웨어 기술은 모든 업체들이 대동소이 할 정도로 비슷하고, 또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하드웨어만으로는 제품들만의 차별성을 만들기 어려우며,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도체 생산을 통해 대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스마트폰 플랫폼인 '바다'를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IT시장을 놓고 볼 때 소프트웨어의 중요성만을 외칠 만큼 하드웨어에 있어서 국내 업체들이 잘 하고 있을까?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으로 대변되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의 국내 업체들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스토리지 시장을 이야기 하며 거론되는 업체는 DELL, EMC, HP, IBM, 넷앱, 오라클, 히다찌, 후지쯔 등의 외산업체들 세상이다. 서버 역시 마찬가지이다. e슬림, 명인이노 등 국내 업체들이 x86서버를 생산하고 있기는 하지만 '화이트 박스' 형태로 대기업이나 공공시장보다는 중소기업에 주로 납품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만에서 들여다 조립해 공급하는 수준이다. 아울러 이들 기업들의 시장점유율도 외산기업에 비하면 아주 미미할 뿐이다. 이게 국내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현실이다.

세계적인 IT시장의 흐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흐르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좋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성능을 100%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져 갈 것이다. 하지만 너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정작 더 중요한 가치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라고 한다면 괜한 우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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