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코리아와 한국IBM은 국내 IT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들이다. 인텔코리아는 프로세서로, 한국IBM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토털 솔루션 공급업체로 각 부문에서의 시장지배력이 국내 진출 글로벌 기업 가운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인텔코리아는 대적할 만한 경쟁 기업이 없어 국내 프로세서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시장지배력은 더욱 더 높다. 독점적 시장지배력은 국내 소비자들은 물론 경쟁사를 무시하기까지 한다.

예를 들어 프레스콧 이상발열 및 이에 따른 소음 문제에 대해 PC 사용자들의 리콜요구에 인텔코리아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항의가 더욱 거세지자 ‘애어가이드를 의무적으로 사용 한다면 쿨러 교체 등 애프터서비스를 해 줄 수 있다’는 해결책을 겨우 내놨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무리한 요구 조건’이라며 더욱 반발했다.
인텔코리아의 경쟁기업에 대한 견제는 너무 지나치다고 할 만큼 더욱 심하다. 인텔코리아의 맞 경쟁기업은 AMD 한국지사이다. 사실 경쟁대상이라고까지 비교할만한 대상은 아니다. 매출규모나 인원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10분의 1 정도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텔코리아는 AMD 한국지사에 대해 너무 민감하고 예민하게 경계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인텔코리아는 매년 정기 또는 비정기적으로 고객 및 협력사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데, 여기에 초청되는 대상자나 기업들에게 ‘AMD’라는 글자나 단어가 단 한 개라도 있으면 ‘개최하지 않겠다’라는 전제 조건을 제시한다고 한다.
S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값비싼 인텔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대 성능비가 더 나은 제품을 구매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전제, “그런데 인텔은 ‘AMD와 어떤 일을 하면 무엇을 못 해 주겠다’라는 식의 지나친 경계와 견제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AMD와의 거래를 원천적으로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IBM은 어떤가? 한국IBM은 인텔코리아와는 전혀 다르다. 고객들에 대한 태도부터 다르다. 한국IBM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항상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때문에 한국IBM은 모든 영업 및 지원체계를 고객에 초점을 맞춰 갖춰 놓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과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든 제공해 주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기본 영업 전략이다. 실질적으로 그렇게 하든 그렇지 않든 고객을 먼저 생각할 줄 안다는 것이다.
경쟁사들에 대한 경계나 견제도 인텔코리아처럼 노골적이지 않다. 고객이 원하면 경쟁사 제품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IBM은 경쟁사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특장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 자사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할 뿐이다.

인텔코리아는 지난 84년 한국에 진출, 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한국IBM은 지난 67년에 한국에 진출해 37년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들 양사가 국내에 진출한 역사는 약 17년 정도 차이가 나지만 인텔코리아의 20년 역사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짧지 않은 역사에 비해 인텔코리아는 한국인들에게 결코 좋지 않은 이미지를 주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인텔코리아가 비록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인력들은 대다수가 한국인들일 것이다. 한국 속의 기업으로 존재하기 위한 가치 창출을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지 고민해 볼 수 없을까?<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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