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거리의 모습. 사진=픽사베이
뉴욕 맨해튼 거리의 모습. 사진=픽사베이

[아이티데일리] 맨해튼으로 출근하는 근로자가 줄면서 비즈니스와 관광의 중심지 미국 뉴욕시 거리가 빛을 잃어가고 있다. 상업, 금융,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관광의 중심지이자 사람들이 군집하는 활기찬 장소라는 영광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뉴욕 시내 상점등 유통가는 원격근무 확산으로 고객을 잃고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맨해튼으로 출근하는 직원들이 소비하는 돈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비해 연간 124억 달러(16조 원)나 줄어든 것으로 스탠퍼드대 니콜라스 블룸 교수가 이끄는 워크프롬홈(WFH) 연구팀의 조사 결과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3년이 지난 현재에도 원격이냐 출근이냐의 논의가 이어진다. 원격근무 지지자들은 집에서 일하는 것이 생산성도 향상되고 워라밸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수적인 베이비부머 세대 경영진은 의견이 다르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나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 등은 원격근무를 용인하면서도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하기를 강력히 희망했다.

원격근무는 맨해튼 등 대도시 도심지에는 뼈아픈 일이다. 원격근무가 정착되면 바, 클럽, 헬스장, 네일샵, 미용실, 소매점, 브로드웨이 극장, 스포츠시설, 콘서트장 등은 매출이 줄어든다.

총 100만 명 이상의 뉴요커를 고용하는 대기업과 비즈니스 리더로 구성된 비영리단체 '파트너십 포 뉴욕'이 1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맨해튼 사무실에 주 5일 출근하는 사람은 조사일 현재 10%가 채 되지 않는다. 주 1일만 출근하는 사람은 52%로 지난해 9월 기준 49%보다 증가했다.

완전 원격근무하는 비율은 지난해 9월 16%였으나 올해 1월에는 10%까지 감소, 출근이 늘기는 했다. 사무실로 출근해 일하는 사람의 비율은 최종적으로 56% 정도 선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게 이 단체의 예상이다. 결과적으로는 출근이 큰 폭 줄어드는 셈이다.

스탠퍼드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뉴욕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무실 근처에서 쓰는 돈은 1인당 연간 5000달러 가까이 줄었다. 124억 달러를 근무자 수로 나눈 값에 인플레 가중치를 감안해 산출한 수치다. 미국의 다른 대도시를 압도적으로 제친 최대 규모다.

상업활동이 위축되면 세수도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뉴욕은 행정 서비스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경찰관, 소방관, 청소인력, 대중교통 직원, 간호사, 교사 등의 채용을 줄이거나 인력 감축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2월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시내 100대 대기업 CEO들과 만나 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직원들을 사무실로 출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사무실 복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호소했다.

정치인, 집주인, 기업 간부, 사업주에게는 종업원이 출근해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큰 인센티브가 된다. 직원들이 뉴욕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사업이 도미노처럼 악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레스토랑이나 바, 헬스장, 소매점 등 거리 상가들이 문을 닫는다.

한적한 거리에 가장 먼저 들어가는 것이 범죄와 폭력과 약물이다. 뉴욕에서 지난해 범죄와 폭력 발생률이 크게 상승했다. 사회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월가의 기업 간부들은 직원들에게 출근길에 방심하지 말고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해 4월 은행원과 브로커, 트레이더에게 눈에 띄는 복장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고급 패션이나 고가의 악세서리를 자제해 평범하게 보이라는 부탁이었다.

전 세계 금융산업 중심지이자 패션과 관광의 명소 뉴욕시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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