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록 위원/ 한국전자지불산업협회


한국전자지불산업협회 천성록 위원



INSIDE Contactless(www.insidecontactless.com)의 Bruno Charrat가 NFC 관련 특허를 등록한 해가 1999년이니까, NFC의 역사도 올해로 벌써 10년이 됐다. 당시에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라는 용어가 태어나기도 전이었지만, 이제는 NFC를 국가축구센터(National Football Center)가 아니냐고 쌩뚱맞은 질문을 하는 엔지니어는 거의 없어졌다.

특히 2004년에 NFC Forum(www.nfc-forum.org)이 발족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한 덕분에 스마트카드, RFID 등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아마도 어느 정도 NFC의 개념에 친숙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NFC, 올해 원년 맞이한다
NFC가 안출된 배경으로 두 가지의 아이디어를 들 수 있다. 하나는 13.56MHz 주파수를 사용하는 근접형(proximity)과 근방형(Vicinity) 단말기와 카드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 보면 대칭성(symmetry)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단말기와 카드 각각을 모식화해 보면 양자는 공통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프로세서, 비접촉식통신을 위한 Contactless Front-End, 그리고 유도결합용 안테나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단말기와 카드의 차이는 단말기가 카드로 전력을 공급해 준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여기서 Bruno는 단말기와 카드의 역할을 더불어 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해 생각한 것이다. 이는 마치 암수의 성역할을 하나의 개체에 보유하고 있는 자웅동체(雌雄同體:hermaphrodite)와 같은 것이다.

어떤 때에는 단말기로 기능하고, 어떤 때에는 카드로 동작하는 그러한 것을 상상한 것이다. 그리고 단말기와 단말기가 호상간 통신하고, 카드와 카드가 호상간 통신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통신의 개시에 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두 개의 개체가 서로 통신하기 위해서는 통신의 의사를 갖는 어느 일방이 상대방을 호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를테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부를 때, "여보세요!"라고 말을 거는 것을 들 수 있다. 전기통신의 어떠한 프로토콜에도 이렇게 호출하는 절차가 있게 마련이다. NFC에서는 통신하고자 하는 두 개의 디바이스가 동작공간(Operating Volume) 내에 진입하게 되면, 서로 통신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통신절차를 개시하게 된다. 이러한 개념은 사용자의 편리성을 극대화시켜 준다.

아무런 의식없이 하나의 디바이스를 다른 디바이스에 접근시키면 통신이 개시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교통카드를 교통카드 단말기에 가까이 대면, 지불 절차가 시작되는 것을 비롯해서, NFC기능을 갖는 휴대전화끼리 대면, 전자명함을 서로 교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NFC 기능은 복잡한 사용법을 사용자가 그다지 숙지할 필요없이 단지 '접근'과 같은 직관적인 행동으로 디바이스 사이의 통신을 개시하게 해 준다.

국내외 다양한 파일럿 프로젝트 진행
NFC 디바이스는 보통 세 가지 모드로 동작한다. 하나는 디바이스가 단말기의 역할을 하는 단말기 모드(Reader/Writer mode), 다른 하나는 디바이스와 디바이스가 호상간 데이터를 교환하는 P2P 모드(Peer to Peer mode), 그리고 디바이스가 마치 비접촉식카드처럼 동작하는 카드 모드(Card Emulation mode)다.

단말기 모드를 사용해 NFC 디바이스는 카드, 태그, 그리고 스마트 포스터 등을 읽을 수 있고, P2P 모드를 이용해 다른 NFC 디바이스와 전자명함, 디지털컨텐츠 등의 대량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카드 모드를 사용해 NFC 기능을 갖는 휴대전화기를 카드 단말기에 접촉해 지불행위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도체회사인 NXP의 펠리카(FeliCa) 기술을 가지고 있는 소니(Sony) 그리고 휴대전화기 제조사인 노키아(Nokia)가 주축이 되어 조직한 NFC Forum을 중심으로 NFC 관련 표준이 제정돼 왔다. 기존의 국제표준인 ISO/IEC 14443(proximity card), ISO/IEC 15693(vicinity card)을 바탕으로 하여, 새롭게 제정된 국제표준으로서는 ISO/IEC 18092, ISO/IEC 21481 등이 있다.

