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장에 편중, 기업시장 진입 위한 경쟁력부터 갖춰야

전체 보안 시장 가운데 공공 분야 시장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공공 시장의 경우 국가 정책에 의해 대규모 보안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정권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취재차 논리적 망분리 솔루션인 PC가상화 분야의 보안업체들을 만났다. 참고로 망분리 사업은 국가 기밀 정보의 유출을 막기 위해 국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최근 몇 년간 추진됐던 대규모 공공 보안 프로젝트 중 하나다.

국가 망분리 시장에서 지금까지는 물리적인 망분리가 대세였다면, 이제부터는 지자체, 중앙부처 산하기관 등을 대상으로 논리적 망분리 시장이 본격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초기 시장이다보니 현재 해당업체들은 앞으로의 시장을 보고 더 많은 투자를 쏟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초기 레퍼런스 확보를 위해 지체보상금까지 물어가며 이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업체도 있는가 하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업체들 간 상호비방전도 치열하다.

그런 업체들의 걱정은 다름 아닌,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이다. 새정권이 출발하면 기존에 진행되어 온 국가 정책적인 보안에 대한 부분 즉, 남은 망분리 사업이 사라지거나 바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1,500억원∼3,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꿈의 시장이 눈앞에서 물거품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내 보안업체들이 공공 시장에만 너무 목을 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던 부분이다. 남은 공공 예산이 대거 집중되는 하반기에 회사 연 매출의 70~80%가 나오고 있는 것은 비정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 사업을 100% 수주하리란 보장도 없고, 그렇다고 남는 것 하나 없는 제살깎기 사업을 수주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안정적인 회사의 기반 마련을 위해서라도 공공 시장에 편중된 사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업체들이 현 정부에 들어서 IT예산이 대폭 축소되거나 4대강 사업 때문에 미뤄지면서 맥없이 나가 떨어진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공공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보안업체들은 정말 손꼽을 만큼 드물다. 국내 보안업체는 공공 시장에 강하고, 외산 보안업체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강하다는 인식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국내 보안 업체가 진정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스스로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외산 제품과도 맞붙어 이길 정도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해외 진출은 그 이후에 생각해도 될 것이다.

보안업체들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한 공공 시장만을 보고 한철 장사를 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고,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금처럼 안절부절 못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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