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간 방향성 달라 업계 혼란, 공공 클라우드마저 해외 CSP에 내줄 판

[아이티데일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CSAP 완화 개편에 대해 국내 CSP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국내 CSP들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하는 등 형식만 갖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CSP들은 특히 담당자가 국내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상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CSAP는 공공기관에 안정성 및 신뢰성이 검증된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정부는 CSAP 인증을 미국의 보안인증 제도인 ‘페드램프’를 채용해 데이터 민감도를 중심으로 ‘상 등급’, ‘중 등급’, ‘하 등급’ 등 3단계로 완화‧개편하고 있다. 이번 CSAP 완화‧개편에 대해 국내 CSP의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이 막히고, 논리적 망분리를 인정해 해외 CSP가 아무런 투자 없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기부 ‘당근책’과 행안부 ‘소유권 확보’, 국내 CSP는 고사 우려

정부의 CSAP 완화‧개편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CSP들은 더욱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CSAP 완화‧개편 작업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와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입장이 서로 달라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의 지시를 받아 CSAP 완화‧개편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과기부는 CSAP 완화‧개편에 국내 CSP들이 불만을 표하자 공공, 정보시스템의 80%를 중 등급으로 구분해, 자격을 획득한 기업의 클라우드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기부의 의견은 국내 CSP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당근책이 될 수는 있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공공‧정보시스템의 80%를 민간 클라우드로 사용하겠다는 과기부와는 달리 행안부와 국정원은 오히려 공공, 정보시스템의 외부 개방을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정원은 상 등급에 해당하는 안보, 국방, 외교 등 정부, 지자체의 업무 시스템 전반을 공공기관 전용 네트워크 망인 ‘핵망’에 둘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행안부는 정부 자체 센터 핵망 내 SaaS 개발 사업과 핵망 내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 구현 사업, 공공기관 전용망 신설 등 정부 주도의 클라우드 소유권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기정통부의 공공‧정보시스템의 80% 민간 클라우드 사용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국정원의 상 등급에 해당하는 안보, 국방, 외교 등의 시스템을 핵망에 두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행안부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대구센터 클라우드 방향. 업무망과 인터넷망 외에 새로운 망을 신설해 그 안에서 민간 클라우드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행안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대구센터 클라우드 방향. 업무망과 인터넷망 외에 새로운 망을 신설해 그 안에서 민간 클라우드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8월 8일 행안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관리원)에서 대구센터의 클라우드 방향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때 소개된 내용을 요약하면 향후 관리원의 클라우드 방향은 CSP가 직접 센터 안으로 들어와 정부가 제공하는 인프라 위에서 클라우드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방식인 PPP였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자체 구축 센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SaaS를 개발하는 사업과 클라우드 네이티브 구현 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기존 인터넷망과 핵망 외에 추가적인 공공기관망을 별도로 신설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러한 행안부의 추진 방향은 민간 클라우드 사용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용보다 소유에 초점이 맞춰진 공공 클라우드 센터를 통해 정부가 직접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과기부의 ‘공공‧정보시스템의 80%에 민간 클라우드 활용하겠다’는 주장이 허무맹랑하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10월을 목표로 CSAP를 완화‧개편한다고 하지만 데이터를 민감도에 따라 분류하는 기준에 관한 밑그림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공공, 정보시스템의 80%를 중 등급으로 지정, 민간 클라우드를 사용하겠다’는 주장은 신뢰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국내 CSP 기업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하 등급은 해외 CSP에, 중 등급과 상 등급은 핵망 내에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하 등급 대상 정보시스템 클라우드 전환사업을 두고 AWS, MS, 알리바바 클라우드 등과 출혈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해외 CSP에 비해 자본력과 영업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국내 CSP들은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처음 정부에서는 CSAP 완화‧개편이 국가 정보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 및 도입의 유일한 기준이 될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공공‧정보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을 담당하는 행안부와 국정원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었다”면서, “결국 그 사이에서 기존 공공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으며, 행안부가 주장하는 대로 핵망 내 클라우드 구축에 새로운 투자를 진행할지, 하 등급에서 해외 CSP와 출혈 경쟁하다 밀려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도태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 같다”고 개탄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격 대기 끝낸 해외 CSP, 업계 “중 등급 완화 요구 있을 것”

