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부문 민간 클라우드 확산 저해 우려…업계 “클라우드 후진국으로 일보 전진”

[아이티데일리] ‘공공 클라우드 센터’와 ‘민간 클라우드’ 두 가지로 분리돼 있던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통합‧전환 방향이 새롭게 ‘통합관리기관’을 중심으로 합쳐지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따라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달라고 주장해왔던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민간 클라우드’라는 명칭이 제외될 경우 기업들의 공공 진출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기관 유형과 보안을 고려한 클라우드 센터 분류 기준. 이 중 공공 클라우드 센터와 민간 클라우드 센터를 ‘통합관리기관’으로 통합한다.
현재 기관 유형과 보안을 고려한 클라우드 센터 분류 기준. 이 중 공공 클라우드 센터와 민간 클라우드 센터를 ‘통합관리기관’으로 통합한다.

최근 본지가 입수한 행정안전부의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정보자원 통합기준(이하 통합기준)’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행안부는 정보자원 통합을 공공 클라우드 센터와 민간 클라우드로 구분해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를 ‘통합관리기관’에서만 실행하도록 변경했다. 개정안에 명시된 ‘통합관리기관’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법 제54조 제3항’에 따라 행정기관의 정보자원을 통합적으로 구축‧관리하기 위해 지정한 전담 기관을 뜻한다. 그러나 업계는 ‘통합관리기관’이 현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관리하는 통합전산센터 또는 지역이나 기관에서 직접 구축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에 제시된 ‘통합관리기관’이 기존 민간 클라우드 이용 확산을 주장해오던 국내 기업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결과로, 기존 행정안전부가 주장하던 공공 클라우드 센터로 힘을 더 싣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측은 통합관리기관 지정에 대해 “통합관리기관으로 민간 클라우드가 지정될 수 없다는 것은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고 반박하며 소극적인 해명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클라우드 기업 담당자는 “‘제3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으로 정해놓은 국가 클라우드 방향에 역행하는 것도 모자라, 클라우드 후진국으로 가는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이번에 행정안전부의 ‘통합기준’ 전부개정안이 발효될 경우 ‘클라우드컴퓨팅법 제20조’와 상충돼 기업들과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이용에 대한 혼란도 예상된다. ‘클라우드컴퓨팅법 제20조’에는 국가기관은 보안인증(CSAP)을 받은 민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이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통합기준’ 전부개정안에는 민간 클라우드라는 표현을 아예 삭제했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대로 클라우드를 사용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의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정보자원 통합기준(이하 통합기준)’ 전부개정안 제 13조 1항, 2항. 민간 클라우드라는 명칭은 없다.
행정안전부의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정보자원 통합기준(이하 통합기준)’ 전부개정안 제 13조 1항, 2항. 민간 클라우드라는 명칭은 없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전환도 행정안전부 장관이 결정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공공기관의 장이 민간 클라우드를 사용할지, 공공 클라우드 센터를 사용할지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것을 사용해야만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기관에서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로 구축‧운영하고자 할 경우,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상 자원을 정해 행정기관의 장에게 통지하는 방식이다. 행정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무조건 따라야 하도록 명시돼있다. 특히 정의가 모호하고 전자정부법에 규정되지 않은 민간활용형 모델(PPP)에 대한 개발 권한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부여된다.

이처럼 행안부 장관이 통지하게 되는 방식은 공공기관이 실제로 필요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 설령 특별한 사유가 있더라도 행안부 장관 통지로 내려오는 지침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관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클라우드 네이티브,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 등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 환경 등에 최적화하는 작업에 돌입할 때에는 기존에 정보시스템을 통합할 때 투입된 비용과 시간이 다시금 들어가게 된다. 결국 행정기관의 의견을 제외한 행안부 장관의 일방향적인 통지가 행정기관의 정보시스템 고도화를 늦추게 된다는 얘기다.

클라우드 전문기업의 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가 작성한 개정안은 전(全) 행정기관의 정보자원 통합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행정안전부로 가져오는 내용이 담겨있다”면서, “행안부 장관 통지로 내려오는 것 보다 정보시스템을 보유한 기관과 전문성을 보유한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축이 돼 논의 과정을 거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의 ‘통합기준’ 개정안은 빠르면 이달 중으로 상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의 우려와 반대를 담은 목소리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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