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SI 빠질 공간 채울 공동 노력 시급

지방의 K대학교 일부 교수들이 지난 몇 년간 연구보조원 인건비로 학생들에게 지급할 돈을 고스란히 자기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횡령사건이 터졌다.

한 교수는 혼자서 횡령한 돈이 50억 원이나 되고, 해당 교수들은 횡령 의혹이 터지자 그동안 빼돌렸던 돈과 통장을 돌려주면서 입막음을 시도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횡령 사건을 둘러싼 학과 내의 이상한 기류라고 한다. 즉 졸업을 앞둔 3, 4학년 선배와 1, 2학년 후배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들의 횡령에 맞서 비리를 파헤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 선배들과 괜한 짓으로 학과 이미지만 실추시켰다는 후배들의 원망의 목소리인 것이다. 후배 학생들은 애초에 피해 입은 것도 없는데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자신들의 앞날에 먹구름을 끼게 만들었느냐?라는 것이다. 교수가 횡령한 돈은 학생들을 위한 지원금이었고, 그들이 당연히 받아야할 혜택인데도 말이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은 국내 중소 IT산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다소 입장이 다르긴 하지만 선배의 마음보다는 후배들의 마음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 전략'을 마련, 적극 추진 중이다. 이 전략은 공공기관 프로젝트에 대기업SI들의 참여를 전면 제한하고, 중소 IT기업 위주로 생태계를 전면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대기업 SI들은 이에 대해 중소기업이 하면 안 된다는 문제점을 일부 언론사들을 통해 은근히 흘리는 고도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소IT 기업들은 그러나 이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로부터의 보복이 두려워 대기업들로부터의 횡포사례나 문제점 등에 대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쉬쉬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K대학교의 후배들처럼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똑같이 당하고 있는 보편적인 상황인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어 자신들에게 화살이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정부보조금을 받을 권한을 분명히 갖고 있고, 기업들 역시 참여한 프로젝트 대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침묵만으로 일관한다면 횡령교수나 대기업들처럼 학생들과 중소기업들에게 돌아갈 돈을 가로채는 일은 계속 반복될 뿐이다.

정부의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전략'은 중소IT기업 위주로 판을 전면 새로 짜는 것이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정책이기에 문제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문제점이 없다는 게 비정상적이다. 그러나 문제점은 해결할 방법을 찾아 보완하면 된다. 그 동안 국내 IT시장은 대기업 SI 위주로 형성돼 왔다. 그것은 곧 잘못됐음이 분명 드러났다. 그것을 바로 잡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모든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 왜곡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문제점만 지적할 게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마치 교수들의 비리를 바로잡으려는 한 대학교의 선배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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