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IT업체들은 대부분 해외 사업에 주력하며 글로벌 마인드와 경쟁력을 갖춰왔다. 반면 국내 IT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인도가 영어를 공용어로 택해 우리보다 언어에서 유리하다고는 하나 IT강국은 언어 능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IT기업, 정부 정책 두 가지 모두 인도와 한국의 차이가 크다. 한국 정부는 정부가 IT업체에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해주지만 IT업체들은 자사의 제품을 팔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데는 투자하지 않고 있다. 인도의 IT업체들은 처음부터 내수 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으며 인도 정부는 소프트웨어 수출입에 대해서 10년간 관세를 지불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차이가 난다. 한국은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나 인도는 대학마다 IT학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인구 1%의 핵심인재에 대해 특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IT관련학과를 보더라도 인도의 경우 대학 2학년이면 학생 스스로가 오라클, SAP, 비트리아 등 이 중에서 상용 소프트웨어의 플랫폼을 결정해 산학협동으로 해당 소프트웨어 업체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인도 학생들은 졸업 후 자신이 공부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소프트웨어나 관련 업체로 취업할 수도 있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고 오로지 대한민국에만 있는 고유명사인 ‘재벌’ 경제가 IT산업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삼성, LG, SK의 재벌 순위는 그대로 SI업체에서도 삼성SDS, LG CNS, SK C&C로 이어지며 이들 세 기업의 2004년 매출 합계는 5조원 가까이 된다. SI의 사업구조는 과거 재벌 그룹사들이 ‘종합상사’를 통해 수출해 매출을 부풀렸던 것과 모양새가 비슷하다. SI업체들의 이익은 평균 5% 정도며 그나마 그룹사 밀어 주기식의 영업 결과이다.

그룹사라는 배경이 없는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SI업체들이 그룹 고객사만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경험하는 것은 각 업체들의 인력들에게도 손해다. 가령 삼성SDS의 직원이 삼성전자, 삼성SDI 프로젝트를 경험한 노하우를 LG필립스LCD, LG전자 등의 프로젝트에 반영한다면 프로젝트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이러한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SDS가 삼성그룹사의 프로젝트만을, LG CNS가 LG그룹사만의 프로젝트를, SK C&C가 SK그룹사만의 프로젝트를 전담한다면 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분명 한계가 있다.
인도의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정책도 있었지만 영업이익률은 한국의 기업들에 비해 훨씬 높다. 인도의 컨설팅 및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업체인 새티암사는 약 10억 달러의 매출실적에 영업이익률이 42%나 된다고 한다.

새티암은 87년 직원 1명으로 출발했으나 현재 전 세계에 2만2,000명의 인력을 보유한 업체로 성장했다. 올해로 20년을 맞이하는 삼성SDS는 매출 2조원에 영업이익률 5%에 불과하다. 물론 단순히 매출실적과 영업이익률만으로 이들 두 회사를 비교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내 최대의 기업들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는 분명히 드러나 보인다. 국내 대기업, 특히 국내 SI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SDS나 LG CNS는 그룹에 너무 의존하고 있고,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는 판단에 아쉬울 뿐이다.
<박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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