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사들이 죽어가고 있다. 잡지진흥법이 2008년 제정된 이후 2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다. 그런 반면, 신문을 위해서는 250억 원의 발전기금을 마련해 지원해 주고 있다. 문광부는 잡지산업 진흥을 위해 법에 명시된 진흥시책 마련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임에 분명하다."

한국잡지협회의 지난달 23일 수년 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잡지산업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최된"잡지산업 진흥정책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터져 나온 패널리스트들의 공통된 지적의 목소리이다. 이날 공청회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200여 명의 잡지사 관계자들이 참석, 별도의 보조 의자를 마련할 만큼 방청석이 꽉 찼을 뿐만 아니라 3시간 이상진행됐는데도 숨소리만 들릴 만큼 엄숙하면서도 진지한 자리였다. 그만큼 잡지사들의 경영난이 심각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날 공청회 역시 잡지산업 진흥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시선이 집중됐다. 아니 문화체육관광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성토장이 됐다는 게 더 어울린다.

사실 잡지는 신문이나 방송에 앞서 독자들과 가장 밀접하게 접촉,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존재해 온 중요한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신문이나 방송이 다루지 않거나 못하는 사각지대의 독자들을 찾아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대변해 주는 또 다른 중요성을 띤 매체임에 분명하다.

그런 잡지사들이 인터넷 등장과 IMF, 금융대란 등을 겪으면서 경영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잡지협회에 등록된 466개 잡지사들 가운데 70%~80%가 연매출 5억에서 10억 미만이고, 순이익은 1천 만원 미만이 27.8%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잡지사 직원들의 임금은 물론 시설이나 복지제도 등은 최하위 수준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대다수 발행인들은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힘든 경영을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실상을 해결하기 위해 잡지진흥법을 마련했는데도 해당 부처인 문광부는 진흥시책을 마련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반면 신문사들의 경영난을 도와주기 위해 250억 원의 신문발전기금을 마련, 신문사들을 수 년째 지원해 주고 있다. 문광부가 잡지산업을 쉽게, 그리고 무시한다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진식 과장은 "정부에게 요구만 하지 말고 잡지사들은 무슨 준비를 했는지, 어떤 것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 그러나 최선을 다 해 잡지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잡지산업 발전을 위한 정기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건의까지 해 잡지인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잡지는 국민들의 무지를 일깨우며 계몽 운동에 앞장섰던 중요한 미디어라는 데 그 중요성과 가치가 있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고,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함으로써 잡지 보다는 신문이나 방송을 더 찾게 된 게 현실이다.

특히 지난 1987년 신문과 방송에 대한 법률이 제정되며 잡지는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한 호 한 호 힘겹게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잡지사들은'잡지진흥법'에 따른 시행 정책을 학수고대했다. 그러나 오리무중이다. 순한 양과 같은 잡지인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서야만 하지 않겠느냐? 라는 방청석의 한 관계자의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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