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화석연료로 구동되는 자동차는 굳이 솔라 루프(태양광 패널 지붕)를 장착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솔라 루프가 자동차 업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솔라 루프는 자동차의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넣어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다.

사실 솔라 루프는 지난 2009년부터 상용화됐다. 도요타가 3세대 프리우스에 이를 장착했다. 당시에는 여름철 차 안의 온도를 식히기 위해 태양열 발전으로 에어컨을 켜는 용도였다. 주행거리를 늘려주는 용도로는 2세대 프리우스 프라임에서 처음 쓰였으며, 하루 평균 2.9km를 추가로 주행할 수 있었다. 미국 카르마의 스포츠카 리베로에도 비슷한 시기에 채택됐다. 하루에 2.4km를 더 주행했다.

현대차도 이 부문에서는 선구자다. 2019년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솔라 루프가 장착됐다. 현대차는 당시 하루 약 6시간씩 충전해 1300km를 더 달릴 수 있다고 했다. 하루 평균 3.6km를 더 움직이는 셈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전기차 아이오닉5에 솔라 루프를 옵션으로 넣었다.

벤츠의 비전 EQXX 차량 내부 모습. 벤츠는 솔라 루프를 이용해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에어컨 등의 장치를 구동하고 주행 거리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사진=벤츠

벤츠의 비전 EQXX 차량 내부 모습. 벤츠는 솔라 루프를 이용해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에어컨 등의 장치를 구동하고 주행 거리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사진=벤츠

이번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나섰다.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 ‘비전 EQXX’가 대상이다. 이 모델이 생산에 들어갈지 컨셉트로 남을지는 불확실하지만, 벤츠는 솔라 루프 기술을 사용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오토블로그가 보도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마커스 셰퍼는 회사의 발표회에서 “미래의 전기차 소유자들은 자동차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솔라 루프 옵션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셰퍼는 "고객들은 앞으로 유리 지붕이나 솔라 루프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갖게 될 것이다. 솔라 루프는 미적으로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배터리에 추가 에너지를 넣는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에 따르면 비전 EQXX의 솔라 루프는 매일 최대 25km의 거리를 추가로 달릴 수 있다. 지금까지의 솔라 루프 주행 보조 거리에 비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패널에서 발생하는 전기는 송풍기, 인포테인먼트, 조명, 그리고 다른 시스템에 동력을 공급하는 별도의 리튬-철-인산 배터리에 저장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를 통해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에 가해지는 압박을 해소하는 동시에 주행거리도 늘려 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전 EQXX의 지붕에 있는 117개의 태양 전지의 전력은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 팩에 직접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리튬-철-인산 배터리에 공급되고 저장된다. 에어컨, 조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기타 부속품은 모두 이 배터리로 구동된다.

별도의 배터리를 활용해 고전압 시스템의 전력 수요를 줄임으로써 그만큼 주행거리를 늘리는 구조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동시에 고압 시스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태양열 발전 시스템도 연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전기차 브랜드를 늘리는 BMW나 스텔란티스, GM 등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중장기적으로 솔라 루프를 채택할 움직임이다. 환경친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에도 좋은 아이템이다. 테슬라는 솔라 루프 사업부를 두고 가정의 지붕에 장착하는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조만간 자동차용 솔라 루프도 선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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