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개시제도의 인식 및 대응 미비… 법률-서비스-기술적 접근 필요

이 디스커버리(e-Discovery: 디지털 증거개시) 제도는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도이다. 국내도 올 초 형사소송법 개정 등 증거주의로 움직이고 있어 법정소송 및 내부정보유출 대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포렌식 솔루션에 치중한 일부 기술적 대비 외에 국내 기업들의 법정 소송을 고려한 대비는 전무한 상태이며 관련 법률, 서비스, 기술을 함께 고려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디스커버리 제도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검사, 법원에 디지털 증거를 포함한 증거개시를 요청함으로써 불확실하고 불공정한 재판을 줄이기 위한 제도이다. 미국에서는 민사, 형사소송 시 증거개시제도가 이미 입법화되어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판 이전에 충분한 증거 확인을 통해 원고와 피고 간 화해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휘되고 있는 것.

미국은 2006년 12월 민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주먹구구식의 디지털 증거개시를 막기 위해 디지털 포렌식 도구 사용을 의무화한 바 있다. 관련 판례로 2005년 모건스탠리가 증거자료를 내놓지 못해 레블론사에 6000억원 배상 판결이 났고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는 Z4테크놀로지와의 특허침해소송에서 메일 검색시스템 미비로 250억원 배상 판결이 났다. 삼성전자나 금호그룹 등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증거를 제대로 개시 못해 배상판결을 받은 선례가 있다.

고려대학교 임종인 교수는 "미국식 소송법을 따라야 하는 삼성, LG, 포스코, 금호 등 국내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국제 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국내 증거개시제도의 현실화도 시간 문제라고 본다. 배심원제도 도입 등 공판 중심주의 간다는 것은 결국 증거주의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 직접 닥치기 전 '나몰라라'= 국내의 경우 올 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증거개시제도가 입법화 됐다. 과거 입증 책임이 항상 원고에게 있었으나 이제 형사소송 시 피고, 검사들도 증거를 개시해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국내 민사소송법상으로는 증거개시제도가 시행되고 있지 않다. 증거게시제도가 유용한 민사소송에서 정작 입법화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 닥치지 않는 한 국내 기업들의 디지털 포렌식 도입 등에 대한 대비가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민사소송에 증거개시제도가 도입되면, 올해 있었던 옥션 고객정보유출 사건의 경우 피고인인 옥션에도 해킹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주의 의무를 다했다는 증거를 개시할 의무가 주어지게 된다. 아직 국내는 이 디스커버리 제도를 위한 법적 기반이 취약한 실정이다.

김앤장 최득신 변호사는 "유감스럽게도 미국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이 준비하는 대비는 대부분 기술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고, 법적인 소송을 고려한 대비는 전무한 상태"라며 "형사소송의 경우도 증거개시제도가 도입됐는지 자체에 대한 인식도 높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최 변호사는 법률, 서비스(포렌식 교육 등), 툴(포렌식 시스템) 3가지 문제가 맞물려 있는 이디스커버리 제도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포렌식 또는 이 디스커버리에 대해 전문지식을 쌓은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정소송 및 내부정보유출 대비 위한 포렌식 등 보안시장 확대 전망= 국내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없고 재판 시 정황증거를 많이 참조하기 때문에 증거 수집 및 분석 부문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법정 소송 대비와 내부 산업기술, 고객정보 유출 대비차원에서 점차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법률과 보안이 결합됨으로써 신규 보안 영역과 보안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 포렌식 솔루션을 공급하는 파이널데이터, 더존ISS(인케이스 제품 국내 유통)는 "포렌식 솔루션은 과거 검찰, 경찰청에서 수사 용도로 주로 이용되어 오다가 잇따른 내부정보유출 사고로 포렌식 툴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품이 고가인데다 불경기라 시장 확대에 어려움이 있긴 하나, 개인정보보호법에 대응 솔루션으로 내년 중순 이후 시장이 무르익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호스트웨이IDC는 지난 달 더존ISS와 협력을 통해 인케이스 제품 기반 시스템 포렌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시스템 포렌식 서비스는 서버의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 바이러스 공격 등의 침해사고 대응 및 부정행위 감시 솔루션으로 기업의 중요한 문서 관리 및 자료의 유출 차단 등 사고에 대한 사전 대응 방안과 사고 후 문서 추적, 전자증거 수집 등 대응 방안까지 제공하므로 민사 소송관련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호스트웨이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국내 내부정보유출방지 솔루션 전문업체인 소만사는 '이디스커버리 메일 아카이빙' 관련 기술특허를 획득했고 관련 시장이 커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시장 형성 이전에 디지털 포렌식 툴에 대한 국가적 검증기법 개발이 필요하며 증거 수집 및 분석을 아무나 못하도록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인증제도의 도입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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