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벤처업계에 기업 사냥꾼들이 활개치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더욱 번성하고 있다. 그 방법도 나날이 교활해 지고 있다.

기업사냥꾼들은 합법적임을 가장한 후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적절한 시간을 두고 자금을 빼 돌리는 게 통상적이다. 특히 그들은 IT와 직간접으로 연관됐거나 아니면 전혀 무관한 별도 법인까지 설립해 마치 떼돈을 벌어들일 것처럼 장밋빛 청사진을 마련해 자금을 확보한 후 신규 투자를 한다는 명분으로 거액의 자금을 빼내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이라면 자금력도 충분하지 않으면서, 아니 기업을 인수할 자금력도 없으면서 마치 많은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문서상으로 위장해 기업을 사냥하기까지도 한다고 한다.
광산업과 같은 IT와 무관한 사업까지 펼친다며 그럴싸한 장밋빛 청사진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기도 한다. 일단 해외시장으로 빼돌리면 그 나라 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국내 법으로는 마땅히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기업사냥꾼들은 기업을 인수 후 가장 먼저 법인인감과 기업통장부터 확보한다고 한다. 때문에 인수합병 시 거래된 자금이 실질적으로 기업에 들어왔는지의 여부를 핵심 관계자들 외에는 전혀 확인할 길이 없다고 한다. 기업사냥꾼들은 이러한 허점을 교묘히 잘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는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어버리게 되고, 검찰이나 경찰은 고소나 고발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들 기업사냥꾼들에 대한 수사나 처벌을 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기업사냥꾼들은 내부 직원 및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검찰이나 경찰에 고소나 고발을 못하도록 공갈과 위협, 때로는 당근과 채찍 등의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20여년 된 C기업의 경우 연간 매출이 800억 규모까지 성장할 만큼 탄탄한 기반을 다져왔으나 기업사냥꾼들에 의해 하루 아침에 문을 닫게 됐다. 이 회사는 대주주가 주식을 기업사냥꾼에게 다 팔아버리고 떠나버렸다. 인수한 회사는 모기업도 경영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C벤처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인수 후 경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어음을 위변조 발행해 구속되기도 했다. H기업은 인수할 자금도 없으면서 문서상의 자금만으로 위장한 후 기업을 인수했다. 인수 후 주식을 담보로 거액의 자금을 마련, 경영이 어려운 모기업의 부채를 갚는데 써 버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나 잘 드러나 있지 않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일만 했던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나앉게 되고, 퇴직금이나 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건전한 기업사냥꾼이 때론 필요할 때도 있다. 발전 가능성은 높지만 자금력이 부족해 경영이 어려운 기업들에게는 기업의 가치를 충분히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기업사냥 문화는 더 조성할 필요성도 없지 않아 있다.

문제는 악덕 기업사냥꾼들이다. 이들이 활개치고 있는 한 우리나라 벤처기업 문화는 제대로 형성될 수 없고, 벤처기업으로 성공의 기회를 잡으려는 많은 벤처인들의 사기만 떨어뜨릴 뿐이다.

정부는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시 IT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건전한 벤처기업 문화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악덕 기업사냥꾼부터 막아야만 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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