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시작은 비장한 각오를 요구한다. 세계 경제가 유례없는 공황의 나락으로 빠져들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맞닥뜨려 있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이했지만 희망의 설레임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두려움이 짙게 깔려있으니, 아무래도 기축년은 우리에게 뼈가 시리도록 고통스런 해가 될 것이요, 우리의 모든 진액을 다 쏟아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숙명의 해가 될 것이다.

위기가 새로운 기회의 시발점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이처럼 국지적 위기가 아니고 전 세계가 한꺼번에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어떤 묘책이 있어 이 엄청난 재앙을 막아낼 수 있을지 참으로 암담한 것이 현실이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무너지고, 얼마나 많은 실직자들이 거리로 내몰릴지, 제발이지 아비규환의 파탄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할 뿐이다.

상황이 그렇다고 망연자실,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일. 우리는 이제 찢겨진 의지를 깁고, 흩어진 인정을 한 데 모으고, 초야에 묻힌 지혜를 다시 캐내어 새로운 희망의 도약대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버려야 할 것들을 버려야 한다.

버려야 할 첫 번째는 탐욕과 이기로 점철된 기득권욕이다. 위기를 틈타 한 몫 보려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뭔가 100년 계략을 획책하는 무리들도 있다. 이런 행위는 전쟁과 같은 아수라장에서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지르는 일과 다를 바 없다. 이런 파렴치는 놀랍게도 논리의 탈을 쓰고 있어 선량한 국민을 기만하고 추종케 하여 결국은 노예화 하는, 그래서 역사를 저 뒤편으로 퇴보시키곤 한다. 위기의 고통은 함께 나누어 짊어져야 한다. 짐짓 고통을 공유하는 척 하며 뒤에서는 인류 공영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여 자기만의 세도를 공고히 하려는 자들이 도사리고 있는 한 경제 위기 극복은 어렵다.

버려야 할 두 번째는 천박한 부(富)의 의식이다. 경제적 가치를 아름다운 사회적 가치로 환원시키려는 풍조가 자리잡지 않는 한 경제적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 위기가 모아져서 오늘날 지구촌을 통째로 절망에 빠트리는 결과를 낳았다고도 할 수 있다. 국민들을 유행처럼 진흙탕으로 끌고 가는 비천한 경제의식이 더 이상 만연돼서는 안 된다. 명망 있는 기업가 정신이 성공하는 경제풍토를 배양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버려야 할 세 번째는 대의명분도 실리도 없는 고집과 아집이다. 경제 위기 극복의 해법은 따로 없다. 화합과 협력의 에너지가 뭉치면 해결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미 여러 번 보여주었듯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에너지를 한 데 모으기가 쉽다. 위기 극복과 창의적 해법을 가장 빨리 내놓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천혜의 저력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복에 겨운 이념대결로 도탄의 길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불가(佛家)에는 시주를 받아 도를 닦는 스님이 수행을 게을리 하여 도를 이루지 못하면 내세에 '소'로 환생한다는 지극히 경계심을 촉구하는 전설이 있다. 기축년 소의 해를 맞아 올해의 고통이 과거의 잘못에서 비롯됐음을 천착, 반성하고 다같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소처럼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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