또한 NFC Forum 자체에서 제정한 업계표준으로서는 NDEF(NFC Data Exchange Format), RTD(Record Type Definition), LLCP(Logical Link Control Protocol), 그리고 NFC Forum에서 정의한 NFC 태그에 관한 것들이 있다. 이 밖에도 관련 단체인 ETSI, ECMA 등에서도 NFC 관련 표준을 제정하거나 개정했다. 이들 NFC 관련 국제표준과 업계표준은 2008까지 모두 개정/제정 작업이 완료됐다고 볼 수 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NFC와 관련 각종 파일럿이 행해져 왔다. 국내에서도 SKT-NXP-삼성전자 엽합군에 의하여 맥도날드의 'Touch Order' 서비스가 선을 보였었고, 교보문고의 'Touch Book' 서비스도 잠시 등장했었다. 그러나 참여자들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단지 "한 번 해봤다"라는 정도에 머물렀다.

결과가 그다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2007년부터 2008년에 걸쳐서 국제적으로 GSMA의 회원들을 중심으로 NFC 휴대전화기를 이용한 m-Payment 파일럿도 진행됐다. 우리나라에서는 KTF가 열정적으로 참여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들 파일럿을 통해 NFC와 관련한 새로운 기술 등을 검증해 볼 수 있었으며, 발생한 문제점들을 피드백해 표준과 사양들을 재조정할 수 있었다.

NFC 디바이스 구현의 핵심 '칩(chip)'
NFC 디바이스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 소위 NFC 칩이다. 회사에 따라 NFC 컨트롤러(Controller) 또는 NFC 라우터(Router)라고도 불리는 이 NFC 칩은 몇 군데 회사에서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NXP는 지금까지 비접촉식 시스템과 관련된 많은 기술과 제품군을 가지고 있으며, NFC 관련해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내놓은 NFC 칩으로는 PN51x, PN53x가 있으며, 올해 시장에 공급되는 주력제품으로는 'PN544'를 들 수 있다. 앞서 말했던 INSIDE contactless사에서는 마이크로리드(Microread)라는 제품명으로 NFC 칩을 시장에서 내놓았는데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기의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 유용한 'Powered by Field'(외부의 자기장으로부터 파워를 획득) 기능은 발군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반도체업계의 강자인 ST에서도 NFC 칩을 공급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LG전자의 NFC 휴대전화기에도 탑재된 적이 있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의 쓰리에이로직스, 삼성전자에서도 NFC 칩을 이미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며, 다른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들도 앞다투어 참여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이제 NFC 생태계는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관련된 각종 표준들도 생태계 참여자들의 공동노력에 의해 제정 완료됐으며, NFC 디바이스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NFC 칩도 여러 제조사로부터 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휴대전화기 제조사를 비롯한 NFC 디바이스 제조사들도 NFC 디바이스를 매스롤아웃할 수 있는 제반의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은행,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Master card)사를 위시한 국제신용카드브랜드회사, 신용카드제휴회사와 같은 지불관련업체를 비롯한 시장도 준비 상태에 있다. 따라서, 2009년은 NFC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킬러애플리케이션 부재 해결해야
하지만, NFC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고민되는 것은 킬러애플리케여션의 부재다. 기존의 비접촉식 기술과 NFC의 차별성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예를들면, 우리나라 SKT와 KTF의 휴대전화기를 이용한 교통카드지불과 NFC 휴대전화기를 이용해 교통요금을 지불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기술의 공급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안일한 기대감은 조금 위험하게 보여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NFC 휴대전화기에 장착되는 UICC에 탑재될 금융 어플리케이션의 관리주체권을 두고 벌어지는 각축전이다. 이러한 문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모바일페이먼트에서도 동일하게 발생되고 있으며, 은행들이 제공하고 있는 VM방식이라는 해괴한 서비스가 횡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NFC 휴대전화기는 기존의 휴대전화기에 비해 어느 정도 원가의 상승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원가상승분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도 논의돼야 할 것이다. 비근한 예로, 일본에서 수천만 대 이상 보급된 모바일 수이카(Mobile SuiCa)의 경우 해당 기능의 사용빈도가 5%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이 기능을 위해 일본의 모든 휴대전화기 제조사가 상당한 액수를 소니에게 가져다 바치고 있는 울며겨자먹기식의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걸림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은 NFC 상용화의 원년이 될 것이다. NFC 기술의 공급자와 NFC 기술의 수요자가 지금까지 기울인 각고의 노력은 마치 줄탁동기처럼 'NFC 상용화'라고 하는 새생명이 푸른 하늘을 보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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