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오는 7월 시행…객관적인 데이터 가치평가 기준 조속히 마련해야

[아이티데일리] 지난해 12월, 산업데이터의 활용과 IT 기술의 산업 적용을 촉진하기 위한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 제정안은 지난 2020년 9월 조정식 의원의 발의한 법안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니 약 1년여 만에 본회의를 통과한 셈이다.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은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번 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산업데이터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산업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해 주도적인 노력을 한 기업‧기관에게 해당 데이터에 대한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며, 이는 다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산업데이터 생성을 위한 투자를 하도록 유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산업계에서 꾸준히 요구해왔던 ‘데이터의 자산화’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산업계에서는 데이터를 자산으로 인정하고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데이터가 비즈니스 혁신의 중심이 되면서 우수한 데이터는 그 자체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산업은행은 지난 2020년 12월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 자산의 가치를 평가해 대출 한도를 높여주는 ‘데이터 기반 혁신기업 특별자금’을 출시하기도 했다. 해당 대출상품에는 그동안 전통적인 방식으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없었던 IT 혁신기업들이 대거 몰려들어,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대출금액이 1,000억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사례가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시행이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정부와 산업계의 준비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살펴봐야할 문제다. 데이터를 자산으로 인정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작 데이터의 가치 평가 기준은 아직 만들어지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산업데이터로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원활한 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면 실제 현장에서의 활용은 요원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자체적인 데이터 가치평가모델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대개 해당 데이터를 생산하는 데에 들어간 비용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데이터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품질이 뛰어나거나 좀처럼 구할 수 없는 희귀한 데이터들은 당연히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데이터와 나쁜 데이터의 구별 없이 오직 투자된 비용으로만 가치를 평가한다면 좋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본인들의 데이터를 드러내지 않으려 할 것이다.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제정안이 데이터의 자산화에 목마른 기업들에게 단비처럼 느껴지려면 무엇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 가치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여기에는 실제로 데이터를 생산하고 거래할 민간 기업들의 의견이 주로 반영돼야 하겠지만, 평가기준을 논의하기 위한 장을 만들고 의제를 던지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제정안이 본래의 취지를 살려 ‘산업데이터의 활용과 IT 기술의 산업 적용을 촉진’이라는 거시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보다 시급하고 미시적인 과제들을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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