국내 CSP들이 정부의 CSAP 완화‧개편에 반대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해외 CSP가 아무런 투자 없이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이렇게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해외 CSP가 진입할 경우 규모의 경쟁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CSP와 SaaS 기업들은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을 투자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경우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최소 3,000억 원 이상을 쏟았고, KT클라우드는 1,000억 원 이상, NHN클라우드도 이와 비슷한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 민간 기업 시장에서 AWS, MS 등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이들 기업은 공공 클라우드 시장 만은 내줄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에 그동안 꾸준히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공공분야는 해외 CSP와는 달리 ‘하지 않으면 그만’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영역’인 셈이었다.

반대로 CSAP가 완화‧개편될 움직임이 감지되자 해외 CSP들은 쌍수를 들고 반기고 있다. 별도의 자본, 물리적 망분리와 소스코드 공개 등 별다른 노력과 투자없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무혈입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해외 CSP 관계자는 “AWS, MS, 구글 클라우드 등 해외 CSP들은 그간 공공 시장에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CSAP 영향때문이었다. 이 인증을 받으려면 공공기관용 서버의 경우, 국내에서 물리적 망 분리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따를 수 없는 조건”이었다면서, “CSAP는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입을 막는 방파제였다. 하지만 CSAP가 개편될 경우 공공부문 수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규제가 풀리면 민간 부문에서 검증된 경쟁력과 서비스를 공공 부문에도 똑같이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한 클라우드 기업 관계자는 “AWS의 공공 영업 인력은 200명에 달한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공공 관련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들 인원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자 출신과 공공기관 은퇴자 등 공공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포진됐다. MS 역시 사티아 나델라 CEO가 아시아 국가를 순방할 때 한국을 가장 먼저 찾았다. 또 이후에는 한국MS를 아태MS와 동일하게 대우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CSAP 완화, 개편에 따른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 개척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AWS와 MS, 구글 클라우드는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앞세워 공공기관 영업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기업은 CSAP가 완화‧개편되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 기업은 현행 CSAP도 해외 CSP가 의지만 있다면, 인증받을 수 있으나, 해외 CSP가 CSAP 인증을 받지 않았던 이유는 자신들의 글로벌 표준을 이탈하면서까지 추가 투자를 단행할 정도로 한국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고 사업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CSAP가 완화‧개편되면 해외 CSP는 민간 기업시장에 적용했던 전략을 그대로 공공분야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AWS, MS, 구글 클라우드, 알리바바 클라우드, 텐센트 클라우드 등의 주된 전략은 다양한 프로모션을 앞세운 서비스 이용요금 할인이다. 요금 할인 이벤트가 끝나면 다시금 원래대로 비용을 부가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한 뒤 타 CSP로 옮길 수 없도록 종속하고, 높은 비용을 받아내는 전략인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전략은 공공시장에는 더욱 주효할 것이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어떠한 사업이든 예산을 절감하기를 원한다. 클라우드도 여기에 속한다. 공공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해외 CSP들은 초반 다양한 할인 행사를 앞세워 고객을 대거 확보할 것”이라며, “공공기관 1곳에 ‘하’ 등급에 속하는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고 사용료를 받는데 통상 한 달에 100만 원 정도다. 투자에 비해 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에서 해외 CSP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밀고 들어올 경우 버틸 수 있는 국내 CSP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정부는 해외 CSP에게 하 등급에 속하는 부분만 열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 주위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해외 CSP가 하 등급을 넘어 중 등급도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CSP는 반드시 외교적인 압력을 행사해 최소 중 등급 이상 시스템도 본인들의 클라우드 위에서 구동하고자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CSP들이 CSAP 완화‧개편에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가 클라우드 경쟁력과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건설적인 방향으로 CSAP가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기부와 행안부는 국가 클라우드 경쟁력 확보와 국내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에 힘써야 하는 부처다.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부처 간의 알력 다툼은 잠시 접어두고, 새롭게 바뀔 CSAP를 국가 차원의 유일한 클라우드 도입 기준으로 삼아 국가 클라우드 경쟁력 측면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완화될 수 있도록 같은 방향성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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