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SW기업들 분노 폭발, 국산SW 선진화 제도개선 대토론회에서

"SW 개발에 정부는 빠져주면 좋겠습니다."
국산 SW 개발업체 A모 사장은 24일 열린 '국산 SW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 대토론회'에서 이 같이 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정부가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를 어느 특정 기업에 용역을 줘 직접 개발하고, 그것을 각 기관에 무료로 뿌린다면 SW를 직접 개발 공급하고 있는 전문 기업들의 존재가치는 없다. SW산업을 육성 발전시킨다고 국민들에게 큰 소리치고 있는 정부가 이렇게 한다면 오히려 SW산업을 망가뜨리는 것 밖에 안 된다"고 강하게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SW전문기업협회 송재영 부회장은 "오죽 했으면 A사장이 이 같은 직언을 했겠느냐"며 위로와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지난 1998년 경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글과컴퓨터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에 팔려간다고 했을 당시 정부 공공기관들이 일제히 나서서 한글과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바 있고, 티맥스소프트가 개발한 웹애플리케이션서버인 '제우스'를 공공기관에서 앞장서 도입해 줬고, 국산 DBMS인 알티베이스를 근로복지공단에서 도입해 주었던 것처럼 정부 공공기관은 국산 SW의 테스트 베드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 줘야만 국산SW들이 성장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송 부회장은 그러나 "최근 모 기관은 국산 SW에 대한 BMT 기회나 검증도 하지 않고 외산을 고집해 도입한 사례가 있다"며, "과거 10년여 전과는 달리 이젠 국산 SW 제품들이 성능이나 기술력 등에 있어서 수준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에 최소한 검증할 수 있는 기회는 주는 게 당연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국회의원인 김영환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의 주최했고, 한국SW전문기업협회와 벤처기업협회가 주관했으며,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는데,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특히 3시간 가까이 휴식 시간도 없이 진행되는 동안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경청 및 의견을 제시할 만큼 높은 관심을 보였다.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이영상 한국SW전문기업협회 회장은 "한국SW산업의 위기 현상 이해 및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의제를 발표했는데, 이 회장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위기에 직면해 있고, 위축돼 있는 현실을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 기업을 직접 경영하면서 현장에서 느낀 점을 위주로 조목조목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그는 SW발전 저해 요인과 관련, △산업구조의 취약성(영세성, 대기업 및 제조업 위주 정책) △지적 재산권에 대한 잘못된 이해 △공정거래에 대한 의식 결핍 △현실성과 긴박감이 떨어지는 제도와 정책 △SW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3D, 투자 단절) △대학의 실험 의지 부족 및 아이디어 뱅크로써의 역할 부재 △SW의 왜곡된 가격구조 △내수 중심의 사업전략 △전문 고급 인력 부족 등 9개 이유를 들어 지적했다.

특히 이 회장은 대기업 SI들의 과당경쟁에 따른 시장축소의 폐해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즉 출혈가격으로 선정된 업체는 IT서비스 중소기업 및 H/W, S/W 벤더를 수행 내내 압박함으로써 손실이나 위험부담에 따른 비용을 만회하려 하는 관행이 일반화 돼 있고, 이는 또 소프트웨어의 제값을 받기가 어려워 관련 회사의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출혈가격을 제시하고 그 손실을 하도급회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 행위라고 강력히 지적했다.

이 회장은 SW산업을 육성 발전시키려는 정부의 노력도 많지만 지적 재산을 인정하는 공정거래 관행 정착을 통한 시장 활성화는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SW산업 활성화 방안으로 △지적재산권 제도 재점검 △공정거래 관행 정착 △시장 건전화 및 생태계 복원 △하도급 보호법 강화 하도급 보호법 강화 △시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 △건전한 투자 환경 조성 △SW전문가 우대 정책 마련 △테스트 산업 육성 △교육 정책 개선 등의 9개를 제시했다.
한편 이영상 회장에 이어 정태명 성균과대학교 교수의 진행으로 토론이 본격 이어졌는데, 먼저 토론 발표자로 나온 이남용 숭실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니셔티브를 갖고 강력하게 주도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산업은 20년 전과 똑같은 일만 반복될 게 뻔하다"며, "소프트웨어는 공공기관이 앞장서 사용해 주지 않는다면 안 된다. 그런데 정부의 1년 예산 350조 가운데, IT 관련 예산은 3조 2,000억 원으로 겨우 1% 정도 밖에 안 되고 있다. 미국은 20~30% 수준인데 비해 너무 큰 차이가 나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이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조달 구매 방식을 미국의 FAR 방식을 도입한다면 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미국 조달 구매 방식 도입을 적극 주문했다.

조창제 한국SW전문기업협회 수석 부회장은 "소프트웨어는 전문 개발자들이 오랜 기간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한 생명체"라며, "△라이선스 비용 △월 인건비 △유지보수 비 등을 현실화 시켜야만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즉 조 부회장은 라이선스 비용이 외산의 3분의이나 4분의 1 정도 밖에 안 되고 있고, 정부가 정해 놓은 초임 단가는 약 800만원인데, 현실은 600만 원 정도 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현재 약 1,000만원에서 1,600만 원을 적용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유지보수비는 최소한 15% 정도는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8% 이하를 적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지보수비는 기업이 연구개발 등의 재투자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석정 한남대학교 교수는 "오늘과 같은 토론회는 그 동안 수차례 있었고,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발전을 위한 각종 제도는 이미 다 잘 만들어져 있다"고 전제, "이젠 실행만이 남았다. 갑과 을,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으로 나눠 보지 말고 모두가 한 배를 탄 사람들이기 때문에 진정으로 실행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때라고 본다. 예를 들어 솔직히 SW원가계산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해 본 적 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 교수는 "시장 선도는 정부 공공기관이 하고, 감사권을 갖고 있는 국회는 국정을 잘 감사하는 등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해 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창의연구본부 본부장은 "오늘 많은 분들이 지적 및 요구해 온 사항들이 오는 27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할 내용에 많은 부분들이 들어 가 있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참석자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마무리에 나선 김영환 국회의원은 "방청석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관심을 보여준 데 대해 정말 놀랐고, 또한 토론회가 진행되는 3시간여 동안 거의 자리를 뜨지 않고 방청해 주시는 열정과 관심에 또 한 번 놀랐다"며, "오늘 토론 내용을 공청회나 청문회 등을 통해 잘 정비해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반드시 관철시켜보겠다"고 밝혀 참석자들로부터 응원의 큰 박수를 받았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는 △이영상 한국SW전문기업협회 회장 △이남용 숭실대학교 컴퓨터학부 교수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창의연구본부 본부장 △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캄퓨터공학과 교수 △강재화 공공부문발주자협의회 회장(국토해양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양유길 단장 △조창제 한국SW전문기업협회 수석부회장 등이 발표자로 참석했다.

<상세 내용은 컴퓨터월드 11월 호 참조>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