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가상이동통신사업(MVNO)에 재시동을 걸었다.

취지는 통신시장에 망(주파수) 없는 사업자들을 진입시킴으로써 경쟁활성화를 유발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가계의 통신비 절감 효과를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원론적으로 시장 경쟁이 활성화 된다면 방통위의 목적은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통신시장의 진입 문이 좁거나, 열쇠를 쥐어주지 않는다면 가계통신비 절감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야 한다.

지난 주 방통위가 발표한 '재판매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추진'안을 보면 재판매 사업자가 기존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대가는 시장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기존사업자가 차별ㆍ거부ㆍ협정 불이행 등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규제하도록 돼 있다.

자율경쟁이 시장활성화를 유발시킨다고 하지만 현 이통시장에서 망을 빌려주는 대가를 시장에 맡긴다는 것은 이른바 '부르는 게 값'이 될 수 있다. 또한 차별ㆍ거부ㆍ협정 불이행 등을 규제한다고 하지만 '사후약방문'에 불과할 수 있다. 이통사가 '내가 쓸 망밖에 없다'고 나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는 현상을 이미 IPTV사업에서 겪은 바 있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특별법'(IPTV법)에서도 '망 동등접근권'이 있었지만 망 임대에 대한 요금, 제공기준들이 기존 통신사업자 위주였다.

최근 다음과 셀런의 합작회사인 오픈IPTV가 한창 달궈지고 있는 IPTV 시장에서 스스로 퇴출했다. 이 회사의 직접적인 퇴사 이유는 IPTV사업자 선정에서의 탈락이지만, 속내는 현 IPTV법의 '망 동등접근권'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8개월씩이나 준비한 오픈IPTV가 밥상 한번 차려보지도 못하고 상다리를 접어야했으니 어느 누가 섣불리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겠는가. MVNO 역시 정부에서 진입할 권한은 부여하지만 망에 대한 요금, 제공기준 등이 기존 이통사업자 위주로 흘러간다면 오픈IPTV의 전철을 밟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물론 MVNO에 대해 현재까지 도매대가, 요금인가제 개선 정도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사업법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장자율에 맡긴다는 도매대가는 MVNO에 기대를 걸고 있는 사업자들에게 벌써부터 희망을 절망으로 만들고 있다.

더욱이 이통시장의 경우 SKT, KTF, LGT만으로도 포화상태인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발벗고 MVNO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결과에 대해서는 쉽게 예상할 수 없는 판국이다.

연초부터 시장활성화를 통해 가계통신비를 절감시키겠다고 했으니 MVNO만큼은 망 임대료의 권장소비자가격이나, 기대효과대로 자율경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고심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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