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규제 변화가 새로운 IT 수요를 창출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즉 집단소송법, 신탁업법, 그리고 공인회계법, 외부감시법, 증권거래법 등은 지난해와 올해에 시행됐거나 시행될 예정이다.
새로 마련했거나 마련할 예정인 이들 법안들의 시행에 따른 IT, 즉 소프트웨어 솔루션 및 하드웨어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사베인즈-옥슬리 법안의 영향을 받아 국내에서도 회계 관련 법안들이 크게 강화됐다.

예를 들어 공인회계사법, 외부감사법, 증권거래법 등이 이미 시행되고 있고, 올 1월 1일부터 시행되기로 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현재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역시 과거에 비해 크게 강화됐다. 현재 개정안이 과거 분식회계를 집단소송 대상에서 2년간 제외하는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개별 소송은 가능해 여기에 대비한 시스템적 보완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에 따라 회계 컴플라이언스에 대비한 내부통제 시스템 도입은 꾸준히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회계 규정 강화로 주목 받았던 집단소송법-일부항목 2년 유예- 역시 도입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고, 증권업무와 관련된 신탁업법도 규제 완화 요소가 있어 이를 대비한 새로운 IT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S, 핸디소프트 등은 지난해 솔루션을 정비하고 이 부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고, 집단소송법의 대상이 되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80여개의 상장사와 등록법인들은 구체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화재가 지난달 관련 시스템을 개통했으며, 삼성화재, 삼성생명,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이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LG화재는 1차 시스템 개통에 이어 2차, 3차 개발로 이어갈 계획에 있으며, 현대해상은 6월 이전 시스템 구현을 완료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12월 말 회계개혁법과 관련된 공문을 보내 관련 시스템 구축을 권고하고 있다. 아직 구현 사례가 없는 만큼 구체화된 방법론 제시나 방향 설정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최근 갖은 세미나 개최 등으로 구현 사례 확보에 나서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계개혁법이 규제강화를 통한 신규시장이라면 증권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를 통한 신규시장이 기대되고 있다. 기존에는 신탁업 전문 업체인 신탁회사와 은행만 신탁 운용이 허용됐지만 최근 정부가 보험업, 증권업의 규제를 완화하면서 그 범위를 넓혔다. 이번 신탁업법 개정으로 신탁상품의 판매만 가능했던 증권사들은 이제 신탁 운용까지 가능해졌다.
신탁 업무가 가능한 국내 증권사는 총 20개사 정도다. 이중 10개 증권사가 올해 초부터 신탁 업무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본격적인 사업은 시행령이 구체화된 상반기 중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IT시스템 구축은 그 전에 시작돼야 하기 때문에 올해 초 증권 IT 시장에서의 움직임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신탁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소요되는 투자 금액은 대략 20억 원 가량이다. 20개 증권사가 모두 시스템 구현에 나선다면 총 4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특히 신탁업시스템 중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백오피스 부분은 증권사가 구현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신규로 도입해야 한다. 모 증권사 IT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올해는 증권사 규제 완화에 따른 신탁업 시스템 구축이 증권 IT 업계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여 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룹사 내에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는 동양시스템즈와 대신정보통신 등이 신탁업무 시스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동양시스템즈는 증권사 신탁업 관련 설명회에 참가하고 필요한 시스템에 대한 경험, 인력 정비를 진행했다.
대신정보통신은 상반기 내로 시스템 구축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5월 중 기존 엔진을 이용한 패키지 출시를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렇듯 올해 상반기는 규제강화 또는 규제완화에 따른 ‘이머징 마켓’이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규제라고는 볼 수 없지만 신규 제도 도입에 따른 금융권 퇴직연금 솔루션 시장도 이와 유사한 시장이다.

2003년 금융권 방카슈랑스 시장이 ‘이머징 마켓’ 중 최대 화제가 됐다면 올해 IT 업체들은 컴플라이언스 시장과 규제완화에 따른 신규 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본다.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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