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우선 원칙 정립하고 SaaS 전환으로 미래 대비해야

[아이티데일리] 전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의 가치는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해서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시가총액 10대 기업 가운데 소프트웨어 업체의 수는 2010년 2개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8개로 늘었다. 이는 지난 10년간 소프트웨어 가치 패러다임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특히 디지털 전환이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데이터 분석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 창출 및 매출 향상, 업무용 디지털 도구 활용 증가, 그리고 보다 빠른 비즈니스 시작과 확대가 가능한 클라우드 활용 등까지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산업 환경 변화가 점점 더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전 세계적 추세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일까? 물론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뉴딜과 같은 단어가 여기저기서 등장하고, 산업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정부가 앞장서 분위기를 만들면서 많은 노력이 이어지고는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계의 실상을 들어 미래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이 글로벌, 특히 미국과는 다르게 성장해왔다는 점이다.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시장에 판매하는 상용 소프트웨어보다는 기업·기관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시스템통합(SI) 방식 아래에서 제작해주는 형태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주가 돼 왔기 때문이다. 이는 그간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이 수십 년간 키워온 고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동안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사업 입찰 시 기술보다 가격에 치중한 평가를 하면서 소프트웨어의 품질이 떨어지고, 발주기관이 사업비 절감을 우선시하면서 사업 대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SI 방식 아래의 용역 구축은 단순히 발주기관의 요구를 충족해야 하기에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의 발전 또한 가로막았다. 그러나 SI 용역 구축 방식은 올해에도 공공부문 사업의 89.3%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의 주가 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대로일 수만은 없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다. SI 용역 구축이 아닌 상용 소프트웨어 위주의 산업 생태계로 대 전환이 필요하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공공 사업에서 상용 소프트웨어를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이에 정부도 올해 ‘소프트웨어 생태계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에는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용역 구축이 아닌 구매 우선의 원칙을 세운다는 큰 방향이 담겼다.

지난해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1년간 많은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앞장서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 노력에 발맞춰 소프트웨어 기업들 역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작은 상용 소프트웨어의 개발이다. 여기에 기존 상용 소프트웨어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전환이라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그래야 세계적 추세에 발 맞춰 따라갈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2024년까지 글로벌 상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연평균 6.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해서는 같은 기간 연평균 3.5%만의 성장을 기대했다. 예상을 깨 버릴 수 있는 공공시장과 업계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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