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돌을 맞이한 컴퓨터월드.

그러나 그 나이에 걸맞은 찬란한 빛과 영광은 없다.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이라는 부끄러움만이 앞선다. 사람의 24살은 가장 아름답고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는 최전성기일 것이다. 기업으로서도 성장이 무르익어 완숙미를 마음껏 뽐낼 시기일 것이다.

컴퓨터월드는 그러나 경영의 어려움으로 그 달 그 달 발등의 불 끄기에 급급한 초라한 모습임을 감출 수가 없다. 인터넷의 급속 확산은 독자 급감을 가져왔고, IMF는 국내 IT 시장에 장기적인 불황을 안겨 주었고, 여기에 지난해 불어 닥친 미국 발 금융 대란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다수 글로벌 IT 기업들에게 악영향을 끼쳤다. 이 같은 대 사건들은 컴퓨터월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해 경영악화로 이어져 오고 있다.

4년여 전, 컴퓨터월드는 국내 최고의 전문지를 지향하며 'ITMG(IT Media Group)'라는 회사, 즉 IT 전문 미디어 그룹을 꿈꾸며 새로 출발했다. 실질적으로 온라인 인터넷 신문인 IT DAILY를 비롯해 월간 RFID저널과 U-Healthcare 등의 전문지를 다수 창간하기도 했다. 국내 최고의 컴퓨터 전문 매체라는 역사성과 정통성에 대한 애정, 그리고 자긍심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그 꿈은 4년도 채 안 돼 접어야만 했다. 물론 출발 할 당시 풍족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강한 의지만 있었을 뿐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는 못했다. 의지만 있었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은 과거 10여년 전과 별다른 변신을 추구하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자본과 경쟁을 기본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선배와 후배, 형과 동생, 그리고 동료 등 끈끈한 인간관계와 아름다운 정서는 현실을 극복하기에 너무 부족했다. 냉정한 현실과 경쟁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컴퓨터월드가 존재하고, 연명해 나오고 있는 것은 컴퓨터월드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었음에 분명하다. 그것은 곧 컴퓨터월드의 희망이자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일 것이다. 혹자는 컴퓨터월드를 국내 IT인들의 자존심이자 자긍심이라고 한다. 지난 1985년 국내 IT 산업이 태동하면서 창간한 컴퓨터월드는 그 동안 그 어느 전문 매체도 흉내 내기 쉽지 않은 영역을 구축해 왔다. 시장조사를 비롯해 구축사례, 기획기사 등은 지금도 컴퓨터월드에 향수를 느끼는 애독자들이 많다. 특히 국내 IT 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적한 기획기사는 산업의 지렛대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정통 전문 매체로서의 위상과 입지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는 급속히 변했고, 앞으로도 계속 변해 갈 것이다. 영화를 누렸던 과거의 향수에 젖어 있거나 그 때만을 회상할 수는 없다. 독자들의 요구는 끊임없이 변하고, 끝없이 올라만 갈 것이다.

컴퓨터월드는 그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할 수 있을 때까지 미력하나마 남아 있는 열정과 정성을 다 쏟아 붓는 게 주어진 역할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향수에 빠져 변화를 모르는 감상적인 생각과 행동은 모두 다 버렸다. 독자들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판을 새로 짠 것이다. 특히 구축사례 및 기획기사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일본의 '니께이 컴퓨터'지와의 제휴도 추진하고 있다. 빠르면 내년 초부터는 독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온라인 인터넷 신문인 'IT DAILY' 역시 전문 매체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변신에 변신을 거듭 추구하고 있다.

24살이 먹도록 컴퓨터월드를 사랑하고, 관심을 가져 준 독자들의 성원에 부끄럽지 않은 전문 매체로 미력하나마 남아 있는 열정을 다 쏟아 부을 것이다. "나는 내일 죽을지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스피노자의 명언을 되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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