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ㆍLG전자 결별 선언,
양사 입장차이와 납품비리 등이 요인으로 지적
한국IBM과 LG전자가 지난 1996년 11월, 51대 49의 지분으로 합작 설립한 LGIBM이 올해안으로 막을 내린다. LGIBM은 지난 9월 14일 “회사를 사업영역별로 분할하고 이를 LG전자와 IBM에 흡수시켜 2005년 1월부터 각각 운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IBM과 LG전자가 설립 8년만에 마침내 결별을 선언한 셈이다.
양사는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 대해 “지난 8년동안 국내 컴퓨터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국내 시장은 외국 브랜드에 완전 개방된 상태이다. 한국IBM과 LG전자가 각각 성장 기회를 추구하는 게 오히려 더욱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 독립적인 운영으로 국내 시장의 수요에 더욱 잘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청산 아니다. 영업망, 서비스 문제없어”
하지만 이같은 공식적인 발표문만으로는 양사의 이번 결별 선언의 배경을 납득하기가 힘들다. 총 200여명의 인력으로 매출은 2002년 4,037억, 2003년 4,391억, 당기순이익은 2002년 104억, 2003년 98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짭짤한 장사를 해왔던 기업이 전격적으로 문을 닫는 사실이 쉽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양사의 이번 결정 배경을 놓고 몇가지 분석을 내리고 있다. 이를 종합해조면 크게 양대 주주사간의 향후 주력 사업에 관한 입장 차이와 올해초에 불거져 나온 IBM의 납품 비리 등으로 압축된다.
먼저. 양사의 입장 차이 부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LG전자는 향후 전략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홈네트웍 사업 방안으로 PC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장기 비전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PC산업은 모니터, 프린터, 스캐너 등 전방위 파급효과가 크다고 판단, 여기에 집중 투자하는 방침을 세웠다는 얘기이다. 그렇지만 한국IBM은 PC사업의 집중 육성에 드는 막대한 투자비와 양사가 과실을 나누어야 하는 구조 등을 들어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IBM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IA 서버의 강화에 오히려 높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현재 LGIBM에서 펼치고 있는 IA서버 사업을 한국IBM이 직접 하겠다는 입장을 강력히 내비친 것이 이번 결별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한국IBM은 LGIBM에 서버 사업의 이전을 주장해 잡음을 일으킨 적이 있으며, 이는 그동안 줄곧 제기됐던 양사 결별설의 진원지가 됐다”고 설명한다.
한편 이번 양사의 결별은 올해초 정부공공기관에 뇌물제공과 입찰 담합행위로 창사후 최대 위기를 맞았던 한국IBM이 그동안 수습책으로 단행했던 사장 교체와 대대적인 인력 개편 작업에 이어 또다른 후속 조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IBM에게 납품비리는 최대의 아킬레스건이다.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입찰비리의 한축인 LGIBM을 정리해 이 문제를 말끔히 씻으려는 게 한국IBM의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번 결정으로 e서버 x시리즈 등 서버와 씽크패드 등 노트북, 그리고 씽크센터 등 데스크톱 PC 사업부문은 한국IBM이 맡고, LG전자는 노트북인 X노트와 데스크톱PC인 멀티넷 사업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체제가 재편되며, LGIBM의 120여명에 이르는 정규직 직원들은 소속돼 있는 사업 부문에 따라 이직할 것으로 보인다.
LGIBM 측은 “이번 결정은 기업청산이 아니다. 영업과 서비스는 각 사업부문을 흡수한 LG전자와 IBM이 승계해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대리점을 포함한 영업망의 혼란과 고객들의 서비스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현 기자 pcsw@infote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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