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 중장기 ICT 기술 및 산업 트렌드를 보여주다

[아이티데일리] 라스베이거스에서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CES 2022’는 약 2,200여 개 기업이 참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의 절반 규모로 축소됐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전통적인 ICT 강자들이 대거 불참했고, 현란한 신제품으로 전시장을 장악했던 중국 업체들도 미국과의 갈등으로 인해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그 와중에 CES의 체면을 살려 준 곳은 한국이었다. 삼성, LG, 현대차 등 대기업 및 중소기업을 망라한 한국의 기업 500여 사가 대거 참가했다.

CES 행사장 전경. 사진=CES 공식 홈페이지
CES 행사장 전경. 사진=CES 공식 홈페이지

위축된 분위기였지만 CES는 여전히 중장기 ICT 트렌드를 읽고 예측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2020년의 CES는 수직이착륙 항공택시, 전기 또는 자율주행차, 5G 애플리케이션,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기술이 등장해 새시대의 도래를 알린 행사였다. 올해는 새로이 선보인 특별하거나 특이한 기술은 많지 않았으나, 2년 전 개념 수준으로 발표됐거나 전시된 시제품들이 상용화되고 기술적으로 완성된 결과물들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특히 향후 4~5년 동안 어떤 분야가 유망할 것인지를 짐작케 하는 행사였다.

CES 2022에서 드러난 미래의 기술적인 추세는 ▲로봇과 AI(인공지능) ▲모빌리타와 우주항공의 혁신 ▲코로나19 팬데믹을 반영한 디지털 헬스케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과 NFT(대체불가능 토큰) ▲기후 변화에 대응한 그린 테크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비즈니스 등으로 요약된다. 적어도 위에 열거한 분야에 종사하거나 진입하는 기업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 AI와 결합한 로보틱스

AI와 결합한 로보틱스는 과거 산업용으로의 쓰임새를 넘어 현재는 가정 및 공공 서비스 용도로 전환되는 분기점에 서 있다. 스마트 홈을 구성하면서 도우미 역할을 하는 비서 로봇, 홈쇼핑으로 주문한 상품을 집까지 배달하는 무인 배송 로봇, 로보택시 등은 이미 지난해부터 상용화됐다. 이제는 메타버스 등 가상세계에서 가상 인간으로 탄생해 사람의 삶과 접목될 것이다. 사람의 삶 전체를 바꾸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로봇의 유기체로의 변신’이 시작되는 원년이 된다.

영국의 로봇 기업 엔지니어드 아츠는 이번 행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를 선보였다. 사람과 유사한 표정과 웃음, 동작를 보여줬다. 로봇의 머리 안에는 17개의 모터가 들어가 있다고 했다. 로봇의 얼굴 생김새는 배우 윌 스미스가 주연한 영화 ‘아이로봇’에 나왔던 로봇 써니를 연상케 한다. 써니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로봇으로 영화의 줄거리에서 스미스에 못지 않은 주연급이다.

국내에서는 신한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CES에 참가해 AI 뱅커를 시연했다. 이를 위해 인공인간 아바타 기술 보유업체인 마인즈랩, 디지털 데스크 제조 업체 효성TNS와 협업했다.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기업들이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대기업과 소프트웨어 전문기업들의 가치사슬 생태계 조성 가능성을 보여 준다.


모빌리티 및 우주항공

모빌리티와 우주항공 부문은 적어도 CES에서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경연장이다. 전기차는 현대차와 메르세데스-벤츠,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업체들이 각각의 주력 모델들을 들고 나왔다. 로보틱스와 인포테인먼트, AR·VR·디지털 트윈 기술과 이들의 복합체인 메타버스의 융합이 두드러진다. 현대차의 ‘메타모빌리티’ 비전, 전자와 콘텐츠 글로벌 기업 소니의 ‘소니 모빌리티’ 등이 대표적인 콘셉트다.

AR/VR 기술은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산업과 접목된다. 사진=CES 공식 홈페이지
AR/VR 기술은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산업과 접목된다. 사진=CES 공식 홈페이지

민간 부문에서의 우주항공 진출은 가장 뜨거운 경쟁 분야다. 작게는 도심 하늘을 누비는 에어텍시에서 크게는 화성 프로젝트까지 폭 넓다. 다만 투자 규모가 워낙 막대해 대기업들의 잔치가 될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다. 테슬라 설립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 또는 버진 갤럭틱이 벌이는 유인 우주여행 경쟁은 올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머스크는 나아가 화성에 식민지를 개척한다는 원대한 포부로 유인 왕복 우주선 개발에 열을 올린다. 화성 표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 기술도 진행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는 이미 달에서의 태양열 발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승무원과 화믈을 수송하는 다목적 우주왕복선 드림 체이서도 등장했다.


