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질서 파괴한 原罪는 모르쇠, 일부 언론 및 교수 앞세워 문제점만 들춰

대기업 SI들이 최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 전략에 대해 일부 언론사 및 교수들을 통해 반론 및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그 동안 대기업 SI들의 독점적 지위나 전횡의 폐해를 지적, 중소 SW 및 IT 기업들을 지원해 줘야만 한다고 목소리 높였던 일부 언론사들이 대기업 SI가 빠지고 중소SW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 프로젝트를 수행할 능력이나 경험 노하우가 없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기업SI들을 두둔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중소 SW전문기업들은 이 같은 대기업 SI들의 행태에 적극 대응하고자 회원사들의 중지를 모은 성명서나 칼럼 등을 일부 중앙 일간지와 IT 산업의 대표적인 매체인 J신문사 등에 기사화 및 게재 요청을 했지만 받아 주지 않고 있거나 일부 언론사는 광고비조로 거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사실 정부가 지난 달 27일 발표한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 전략은 수십 년 동안 대기업 위주로 형성돼 왔던 국내 IT시장을 중소기업 위주로 전면 바꿔 "SW 강국을 만들겠다"는 강력한 실천의지로 볼 수 있다.

국내 IT 시장은 일부 특정 대기업 SI들이 수십 년여 동안 주도해 왔다. 일부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그 폐해가 더 심했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중소 SW기업들에 대한 대기업 SI들의 횡포는 SW산업 발전 자체를 가로막는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였다. 대기업 SI들의 횡포는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될만큼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사례 하나만 든다면 출혈경쟁을 통해 얻은 손실 부분을 컨소시엄을 이룬 중소 SW기업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특히 계약 당시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SW기업들을 자사의 이익에 반하거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비슷한 성능을 가진 다른 SW기업들로 일방적으로 교체해 버리는 게 다반사였다.

일반적으로 중소 SW기업들이 대기업 SI에 제시하는 단가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마련한 노임단가로, 건설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당 노무자와 같은 기준인 일종의 '인두세(人頭稅) 방식', 즉 투입되는 사람 수에 노임을 곱한 액수를 납품가격으로 정했다. 한 마디로 투입 인력의 능력이나 경험 노하우 등은 따지지 않고 소프트웨어 가격을 정해 놓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인데, 여기에 대기업 SI들이 자사의 손실부분을 중소 SW기업들에게 전가한다면 자연히 중소 SW기업들의 어려움은 그만큼 더 커지게 돼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 개발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

사실 대기업 SI들은 외부 사업을 하지 않아도 계열사 위주의 내수시장만으로도 이익을 충분히 낼 수 있다. 만약 그런 이익이 없었다면 대기업 SI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까지 외부 사업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계열사 위주의 내수 시장을 외부 경쟁기업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내 것은 내 것, 남의 것도 내 것"이라는 아주 나쁜 상행위를 해 왔던 것이다.

정부는 중소 SW기업들의 성장 발전을 위해 이젠 더 이상 그런 대기업SI들에게 공공시장을 내 줄 수 없다는 게 이번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 전략의 핵심적인 요지인 것이다. 국가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높은 SW산업은 중소기업이 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는 게 정부의 시각인 것이다.

사실 이번 정부의 조치에 대해 중소 SW기업들 역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중소 SW기업들은 대기업SI들의 공공시장 진출 금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SW의 가치 인정과 제값 받기', 그리고 '합리적인 유지보수요율 적용'과 관련된 확실하고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길 기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개선 및 방안 마련이라는 애매모호한 선언적인 의견만 제시했을 뿐이다.

중소 SW기업들은 그러나 대기업 SI들의 공공시장 전면 금지 조치만이라도 확실히 실행된다면 그래도 숨통은 터진 셈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국내 IT시장은 지금까지 중소 SW기업들이 주도하는 시장은 없었다. 이번 조치는 완전히 중소SW기업 위주로 시장을 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시작도 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점만 들춰내 "안 된다"며 대기업 SI들의 입장을 두둔한다면 그 동안 중소기업 위주의 IT서비스 시장을 만들어야만 한다고 줄기차게 주창해 왔던 언론인 및 교수들의 실체가 무엇인지 사뭇 궁금하다. 또한 다시 한 번 대기업 SI들의 막강한 힘도 실감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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