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에 국내에 공급된 PC는 약 327만대(데스크톱 268만대, 노트북 59만대)라고 한다(가트너 조사). 이 가운데 OEM(주문자 상품) 공급제품인 조립 PC는 약 10~12% 가량이고, 나머지는 모두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브랜드PC(삼성, LG, 삼보 등이 공급)라고 한다. 즉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PC는 2003년에만 약 288만대(88%일 경우)를 국내 시장에 공급한 셈이다.
시장상황에 따라 공급 물량은 매년 다를 수 있지만 인텔 프로세서 PC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평균 약 80%라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인텔 프로세서의 공급가격은 얼마나 될까 ?
삼성전자 PC의 경우 본체에 탑재하는 펜티엄 4(3㎓) 프로세서 가격은 약 23만 5,000원(21만~26만원까지 거래 됨)이고, 메인보드에 장착하는 인텔 865G는 약 6만원 등에 각각 거래된다고 한다. 본체 가격이 100만원에 거래된다고 하는데, 그럴 경우 전체 가격의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인텔 제품가격의 비중은 가장 크다. 즉 PC 본체에는 이들 인텔 제품 외에 HDD, DVD+CD-RW, 멀티 카트리지, 비디오 랩, 비디오 카드 등의 다른 부품들도 장착하는데 이들 부품들의 가격은 대략 4만~6만 원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처럼 인텔 제품은 본체 전체 가격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경쟁사 제품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어쨌든 인텔이 프로세서 판매를 통해 매년 한국으로부터 걷어 가고 있는 돈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인텔코리아는 잘 모르고 있고, 알고 있더라도 미 본사 정책에 따라 밝힐 수 없다고 한다.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인텔코리아는 강조했다. 그렇다면 국내에 공급된 PC를 통해 역산해 보면 대략 인텔이 한국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돈을 매년 걷어 가는 지 추정해 볼 수 있다. 즉 2003년 기준으로 볼 때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PC는 약 262만대가 공급됐다. 대 당 약 30만 원 정도가 인텔 부품이기 때문에 약 7,860억원(2,620,000대 x 300,000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삼성,LG, 삼보 등 브랜드 PC 공급업체들은 대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미 본사와 직거래를 한다. 때문에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받고 있을 수 있어 이러한 숫자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러나 인텔은 단순히 프로세서만 국내에 공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수치 이상의 돈을 국내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참고로 인텔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경쟁사인 AMD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약 5,000억 원 이상의 매출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것도 모바일 부문에서만 그렇다고 한다. AMD 코리아와 인텔코리아의 매출실적 차이는 8:2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만약 그렇다면 인텔이 국내에서 걷어 들이는 돈은 역추산한 수치보다 훨씬 높은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인텔은 매년 국내에서 수 천 억을 벌어들이면서 한국에 투자하거나 기여하는 돈은 얼마나 될까?
인텔코리아는 이에 대해 속 시원한 대답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인텔에게 국내에 R&D 연구소를 설립, 한국이 발전할 수 있도록 무엇인가 기여하라고 강력히 요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 걷어 가기만 하지 말고 벌어들인 만큼 한국에도 투자하라는 것이다. 인텔은 결국 지난해 3월 ‘인텔 R&D 센터’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인텔코리아가 설립된 지 17년 만이다.

연구분야는 ‘Digital Home’과 ‘무선통신’이고, 채용인원은 20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설립 발표 1년이 다가오지만 인원은 5명밖에 안 되고 있고, 투자규모도 밝히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IBM은 160만 달러라는 투자규모는 물론 연구인력 규모, 향후 계획 등 세부적인 계획까지도 분명히 밝혀 놓고 있다. 한 마디로 인텔은 R&D 센터 설립 및 추진 의지가 분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지 못해 억지로 따라가는 인상이 짙은 것이다.
로마제국이 1,4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권력이나 돈이 아니었다. 즉 법과 제도를 통한 개방성에 있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나 아닌 다른 존재를 인정할 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텔코리아가 한국 속의 기업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 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때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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