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가 최근 IT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조금은 깨닫기 시작 한 것 같다. IT특보 신설, 대한민국 SW 도약 전략 마련, 벤처펀드 조성 등 이러저러한 희망 섞인 소식이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 하나 가슴에 와 닿을 만큼 묘책이라는 느낌이 안 든다. 그저 여기저기서 이구동성으로 쏟아 내고 있는 IT인들의 불만과 비난을 의식한 나머지 임시방편적으로 만들어 냈다는 생각이 앞선다. 문제는 IT 산업, 좀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과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행안부의 한 고위 관리가 어느 대학교 강단에서"IT 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 행정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수 년 동안 3,000억 가까이 투입했지만 이용하는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은 반면, 그와 비슷한 자금을 투입한 청계천 사업은 이용하는 시민들이 훨씬 많다"고 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막말로 청계천에는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다. 반면 컴퓨터는 작동이 멈추면 당장 청와대는 물론 정부 각 부처, 국가 행정정보망, 금융기관 등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각종 업무가 올 스톱된다.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중요성, 더 나아가 그것이 산업으로서의 국가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더욱이 그러한 IT 시스템의 구성 요소들이 거의 외산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조차 못하고 있다. 국내 컴퓨터 시장은 이미 외산이 거의 장악한지 오래됐다. 소프트웨어 패키지의 경우 외산이 83%를 차지한다. 하드웨어는 일부 PC 제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산이라고 보는 게 맞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평가 받는 것은 인터넷을 그만큼 많이 이용하고 있고, 컴퓨터를 많이 활용하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자동차나 철강, 반도체처럼 우리나라의 기술력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해 세계 시장에 내다 팔아 인정받는 게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MB정부가 진정으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고 싶다면 우리나라 IT산업이 어떻게 형성돼 있고,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고 정확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게 옳다.

정부가 국산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구매자 또는 직접 개발자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결코 살아날 수 없다. 기업들이 개발자 및 공급자로서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구매자로서 또는 직접 개발자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기업들은 최저가 입찰제라는 제도적인 틀을 결코 벗어나지 못해 산업으로서의 성장가능성은 요원하다.

또한 학교와 연구소는 미래 방향과 목표에 맞춰 기반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얼마 전 구글 코리아가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국내 최고의 대학교 출신 100여 명을 면접했지만 겨우 5명밖에 뽑지 못했다고 한다. 영어가 안돼서가 아니다. 프로그램 개발을 못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올해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컴퓨터공학과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고, 최고의 대학원으로 평가되는 KAIST에 리눅스를 가르치는 교수가 없다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이다.

IT특보? 특보라는 자리는 권한도 없고, 조직도, 보수도 없는 명예직이라고 한다. 그저 이명박 대통령과 가끔 만나(한 달에 한 번 꼴) 식사를 하면서 맡은 분야와 관련된 소식과 의견을 전달할 뿐 실행력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갈 차세대 산업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고, 고용창출에도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감히 말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많은 우리나라는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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