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전 세연테크 대표이사 “어려운 시기 함께 해준 직원과 협력업체에 감사”

"다시 한 번 일어서게끔 도와준 직원 및 협력업체에게 감사하고, 아주 소중한 기회로 삼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


손영전 세연테크 대표이사



국내 RFID/USN 산업을 대표했던 세연테크놀로지가 명가(名家) 재건을 선언했다. 작년 말까지 자금 압박에 시달리면서 회사가 존폐위기까지 처했으나, 지난 2월 극적으로 법원이 화의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법원이 중소기업의 화의신청을 받아주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법원이 세연테크놀로지의 국내 RFID/USN 산업 내 에서의 입지와 함께 그동안의 기술투자에 대한 부문을 충분히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1년 회사설립~2006년까지'승승장구'

세연테크놀로지는 2001년 설립돼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RFID/USN 산업을 이끌어 온 대표 기업 중 하나다. 당시 3명으로 시작한 세연테크놀로지는 오로지 제품 개발에만 투자해왔으나 척박한 시장환경 속에서 빈약한 매출로 인해 첫 번째 위기를 맞는다. 그해 12월 파산 지경에 이르면서 1명의 직원으로 회사를 꾸려나가야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었지만 다행히 기회가 찾아왔다. 국내 굴지의 반도체 생산라인에 RFID 하드웨어 공급을 수주하게 된 것이다.

기사회생하게 된 세연테크놀로지는 그 후 다양한 주파수 대역의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고, 때마침 펼쳐진 정부의 RFID/USN 육성 정책과 맞물려 다양한 사업을 수주하면서 국내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세연테크놀로지는 지속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를 감행하면서 수동형 RFID 리더부문은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만큼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동글리더부터 포켓리더, 18개 안테나 포트 연결이 가능한 수동형리더까지 리더 부문의 기술력만큼은 인정받고 있다.

'투자확대 감행'…예측 빗나가

1차 위기를 벗어난 후, 수 년 동안 세연테크놀로지는 승승장구하면서 국내 RFID/USN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위기의 그늘이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2007년부터 또다시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국내 RFID/USN 대표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세연테크놀로지는 2008년 까지 인원을 100여명으로 증원하면서 지속적인 R&D 투자를 감행했다.

그러다 보니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평가가 시장에 번져나가고,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는 등의 좋지 않은 소문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결국, 세연테크놀로지는 국내외 시장이 기대이상으로 성장하지 않자 자금의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서 2007년 처음으로 외부 투자를 받게 됐다.

손영전 사장은 "중소기업이 RFID/USN이라는 한 분야의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2007년 초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상당한 R&D 투자를 진행했는데 해외 시장 역시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수익구조가 나빠졌음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다보니 자금 사정이 안 좋은 쪽으로 변해가면서 투자를 유치하게 된 것"이라고 그때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손 사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RFID/USN 기업으로서의 세연테크놀로지의 역할에 대한 중압감도 컸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손 사장은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투자가 필요했고,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타진도 시도해보고 여러 결실도 얻긴 했지만 중압감은 상당했다"고 털어놨다.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없다

작년 말 세연테크놀로지는 국내 RFID/USN 산업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는 위기까지 처하게 된다. 세연테크놀로지의 R&D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는 동안 대내외 경기는 더욱 악화됐고, 국내는 물론 해외 매출 부진 등의 이중고를 겪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세연테크놀로지는 커다란 적자를 떠 앉게 되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손 사장은 "국내외 매출이 어느정도 받쳐 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2007년부터 국내 RFID/USN 산업이 정체된데 이어 해외 시장 역시 녹녹치 않아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손 사장의 예상이 철저하게 빗나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발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경기에서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자금조달처를 찾지 못하고 세연테크놀로지는 파산 직전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결국, 세연테크놀로지는 1월 초 법원에 화의신청을 냈고, 15일 자산보전처분이 결정됐다. 그리고 지난달 12일 법원에서 손 사장의 화의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세연테크놀로지는 자금적인 측면에서 부담감을 털어내고 정상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손 사장은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었다고 회고한다. 손 사장은 "회사가 자금 압박을 겪으면서 가압류가 진행돼 매출을 기록해도 자금회전이 되지 않는 상황까지 몰리면서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며 "이 시간을 함께 해준 직원들과 법원이 화의신청을 받는데까지 많은 도움을 준 협력업체들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화의결정…재도약 발판으로 삼을 것

이렇게 법원이 화의신청을 받아주면서 세연테크놀로지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과연 세연테크놀로지의 재도약은 가능할까? 일단 손 사장은 해외 시장을 승부처로 보고 있다. 세연테크놀로지는 지난 8년 동안 제품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기술력과 제품라인업은 확보한 상태다.

손 사장은 "수동형 RFID 부문에 대한 우리의 기술력은 입증된 상태이며 해외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세연테크놀로지는 사업방향을 당분간 수동형 RFID 부문에만 초점을 맞추고, USN 사업은 회사가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힌 후에 재추진키로 했다.

손 사장은 "세연이라는 이름을 다시 얻게 돼 기쁘다"며 "하늘이 주신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직원과 협력업체를 위해서 더 나아가서는 국내 RFID/USN 산업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뛰겠다"며 결의에 찬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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