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인물들 “모르쇠”로 일관

20년 기업이 하루아침에 몰락
20년의 역사를 가진 중견 IT 전문기업인 CIES(대표이사/회장 이범, 사장 이정현)가 이번 4월에 폐업을 할 것으로 알려져 관련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폐업 이유는 "직원들에게 지급할 봉급이 없고, 대주주인 이범 회장이 구속돼 있는 상황이어서 영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게 이 회사 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CIES 폐업은 지난해 12월 부임한 박우전 부회장(자금 담당 책임)을 비롯해 이정현 대표이사(영업담당 책임) 등이 주도를 하고 있지만, 폐업 처리를 위해 현재 남아 있는 임원들은 CIES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나 정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의문점이다.

이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알고 있는 핵심 인물들은 CIES를 설립한 이기훈(2008년 11월 30일 별세) 전 회장의 부인인 문영미 회장과 이기훈 전 회장의 K고등학교 동기이자 친구인 민 아무개 회계사와 김병찬 CIES 부사장, 그리고 지난 2월 8일 구속된 단성일렉트론 대표이사이자 CIES 회장인 이범 씨(이기훈 전 회장의 고등학교 동기이자 친구) 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취재를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문영미 전 회장은 아예 받지를 않고 있고(처음 전화 시에는 신호가 갔지만 받지를 않고, 두 번째 시도에는 휴대폰을 꺼 놓은 상태로 되어 있음), 민 회계사와 김병찬 부사장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전화도 일방적으로 끊었다.

특히 문영미 회장 취임과 함께 2009년 초 CIES에 입사한 김병찬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문 회장의 업무 대리인"으로까지 공언하면서 실질적으로 문 회장의 지시를 받아 CIES의 경영을 주도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말까지만 근무했기 때문에 잘 모른다"며 딱 잡아떼고 있다. 김 부사장은 공식적으로는 3월 말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튼 CIES가 이기훈 전 회장의 별세 이후 1년 여 만에 문을 닫게 된 데는 부인인 문영미 회장을 중심으로 이기훈 전 회장의 고등학교 동기(민 회계사, 이범 회장, 김병찬 부사장 등)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이 드러난 셈이다.

문영미 회장의 욕심이 '화' 자초
사실 문영미 회장 외의 나머지 세 사람은 CIES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물들이고, 관련이 있다면 이기훈 전 회장의 고교 동기이자 친구로 문영미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CIES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관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CIES의 주력 상품인 IBM 제품이나 다쏘 제품이나 기술에 대해 거의 문외한 일뿐만 아니라 국내외 시장상황이나 CIES 영업과 연계된 각종 구조 등에 대해서도 거의 모른다고 한다. 다만 민 회계사는 회계 전문가일 뿐이고, 김병찬 부사장은 (주)대우에서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관리 부문에 대해서는 좀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뿐이다.

따라서 CIES가 폐업의 지경에까지 다다른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이고, 아니면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 판"에서 신나게 한 판 놀았음에 분명하다. CIES에서 9년여 째 재무담당을 맡고 있는 홍종의 부장은 이와 관련,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너무 억울하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찾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기훈 전 회장 고교동기들이 주도
CIES의 폐업 발단은 이기훈 전 회장의 부인인 문영미 회장의 취임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문 회장은 이 회장이 별세한 후 1주일여 만인 12월 6일부터 CIES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문 회장의 출근은 일반적인 상식(사후 49재나 지낸 후 출근)을 벗어나,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출근해 주변 관계자들을 당혹시켰다고 한다.

문 회장은 출근 후 얼마 안 돼 ▲구조조정 추진 ▲등기이사 교체 ▲경영 및 결제권 회수 ▲이기훈 전 회장 주식 상속 추진 ▲회계담당 회사 교체 등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가지급금(약 44억 원)까지 가져 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문 회장은 "경영이 어려우니 구조조정안을 내 놓으라"며 당시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던 김갑산 사장에게 다그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임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직원도 줄이면서 흑자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내 놓으라는 등 대책 없는 마구잡이식의 구조조정안을 거의 반 강압적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당시 CIES는 영업이 어렵기는 했으나 문 회장이 우려할 만큼 구조조정을 할 정도는 아니었고, 또한 그 이전부터 영업상황을 고려해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해 왔었다고 한다. CIES는 지난 2007년 770억 원, 2008년 820억 원 등의 매출실적으로 꾸준히 성장을 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흑자는 없었지만 구조조정을 긴박하게 실시할 만큼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김갑산 사장은 문 회장의 반 강압적인 요구를 받아들여 구조조정안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 회장에게 구조조정안을 제시는 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었다고 한다. 대책 없이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할 경우 회사의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문 회장은 이 같은 김갑산 사장의 처리를 빌미로 문 회장 자신이 취임하면서 영입한 김병찬 부사장을 통해 김 사장을 더욱 압박하기 시작했고, 모든 최종 결제를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고 한다.

