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FTA와 소프트웨어 산업의 상관관계: 글을 시작하며…


▲ 권현호 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연재순서

[1회] FTA와 소프트웨어 산업의 상관관계: 글을 시작하며…
[2회] 한-미 FTA와 소프트웨어 산업
[3회] 한-EU FTA와 소프트웨어 산업
[4회] 한-중 FTA와 소프트웨어 산업
[5회]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과 FTA가 추구해야 할 방향



2011년 봄 우리나라는 두 가지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첫 번째는 겨우내 만연했던 구제역 발생이 다소 잠잠해진 이후 일본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과 잇단 지진해일로 인한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원치 않는 방사능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두 번째는 지난 2006년 이후 우리나라가 체결한 핵심적인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의 국문 번역이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에 대한 책임론과 국문번역본의 수정작업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야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에서 비롯되어 인간의 과오가 더해져 만들어진 문제라는 점에서 일정부분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문제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다. 특히 처음 문제가 불거진 한-EU FTA국문번역본의 오류를 개인이 지적하고 이를 국가가 인정하게 된 정황에서는 더더욱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통상교섭본부가 번역한 1200여 쪽 짜리 한-EU FTA협정문 국문번역본에서만 207군데 오역이 발견돼 국무회의를 세 번 거치고, 국회에도 세 번째 제출되는 소동을 겪은 것이다. 결국 지난 4월 15일 국회 외교통상 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한-EU FTA 비준안이 부결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당장 재계와 산업계에서는 한-EU FTA의 빠른 비준을 촉구하고 나서고, 정부와 여당도 4월 27일 재보궐 선거가 끝나는 대로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렇게 우리나라는 FTA에 집중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하면 과연 소프트웨어 산업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현재 세계 경제 질서에서 우리나라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2011년 우리나라의 위상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는 매년 회원국들의 수출입에 대한 통계를 작성하여 보고서를 발간한다. 가장 최신판인 2010년 8월 발간된 '세계무역보고서'(World Trade Report 2010)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 세계를 상대로 3,640억 달러의 수출을 기록하여 전 세계 수출량의 2.9%를 차지하며 세계 9위의 수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참고로 세계 수출국 1~3위는 각각 중국, 독일, 미국이 차지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수출의 9.6%에 달하는 1조 2,020억 달러를 수출해 1위를, 1조 1,210억 달러(9.0%)를 수출한 독일이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전 세계 수출의 8.5%에 해당하는 1조 570억 달러를 수출해 3위에 올랐고, 5,810억 달러로 4.7%를 차지한 일본이 4위, 4,990억 달러로 4.0%를 차지한 네덜란드가 5위, 4,750억 달러로 3.8%를 차지한 프랑스가 6위, 4,050억 달러로 3.2% 비중을 차지한 이탈리아가 7위, 그리고 3,700억 달러로 3.0%를 차지한 벨기에가 8위로 우리나라보다 앞서 이름을 올렸다.

한편 수입의 경우, 우리나라는 지난해 3,230억 달러로 세계 점유율 2.6%를 기록해 전년보다 두 단계 하락한 세계 12위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이정도의 성적을 기록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잘된 일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성적이 좋은 이유는 반도체와 LCD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 호조와 다른 유럽 국가들이 지역 경기의 불안정한 회복으로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를 마냥 기뻐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은 여러 관점에서 가능하겠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수출호조와 세계시장 점유율 상승이 기저에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의 문제점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지난 4월 13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신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 총 생산(GDP)은 1조 71억 달러로 전 세계 184개국 중 1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GDP의 상당 부분이 일부 대기업, 정확히 표현하면 대규모 수출기업으로부터 나온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해외 매출을 포함한 전체 매출은 603조 3,000억 원으로 이는 우리나라 전체 GDP의 51%에 해당했다. 여기에 다른 대기업들의 매출규모까지 더하면 우리나라 GDP의 약 80% 이상은 다른 국가와의 무역, 즉 통상관계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무역이 잘 이루어지면 GDP 규모가 커지고, 그렇지 못하면 하락하는 경제구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는데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대외경제의 변수들을 생략하고 논의한다면 우리나라 입장에서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것은 수출뿐이라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우리가 알게 모르게 무역과 통상 문제는 우리의 삶에 피할 수 없는 양날의 검으로 다가왔다.



<이하 상세 내용은 컴퓨터월드 5월 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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