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식 엔코아 플레이데이터 남부교육센터장

[아이티데일리] IT 업계를 괴롭히는 인력 부족이라는 고질병이 끝나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정부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범국가적 혁신을 천명하면서 인력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와 학계, 민간이 협력해 다양한 인재 양성 정책과 전략을 내놓고 있지만,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청년들에게 부트캠프 등으로 당장 쓸 수 있는 근시안적인 교육만 제공하고 산업 전선으로 밀어넣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데이터 비즈니스 전문기업 엔코아(대표 이화식)가 자사의 전문적인 역량을 활용해 청년 데이터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어 화제다. 김권식 엔코아 플레이데이터 남부교육센터장을 만나봤다.

김권식 엔코아 플레이데이터 남부교육센터장
김권식 엔코아 플레이데이터 남부교육센터장

엔코아의 데이터 노하우 녹아든 플레이데이터

엔코아는 지금과 같은 인력난이 발생하기 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데이터와 IT 교육을 제공해왔다. 지난 2017년부터 AI가 모든 산업계의 핵심 화두가 되고 데이터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교육 브랜드 플레이데이터(playdata)를 새롭게 설립하고 차별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플레이데이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SW전문인력양성기관으로 지정돼, 우수한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플레이데이터가 여타 교육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교육생들에게 데이터 산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취업 후 기업에서 곧바로 일인분을 할 수 있도록 짧은 기간 동안 특정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하지만 특정 분야만 학습하다보면 전체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게 된다. 전체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본인의 업무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이 왜 나왔는지, 결과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교육생의 업무 분야를 좁히고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렇게 짧은 교육 기간 동안 특정 분야만 공부해 매몰되지 않도록, 플레이데이터는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젝트 중심 교육은 교육 기간 동안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단위별로 진행하면서 전체 데이터 워크플로우를 학습하는 방식이다. 교육과 실습을 병행하면서 실제로 데이터 프로젝트의 요구사항을 정리하는 단계에서부터 데이터 수집과 처리, 분석과 시각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 대한 전반적인 시야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는 엔코아가 그동안 고객들에게 데이터 라이프사이클 전체에 대한 관련 컨설팅과 서비스, 솔루션 등을 제공하면서 습득한 고도화된 프로젝트 방법론이 적용됐다.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통해 교육생들은 개별 단위 업무들이 해야 하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면서, 동시에 이것이 전체 데이터 워크플로우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이후 기업에 입사한 후 본인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것은 물론, 본인에게 맞는 직무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커리어패스를 계획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플레이데이터는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통해 IT 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결하고 교육생들의 성장 가능성을 넓혀주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김권식 엔코아 플레이데이터 남부교육센터장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끝나지 않는 인력난…주니어 개발자 수요 급증

Q. 엔코아가 교육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엔코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일종의 교육 사업을 벌여왔다. 다만 당시에는 개발자나 분석가 양성을 위해 본격적인 교육 사업을 벌였다기보다는, 고객사들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관리 차원에서 교육을 진행했다. 별도의 교육 조직을 갖추지 않고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는 솔루션 사업부와 컨설팅 사업부 등이 교육을 진행했다.

그러나 2010년 중반에 들어와서는 상황이 변했다. 이미 빅데이터가 산업계 전체의 화두가 된 지 제법 시간이 지났고, 새롭게 AI라는 용어가 떠오르는 시점이었다. 엔코아가 기존에 하고 있던 데이터 비즈니스 역량과 교육 프로그램이라면 AI와 빅데이터에 대한 교육도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이 와중에 내부에서 굳이 교육 대상을 고객사로 한정할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의견이 대두됐다. 범국가적인 청년 실업 문제도 있고, SW 개발에 대한 관심이 지금만큼은 아니어도 매섭게 몰아치던 시기였기 때문에 수요는 충분했다. 게다가 우리 회사나 협력사들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소위 청년 인재들을 AI와 데이터 교육으로 무장시켜서 데리고 와야 한다는 니즈도 있었다.

그래서 2017년부터는 데이터 리니지(lineage)나 거버넌스(governance) 등 전통적인 B2B 중심의 기술 교육에서 벗어나, 소위 빅데이터나 AI와 같은 것들을 주니어 개발자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본래 엔코아 자체가 데이터 분야에서 위상이 있는 기업이고, 마침 정부에서도 SW 인재 양성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시기적으로도 잘 맞물렸다.

