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은 수요자 겸 산업 육성 책임자…민간 기업 육성 고려

[아이티데일리] 한 집안 두 식구. 정부의 클라우드 전환 방향을 두고 행정안전부(행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을 한 업계 관계자가 비유한 말이다. 행안부는 공공기관들이 공공 클라우드 센터를 통해 클라우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과기정통부는 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국내 클라우드 업계는 행안부의 공공 클라우드 센터 정책에 대해 ‘공공기관의 시장 침해’라며 과기정통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공공시장을 통하지 않고는 외국 CSP들이장악하고 있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이 없다는 주장이다. 외국 기업과 힘들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저도 공공 클라우드 센터와 경쟁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공공은 IT 자원을 사용하는 수요자이기도 하지만 국내 IT 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보안에 문제만 없다면 공공기관에서 기업의 클라우드를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행안부의 입장은 다르다. 두 부처의 입장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지난달 과기정통부는 ‘3차 클라우드 컴퓨팅 기본계획’을 공개하며 공공에서 민간 클라우드를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정부의 클라우드 이용 방향을 발표했지만, 8,68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2025년까지 행정·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통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행안부는 공공 클라우드 센터 위주로 가야한다고 주장한다.

행안부는 행정·공공기관 정보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통합 사업과 관련해 사업의 46%는 기업의 클라우드를 이용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보안을 이유로 기업의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없는 기관을 고려하면 29.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행안부가 공공 클라우드 센터 이용료를 기업의 클라우드 이용료보다 저렴하게 산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행안부 예산안에 따르면 기업의 클라우드 이용료는 서버 당 1,000만 원, 공공 클라우드 센터의 이용료를 800만 원으로 산정했다.

마치 정부 부처가 기업과 공공 클라우드 센터 경쟁을 유도하는 모양새다. 특히 수요기관인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민간에 비해 저렴한 공공 클라우드 센터를 선호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물며 보안사고 시 책임소재도 기업 클라우드를 선택할 경우 기관의 장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행안부의 클라우드 방향성은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산만 해도 8,000억 원이 넘는데, 정책 방향이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안부가 사업을 밀어붙인 것은 예산 낭비는 고사하고 공공부문의 디지털 전환을 더디게 만들 뿐”이라고 질타했다.

처음 이슈가 제기된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간 행안부는 과기부와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의 주장에 귀를 막고 있다. 두 부처가 힘을 합해도 모자랄 판에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으니 정부가 주장하는 클라우드 강국은 요원하다는 생각이다. 하루라도 빨리 행안부와 과기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는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올바른 방향성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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