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아직도 소프트웨어의 가치와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회장은 최근 경영일선 복귀 후 내 놓은 첫 작품으로'미래 신산업 전략'을 발표하면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 계획은 없었다. 아예 이 분야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삼성은 미래 전략산업으로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의 5개 분야만을 선정, 집중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들은 주로 하드웨어 중심의'친환경'과 '건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프트웨어는 없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 분야에 소프트웨어가 모두 녹아들어가 있거나 아니면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굳이 별도의 투자 분야로 생각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상당한 착각이다. 미루어 짐작하건 데, 아마도 삼성그룹이 하드웨어 위주의 성장을 해 온 그 동안의 고정 관념이 그대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임에 분명하다.

사실 삼성이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하드웨어가 중심이었다.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제품, 중공업, 휴대폰 등 모두가 그렇다. 그러나 이들 제품들에는 소프트웨어가 모두 녹아들어가 있다. 다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소프트웨어 없이 하드웨어만으로 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할 수는 없다. 역으로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중심에는 소프트웨어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상식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가치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간과해 버리는 경향이 짙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매출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고 있는 휴대폰 시장에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적지 않은 충격과 당혹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 애플사의 스마트폰이 전 세계 시장을 강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국내 휴대폰 시장 역시 이미 스마트폰, 특히 애플사의 아이폰에 대한 선호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맞대응 전략으로 거의 매일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를 통해 수십 억 원의 광고비를 쏟아 붓는가 하면 인력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스마트폰 바람을 쉽게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애플사의 스마트폰 바람은 곧 소프트웨어의 위력이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인'옴니아'를 판매하고 있지만 그것은 하드웨어 중심이었지 소프트웨어 중심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는 그 동안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해 보지 못한게 사실이다. 아마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해 보고, 그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지금처럼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고, 또한 적어도 애플에 맞먹는 소프트웨어 회사 하나만큼은 버젓이 키워왔을 것임에 분명하다. 물론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인력을 매년 수십 명씩 스카웃해 가고 있고, 자체 인력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그들은 대다수가 하드웨어 개발을 위한 보조 및 지원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반도체나 휴대폰처럼 단일 제품으로 보고 인력을 양성하거나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했던 삼성SDS는IMF 시절," 돈이안되는사업은모두포기하라"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잘못된 진단결과를 토대로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된 부서를 축소시키거나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개발한 제품마저 공급을 중단시켰다. 애플사는 스마트폰에 이어'아이패드'로 또 다시 전 세계 PC 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 경영진들이 하드웨어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대전환을 하지 않는 한 삼성그룹의 변신을 위한 현재의 몸부림은 임기응변에 불과할 뿐이다.

이건희 회장은"앞으로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해답은 이미 분명히 나와 있다. 사업과 제품이 대부분 사라질 지라도'소프트웨어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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