김갑산 전 사장 반강제적으로 퇴사시켜
문 회장은 또 법인 등기이사도 기존 CIES 임원(김갑산 사장, 이정현 부사장, 이기훈 회장,등)들로 구성돼 있던 것을 문 회장 자신과 아들(당시 대학교 4학년), 그리고 이기훈 친구인 허 아무개 씨로 교체했다.

문 회장은 CIES 회계를 맡고 있던 기존 삼일회계법인을 민 아무개 회계사가 추천해 준 회계법인으로 바꾸기까지 했다고 한다.

김갑산 사장은 문 회장의 이 같은 일방적인 처리에 강력히 반발, 항변했지만 문 회장은 막무가내 식으로 민 아무개 회계사와 김병찬 부사장을 내세우는 등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해 김갑산 사장을 몰아냈다.

김병찬 부사장은 "문 회장 대리인"이라고 자임하면서 김갑산 사장에게 구조조정을 몰아쳤는가 하면 민 아무개 회계사는 "김 사장이 욕심내는 것 아니냐"며 "문 회장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지 않으냐. 감히 회장에게 왜 대드느냐"라는 위협과 회유로 김갑산 사장을 강하게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김 사장은 지난해 8월 중순(12일 경) 임원들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 문 회장은 그러나 김병찬 부사장을 통해 김갑산 사장에게만 퇴사통보(8월 19일)를 했다. 그것도 명예퇴직금도 없이 법정 퇴직금만 지급해 주고, 봉급도 두 달 밖에 안 되는 10월까지만 지급하고, 자동차나 노트북 등도 곧바로 반납시키게 했다고 한다.

김갑산 사장은 이로 인해 병원에 입원할 만큼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김갑산 사장은 CIES의 창립멤버이자 이 회사를 성장 발전시켜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 온 인물로 평가된다. CIES가 800억 원이라는 매출규모의 회사로 성장을 한 데는 김갑산 사장의 노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런 그를 문 회장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내쳤고, 회사 경영까지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IBM 등 공급업체 피해액도 110억
문 회장은 김갑산 사장을 퇴사시킨 후 30억 원 정도를 회사에서 가지급(총 44억)해 갔고, 이기훈 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CIES의 주식(전체의 약 70%)을 넘겨줄 구매자를 찾아 구체화시켜 나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 회장은 민 아무개 회계사로부터 친구이자 고교 동기인 단성일렉트론 이범 대표이사를 소개받았고, 지난해 11월 25일 주식양도양수계약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도양수 계약금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알려진 바 없지만 CIES의 채권 채무를 이범 회장이 책임을 져 주는 조건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넘겨받은 이범 사장은 곧바로 주주총회를 열었고(12월 18일), 본인이 직접 CIES의 대표이사 겸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와 함께 자금과 재무 담당을 맡길 박우전 부회장과 김종수 상무도 새로 영입했다. 재무회계 담당을 맡았던 김병찬 부사장은 이들이 영입된 이후 업무에서 손을 떼고 빠져 나갔다.

문제는 LCD 및 반도체 제조업체인 단성일렉트론이 CIES의 주식을 대량 인수할 만큼 자금력이나 인수 후 시너지 효과를 얻을 만큼 연계된 사업이냐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물론 억지로 연계시킨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범 신임 회장은 CIES 인수 후 2개월도 채 안 돼 지난 2월 초 어음 위변조 발행 죄목으로 구속됐다. 이범 회장은 CIES 주식 인수 후 CIES로부터 27여억 원을 빼 가는가 하면 CIES 회사명으로 80여억 원 상당의 어음까지 발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단성일렉트론은 CIES 주식 인수 전부터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회사가 CIES 주식을 인수하도록 주선한 것 자체가 풀리지 않는 의문인 것이다. 민 아무개 회계사는 회계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친구인 이범 대표이사가 운영하는 단성일렉트론의 경영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CIES 주식 인수를 주선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이 가지 부분이다.

결국 단성일렉트론 채권자들은 지난 3월 초 CIES의 거래은행들에게 가압류를 신청, 거래정지를 시켰고, 이로 인해 CIES의 업무는 마비가 된 것이다.

직원들 3월 말까지 퇴사처리
여기에 CIES에 제품을 공급해 주던 한국IBM, 코오롱아이넷, LG엔시스, 다쏘시스템, SK네트웍스 등도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CIES의 채권확보에 나서게 돼 CIES의 경영 및 영업은 더욱 어렵게 된 것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IBM은 약 50억, 다쏘시스템은 23억, SK네트웍스는 15억, 그리고 코오롱과 LG엔시스는 각각 11억과 10억 등 총 110억 원 가량을 CIES에 제품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공급업체들은 채권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피해는 어쩔 수없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등의 금융기관들도 약 150억 이상을 피해 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IES는 이에 따라 3월 말까지 직원들(약 124명)을 퇴사 처리할 예정으로 있고, 이들의 퇴직금과 봉급에 대해서는 노무사를 통해 법적으로 해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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