현재 플레이데이터는 교육생들을 모집해 6~7개월 동안 집중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취업 매칭까지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직접적인 교육은 한 팀에 25명 정도로 상시 10~11개 팀이 운영 중이며, 실제 프로젝트에서 하는 교육까지 더한다면 4~500명 정도의 교육생들을 보유하고 있다.


Q. IT 업계의 인력난이 끝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대학교와 기업들의 노력으로 IT 인력 공급이 많이 이뤄졌지만, 그동안 수요는 더 많이 늘었다. 그래서 여전히 인력난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요구하는 인력 레벨에서는 변화가 생겼다.

2010년 초반에는 빅데이터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련 세미나가 많이 열렸다. 대개 새롭게 기술적인 무언가를 제시하기보다는 빅데이터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오고갔다. 산업계에서 새로운 단어를 비즈니스로 정립하기 위해 발을 떼는 느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에는 빅데이터라는 새로운 업무를 리딩해 줄 수 있는 시니어 이상의 인력들이 필요했다. 빅데이터를 한다고 하려면 최소한 석‧박사 정도는 달아줘야 하는 시절이었다. 이는 AI가 처음 화두가 됐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지금은 빅데이터나 AI가 태동기에서 본격적인 성장기로 들어선 시점이다. 단어에 대한 정의는 어느 정도 세워졌고 이제 실제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수의 실무 인력들이 필요하다. 리딩이 가능한 소수의 시니어를 팔로우 해줄 수 있는 주니어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부트캠프 같은 곳에서 생산되는 인력에 대해서도 많은 니즈가 발생하고 있다.

워낙 인력난이 심하다보니 IT 업계에서는 채용 문화가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가만히 기다리면 구직자가 이력서를 들고 찾아왔는데, 지금은 그렇게 앉아있다간 다른 기업이나 해외 기업들에게 다 빼앗겨버린다. 그러니 기업들이 먼저 눈에 불을 켜고 원하는 인력을 찾아다니는 상황이다. 또한 예전에는 능력이 부족해 뽑지 않았을 사람들도, 얼추 비슷하다 싶으면 일단 데리고 가서 레벨업을 시켜 투입하기도 한다. 실수요처가 많아지니 공급처도 늘어나고, 파이프라인에 들어오려는 젊은 친구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업무 단위별로 집중 학습하는 ‘프로젝트 중심 교육’

Q. 플레이데이터 교육 프로그램의 특징은?
일반적인 부트캠프 교육들은 대개 기술과 실무에 대해 가르치는 이론 교육 과정과 졸업 작품을 만드는 실습 기간이 나뉘어있다. 플레이데이터 역시 그런 교육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었다. 6개월짜리 교육이면 5개월은 이론 교육, 나머지 1개월에는 그동안 공부한 것을 활용해 졸업 작품을 만드는 식이다.

문제는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프로젝트 주제를 선정하고 완성품까지 만들어야 하다보니 대부분 주제가 이상적이거나 추상적인 것들만 나왔다. 본인이 공부한 것들을 떠올려가며 대충 이런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과제를 내는 것이다. 졸업 작품을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취업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이렇게 현장성이 떨어지는 프로젝트로는 기업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또한 졸업 작품을 만드는 6개월 차가 되면 1개월 차에 배운 내용을 잊어버리거나 숙련도가 떨어져서 난항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레이데이터는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도입했다. 간단히 말해 교육과 실습을 함께 가지고 가는 것이다. 가령 빅데이터 교육 과정이라고 하면, 빅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전체 워크플로우를 단위별로 나누어 각각 이론 교육과 단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전체 워크플로우를 한 번에 가르치고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졸업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단위별로 가르치고 단위별로 과제를 내는 쪽이 훨씬 교육 효율도 높아지고 과제도 좋은 것들이 나왔다. 

