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중소기업 인력 스카우트보다 먼저 양성해야





중소중견SW업계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당장 현업에 투입할 인재를 구하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SW설계 및 개발 등이 가능한 고급 SW전문인력이 태부족이라는 호소다. 대기업이 신입사원 채용으로 인력을 양성하는 것보다 전문기업에서 성장해온 경력자를 스카우트하는 데에만 취중하고 있어 중소SW기업의 인력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SW인력난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간 꾸준히 지적됐고 개선 움직임도 많았으나, 관련 업계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다. 잘나가던 SW업체에서 핵심인력 몇 명 이탈로 크게 흔들리는 경우가 여전히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중견SW업체에게 있어 숙련된 인력 확보는 회사 경쟁력을 가능케 하는 잣대로, 시급한 당면과제다.

업계는 정부의 IT인력양성 정책이 새롭게 재정립되는 것은 물론, 인력난 해소를 위한 보다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SW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는 원인에는 사회 초년생들의 SW개발업무 기피,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벗어나 시스템관리자나 컨설턴트 등으로 전향하는 SW개발 종사자의 이탈현상 가속화, 정부기관의 실효성 없는 정책실행 등이 문제로 제기된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중소중견SW업체의 인력난을 가속화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대기업의 경력SW개발자 집중 채용에 따른 중소중견업체의 인력난 심화, SW개발자의 프리랜서화로 중소중견업체의 개발자 확보에 따른 금전적 부담증가 등 현실적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한다.

SW중소기업 A 대표는 "해당 프로젝트 규모가 커질 경우 결국 대기업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때 대기업에서 인력을 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공채 외에 대우받지 못하는 대기업 문화 등을 이유로 경력개발자들이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활동하게 되고, 따라서 개발자 수명도 짧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기업에서 나온 개발인력 대부분이 계약직보다 단기간 프로젝트에 투입돼 상대적으로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는 프리랜서로 전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상주개발인력과 프리랜서 모두를 고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의 고용에 대한 금전적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국내SW전문인력 현황조사를 살펴보면 2010년 기준 SW전문인력(92,420명) 중 비정규직 근로자는 4,547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중 계약직은 24.1%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프리랜서는 90.7%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SW개발 인력이 프리랜서로 편중되는 현상은 SW개발자의 수명단축과 인력난, 중소중견업체들의 고용 부담으로 귀결된다.

물론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대기업으로 SW전문인력이 몰리는 현상을 탓할 수 만은 없지만, 대기업이 먼저 인력투자를 선행함으로써 IT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관련 업계 시각이다. 돌아서면 쥔 것 없이 중소업체들의 박탈감만 높았던 '말 뿐인 상생'이 아니라 기술과 자본, 인력 등 다방면에서의 생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IT를 바라보는 관점도 하드웨어 중심적 사고에서 소프트웨어로 탈바꿈하고 있고, 최근 이런 추세와 맞물려 정부와 IT대기업들의 지원 약속도 넘쳐난다. 최근 지경부는 97억 원을 기술경영전문가(MOT) 양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갑-을 관계를 갑-갑으로 만들겠다는 대기업들의 다짐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상생의 깊은 뜻'이 이제 허언 아닌 실천이 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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