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굶어 죽어가고 있다. 외양간을 고치기 전에 먼저 먹이를 먹여라. 수 년 전에 나온 정책을 가지고 논의만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지원을 해서 기업을 살리란 말이다."

지난 3월 19일 개최된 'SW해외진출 역량 및 성공전략 토론회'가 끝날 무렵, 객석에서 한 노기업인이 울분을 토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정부의 홀대정책은 변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토론회만 열어본들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해외진출을 통해 소프트웨어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었다. 수출을 위한 전략적 제안이 있었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정책 변화와 내수 시장의 안정이 중요하다는 데 발제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를테면 현대정보기술의 이영희 대표는 정부의 인력 수 기반 가격 산출 정책만이라도 바꾼다면 시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서울대 고건 교수도 정부의 오랜 하드웨어 방식의 시장정책을 버리고, 소프트웨어 방식의 정부정책이 펼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W해외진출 역량 및 성공전략'을 모색하는 이날 토론회는 결국은 정부의 소프트웨어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귀결됐다. 한마디로 주제는 그럴싸했지만 내용물은 수 년 동안 반복돼온 재탕 삼탕 그대로였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도 한국 SW생태계를 주제로 유사한 토론회가 있었다. 당시 발제자들은 한국 SW 산업의 우수인력 부족, 인력 수 기반 가격 산출 탈피, SW 불법복제 대책, 대기업 위주 지원 방식의 문제점 등을 제기하고 정부의 지원정책을 절박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물론 이 당시 내용들도 그 이전부터 각계에서 꾸준히 지적해온 내용들이었다.

이처럼 정부의 소프트웨어 산업 정책에 대한 관련 업계의 지적과 기대는 수년 동안 똑같다. 똑같다는 것은 식상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무리 애원해도 정부의 귀는 열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현재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IT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에서 소프트웨어는 이제 3D에 'Dreamless'라는 단어를 추가, 4D산업으로 풍자될 정도로 한심한 상황에 처해 있다. 세계 최고의 IT 얼리어답터이면서도 세계 100대 SW그룹에 속하는 기업을 배출할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는 한국 IT뉴딜 정책을 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정부의 귀가 쇠귀는 아닐진대, 수차례에 걸쳐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토론회는 여전히 우이독경하고 있다. 이런 정부를 바라보는 관련업계는 속이 타다 못해 말라비틀어질 지경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한 노기업인이 지경부 차관까지 참석한 공식 자리에서 격한 반응을 보였겠는가?

수십차례 반복되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호소를 정부는 귀를 열고 받아들이기를 재삼 재사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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