교육과 프로젝트를 병행하다보면 강사 한 명이 많은 교육생들을 하나하나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이론 교육은 강사가 하고, 프로젝트는 현직에 있는 멘토들을 모집해 맡긴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기획 단계라면, 현직에서 기획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전담 멘토들을 교육생 4~5명과 매칭해 현장감있는 조언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우리 엔코아 직원들을 투입하기도 하고, 협력사들이나 인력 채용을 원하는 기업 담당자들을 모셔다가 맡기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멘토가 교육생이 마음에 들어 즉각 데리고 가는 경우도 일어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 사원의 업무 능력과 성격을 미리 파악할 수 있어 좋고, 교육생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의 업무를 미리 경험해보고 들어갈 수 있어 좋다.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통해 전체 데이터 업무 프로세스를 단위별로, 또한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통해 전체 데이터 업무 프로세스를 단위별로, 또한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Q. 프로젝트 중심 교육의 장점은?
청년들이 처음 데이터 업계에 발을 들이면 대부분 업계 일선의 분석가보다는 데이터 전처리 같은 엔지니어 역할로 가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 기업의 중요한 데이터를 맡길 수는 없을 테니 당연한 수순이다. 엔지니어는 분석가들이 손쉽게 분석을 수행할 수 있도록 DW를 만들어주는 것이 주요 업무다.

여기에서 프로젝트 중심 교육의 장점이 드러난다.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통해 전체 워크플로우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이해하고 있으면 현재 엔지니어인 내가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지, 내가 만든 결과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떻게 만들어서 다음 단계로 넘겨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단위별로, 또한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체적인 시각은 시니어에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대부분의 주니어들은 본인에게 주어진 단편적인 업무에 매달려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전체적인 시각은 커리어패스를 계획하는 데에도 크게 유리하다. 요즘은 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본인의 성장도 생각해야 하는 시대다. 내가 지금은 엔지니어지만 나중에는 분석가로 넘어가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플레이데이터의 프로젝트 중심 교육이 빛을 발할 수 있다. 각 단위 업무들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니 목표를 명확히 하고 역량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인이 성장하고자 하는 목표가 불분명해 열심히 일하기는 하는데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Q. 교육생 중 IT 전공자와 비전공자 간에 차이가 있는지?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 소위 전공자라고 말하는 공대, 컴공과 출신이 비전공자들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 플레이데이터 교육생들 중 전공자와 비전공자 비율은 5:5 수준인데, 20명을 한 수업에 몰아놓고 5명씩 팀을 만들라고 하면 서로 전공자와 팀을 하고 싶어한다. 전공자와 한 팀이 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출발선의 얘기고, 결과적으로 보면 그 차이는 금방 메꿔진다.

흔히 전공자가 유리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비전공자가 응용력이 없다고 한다. 그들은 곡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 채 빵을 데우는 기술만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다고 말한다. 원자재에 대한 지식, 근간이 되는 지식이 없으니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적용해보면 전공자라고 해서 곧바로 원자재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전공자인 신입사원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다 한들 회사의 핵심 데이터 분석을 맡길까? 그렇지 않다. 처음 들어가면 전공자건 비전공자건 다 선배들 서포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기 위한 역량은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충분히 교육 과정을 통해 익힐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전공자와 비전공자 간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전공자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단어를 비전공자는 모를 수 있다. 그러나 그래봐야 결국 주니어 레벨이다. 그들을 데리고 일해야 하는 시니어가 보기에는 어차피 다 부족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시니어에게는 지시한 업무를 잘 수행하고 서포트를 잘 하는 사람이 필요하지, 단어 하나를 더 알고 모르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세부적인 차이를 아는 것이 이왕이면 다홍치마긴 하지만, 채용을 결정지을 정도로 큰 차이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반대로 주니어가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이는 IT 분야 전체에 대한 얕고 넓은 지식이다. 제대로 아는 분야는 적더라도 전체 그림을 이해하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단순한 업무를 하고 있더라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역할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업무 능률도 높고, 나중에 다른 업무에 투입되더라도 금방 적응할 수 있다. 박지성이 다양한 역할 수행 능력으로 최고의 선수가 됐던 것처럼, 감독이 원하는 다양한 역할에 알맞게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플레이데이터 같은 교육기관들의 책무는 교육생들이 다양한 기술들을 접하면서 넓은 시야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기업이 원하는 기술들을 주입시켜서 부품처럼 배출하는 게 아니라, 당장 눈앞의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전체를 어설프게나마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그 안에서 노력하고 탐색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은 본인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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