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선인터넷 비싼 요금에 불통 지역 많아...넷북 이동성 ‘유명무실’

지난해 노트북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넷북. 저렴한 가격대와 작은 크기로 초기 많은 수요를 일으키며 노트북 시장에 새로운 영역을 형성하는데는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시장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대 유지, 배터리 성능 강화 등 몇 가지 개선책을 남겨두고 있는데, 무엇보다 이동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만큼 무선인터넷에 대한 제약을 해결해야 시장 안정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체 한 관계자에 따르면 "넷북의 지난해 성장은 새로운 디바이스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와 맞물려 50만~60만원대의 저가 노트북이 잘 팔렸던 것"이라며 "업계 및 시장조사기관의 전망치는 밝은 편이지만 국내 인터넷 환경에서는 넷북이 성장하는데 가장 큰 장벽이 있다"고 말했다.

초기 급성장, 무선인터넷 부담 넘기 힘들다 = 국내 넷북 시장은 아수스가 Eee PC를 선보이면서 급성장의 불씨를 당겼다. 물론 이전에 HP가 'HP 2133'을 선보이긴 했었지만 인텔 아톰 프로세서가 아닌 VIA 프로세서를 탑재했기 때문에 넷북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없다.

아수스가 불씨를 당긴 이후 삼보컴퓨터, MSI 등이 뒤를 이으며 본격적인 넷북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델, 삼성전자, LG전자 등 메이저 노트북 기업까지 이 사업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이 시장은 더욱 몸집을 키워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북이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이며, 전체 판매량은 약 15만대 정도이다. 새로운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인기를 얻었음에는 틀림없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12년까지 넷북이 전체 노트북 시장에서 약 13.7%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며, 국내 시장 역시 10%의 점유율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현재까지의 수요에 따른 것뿐이며, 업계 분석가들은 국내 넷북 시장에는 무선인터넷 제약이라는 가장 큰 장벽이 있어 이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성장속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초기 50만~6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대, 1kg 정도에 불과한 가벼운 무게와 세련된 디자인 등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넷북이라는 특성상 사용자층이 국한돼 있어 시장 확대에도 일정한 선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IDC 관계자는 "넷북, MID, UMPC 등 이동성이 강화된 모바일PC 시장이 성장할 것은 분명하지만 이 시장을 넷북이 차지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넷북은 PC에 가장 가까운만큼 다른 단말기에 비해 인터넷 환경이 보장돼야 하며, 이 특성이 상실되면 MID, UMPC 등 좀더 가볍고 휴대하기 편한 기기를 사용하는게 더 낫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무선인터넷 환경은 유선만큼 활발하지 않다.
국내 무선인터넷 환경은 KT의 와이브로와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기존 기지국을 이용한 서비스로 나눠질 수 있다. 하지만 두 서비스 모두 별도의 요금이 요구되며 특히 와이브로의 경우 지하나 높은 건물에서 수신률이 떨어지고, 전국망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넷북 사용자들이 외부에서 인터넷을 한다면 가정 내에서 드는 유선통신 요금과 함께 별도의 무선인터넷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돈이 들지않은 와이파이(근거리 무선인터넷)가 있지만 통신 기지국처럼 일정 구간에 깔려 있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근처 건물에서 공유기와 같은 무선통신 기기를 장착했다고 해도 보안 설정을 해놓으면 그림의 떡이다.

실제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 넷북은 채 1만원이 되지 않을 가격에 넷북을 판매, 무선통신 요금으로 그 수익을 만들고 있다.

◆넷북 업체, 성장성 크지만 무선인터넷 해결은 필수 = 무선인터넷의 장벽에 대해서는 넷북 업체들도 목소리를 같이 하고 있다.

삼보컴퓨터 관계자는 "넷북은 세컨드 PC의 개념이기 때문에 PC 보급이 활발한 국내에서는 더욱 많은 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동량이 많은 소비자들로 정해지는 고유 사용자층도 충분히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높아지는 가격대보다 우선적으로 무선인터넷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선인터넷 환경의 개선은 비단 넷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넷북, MID, UMPC 등 이동하면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모바일 단말기에까지 확대된다.

실제 넷북을 아직 출시하지 않고 있는 일부 업체는 시장조사기관 및 언론에서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무선인터넷 환경 등 국내 시장에 대해 현재까지 면밀한 분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무선인터넷 환경을 본다면 넷북이 금융위기와 맞물려 불황기 제품이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호황기 제품이다. 매월 2만~3만원대의 별도 통신 요금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잘 팔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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