◆ NFT 마켓플레이스가 온다

NFT가 이번 CES에 등장한 것은 뜻밖이었지만 필연이었다는 평가다. 기존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영역에서의 비즈니스는 금융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것이 NFT로 확대되면서 예술이나 인문, 인류와 개인이 고유하게 소유한 자산 등이 암호화폐 및 디지털과 결합하면서 NFT를 만들어 냈다.

NFT 시장의 확장성은 무한하다. 초기에는 거장들의 미술품 등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치가 무한한 예술품’들이 NFT로 재탄생해 고가의 시장을 형성했고 유명 야구선수의 사인볼이 3D NFT로 거래됐다. 앞으로는 평범한 사람들이 소유한 소중한 자산들도 그들만의 커뮤니티에서 NFT로 거래되는 시대가 열린다. 빅마켓과 스몰마켓이 공존하면서 시장은 폭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패리스 힐튼은 이번 CES에서 크리에이터가 자체 웹사이트와 브랜드로 NFT를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NFT 마켓 플레이스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이 자명하다. 중소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솔루션 기업들이 주목할 비즈니스 영역이다.


그린테크에서 찾는 기회

그린테크와 ESG는 기후 변화가 극심하고 이에 따른 재앙이 잇따르는 현 시점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국내에서도 ESG 경영이 화두다. CES에도 SK, LG, 두산그룹 등 한국의 대기업들은 물론 소니나 보쉬 등 글로벌 외국 기업들도 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사실 그린 테크는 앞서 이야기한 모든 기술과 사업 영역의 근간이 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제조업 전반에 적용된다.

지난해 11월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COP26(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에서는 탄소 제로를 위해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자는 합의, 산림 훼손을 중단하자는 약속, 토지를 산업화 이전으로 되돌리자는 서약 등의 성과를 도출했다. 이를 위해 산업을 혁신하고 에너지 사용의 패러다임을 일신하는 행동 계획을 마련하고 실천하자고 했다.

또 하나 의미 있는 것은 이 자리에 모인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석탄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자는 데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인 블랙록이나 골드만삭스, JP모건 체이스 등이 그린 테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그린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비율을 100%까지 달성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신재생 에너지 솔루션의 개발이나 순환경제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사 등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중소 벤처기업들이 성장의 기회를 잡을 것임은 확실하다.


눈길 모은 한국의 스타트업

CES에 참가한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이 영역에서 활약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것은 큰 성과다. 삼정KPMG가 발표한 비즈니스 포커스 ‘CES 2022를 통해 본 미래 ICT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총 292개의 벤처 및 스타트업이 행사에 참가했다.

CES 혁신상 전시관 전경. 사진=CES 공식 홈페이지
CES 혁신상 전시관 전경. 사진=CES 공식 홈페이지

중기부가 주도한 K스타트업관에서는 에바의 전기차 완속 충전기, 에이아이포펫의 반려동물 AI 진단기술 및 토털 건강케어, 텍트레이서의 창고관리 자동화 시스템, 히포티엔씨의 ADHD 진단 및 디지털 치료제 등이 전시됐다. 또 서울시가 이끈 서울관에서는 클레온의 AI 기반 영상 생성, 웨인힐스벤처스의 텍스트 파일 비디어 변환 알고리즘 엔진, 루플의 휴대용 햇빛 솔루션 등이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지원한 C-랩 전시관에는 모바일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필로토, 프로바, 이노비전, 잼스타, 디지소닉, 비트센싱, 엘로나이프, 셀렉트스타 등 13개 스타트업이 부스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네이버와 네이버의 스타트업 양성조직인 D2SF가 투자한 11개 기업들은 주로 AI 솔루션을 들고 나왔다. 네이버는 수년 전부터 AI 기술 개발에 전력 질주하고 있다. 이 중 전기차 충전 솔루션을 개발한 에바와 AR글래스를 개발한 레티널이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했다.

또 KAIST가 이끌고 참가한 10개 스타트업들은 ▲웨어러블 ▲클라우드 ▲빅데이터 ▲이미지 센서 등 기술 중심의 솔루션을 전시했다. 이 중 테그웨이, 덱셀리온, 티이이웨어, 돌봄드림, 아바타 등 5개 기업이 CES 2022 혁신상 수상 대상으로 선정됐다.

올해 CES는 코로나19 변종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해 종래와 같은 주목은 받지 못했다. 특히 희한한 제품과 아이디어 제품을 쏟아냈던 중국 업체들의 불참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트렌드를 정확히 짚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크다. 특히 앞으로는 범용 그린 테크, 제조업 전반에 적용되는 AI와 로보틱스, 인간의 삶을 돌보는 헬스케어, 현실과 가상공간의 융합 등 산업 경계를 넘나드는 기술이 각광받을 것임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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