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을 뽑아 기껏 가르쳐서 쓸 만하면 경쟁사나 대기업이 줄기차게 빼간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 인력 양성이니, 기술 강화니 하며 투자해봤자 결국은 허망한 꼴만 당한다." 한 보안업체 CEO의 푸념 섞인 말이다.





국내 전문 업체들이 인력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최근에는 보안업계 전문 인력들이 NHN을 비롯한 선호도 높은 기업들로 이직을 하고 있어, 인력을 빼앗긴 업체들의 볼멘소리가 높다. 네트워크 업체들도 같은 예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네트워크 분야 대표 업체인 C사의 한 파트너사는 "C사는 종종 파트너사를 향해 자사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한편으로는 파트너사 엔지니어들을 스카웃해 가곤 한다. 이처럼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하면서 파트너사들이 어떻게 사업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네트워크 업계에서는 파트너사의 인력들이 벤더사로 이직하는 일은 통과 의례처럼 굳어진지 오래다.

중소전문 기업과 대기업 간 전문인력 쟁탈전은 그대로 약육강식의 현장이다. 제아무리 엄격한 제도를 만들고 비난의 화살이 쏟아져도 이 행태는 사라지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상에 입각한 사용과 고용의 관계가 발생한 이래 끊임없이 제기돼온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도는 없는 것일까? 원론적으로 이 난제를 해결할 방도는 없다. 고용인이 자유의사에 따라 직장을 선택하는 것은 최상위 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도의상 스스로 인력 양성에 나서지 않고 남의 인력을 빼앗는 얌체 짓을 비난함으로써 그런 행위자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접 보안인력을 양성하려 하지 않고 관련업계에서 급조하려는 NHN이나 C사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러한 인력문제에 대한 고용인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들은 고급 전문인력들이 노력한 것에 비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시장구조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보안 컨설팅과 보안 관제 분야의 전문 인력은 능력으로 치면 최고급 인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은 현장에서 3교대에 갖가지 고객 요구에 온종일 시달려야 한다. 때문에 이들이 생각하는 업무 만족도는 최하등급이다. 특히 이 분야는 회사 브랜드나 인지도 보다 인력에 대한 능력과 믿음에 의해 사업계약이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정도로 인력이 사업의 핵심인 것이다. 국내 대표 보안관제 업체인 S사는 계약직 직원들로 사업 확대를 꾀하다가 고객에게 적발돼 그동안 쌓아온 신뢰와 이미지를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일이 있었다. 일이 있을 땐 몰리고 없을 땐 없어 사람 놀리기가 어려운 관계로 고급인력을 지속 확보하기 힘든 실상이라는 게 이 업체의 변명과 하소연이다.

IT업계는 지금 광범위하게 인재난을 겪고 있다. 그 요인 또한 복잡다단하다. 그 가운데서도 인재를 인재답게 활용하지 않는 풍토, 여건들이 실제로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전문 인력들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한 근본적으로 인력난은 해소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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