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삼수/한국오라클 사장


요즘 해외영화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휴대폰이나 노트북 같은 IT 제품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와이브로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광랜 초고속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IPTV, 인터넷 전화 보급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어 실생활 곳곳에서 'IT 강국 한국'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 'IT 강국' 이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드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한국 IT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됐다.

올해 IT산업경쟁지수 8위에 그쳐 = 국제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6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정보기술(IT) 산업 경쟁지수에서 한국이 8위에 그쳤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러한 순위는 지난해 3위에서 5계단이나 하락한 것이어서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고 생각된다. 즉 갈수록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외부적으로 보기에는 한국 IT가 더욱 발전하고 있는 듯 한데 실제적으로는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언뜻 아이러니해 보이기도 하지만 IT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의문점을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하드웨어, 네트워크 강국이기는 하지만 정작 IT 산업 중에서도 고부가가치를 양산하는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아직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IT시장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해외 진출은 고사하고 열악한 국내 시장 환경으로 인해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체 산업은 여전히 성장세를 누리고 있는데도 부가가치가 높다고 알려진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하는 업체들 중 많은 수는 훌륭한 솔루션을 가지고도 여전히 생존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래 전부터 정부가 앞장서서 고부가가치산업인 소프트웨어를 우리나라의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자 노력해왔는데 작금의 현실은 왜 이럴까?

이는 소프트웨어를 소비하는 고객들의 제품에 대한 인식과 일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제품 특성상 라이선스 비용이 리뉴얼과 유지보수로 구성되는 등 하드웨어와 상이한 가격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은 소프트웨어의 가격구조를 하드웨어 가격구조와 같이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의 경우, 한번 구매한 서버는 3~5년이 지나면 처분하고 성능이 향상된 새로운 서버로 교체해야 최신의 성능을 유지 할 수 있게 된다. 하드웨어에서 말하는 유지보수는 사용하는 기간 동안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교체해 주거나 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구매 및 사용, 유지보수의 개념이 하드웨어와 완전히 다르다.

SW 가격, 하드웨어 식으로 평가는 곤란 =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달리 '사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후 지속적인 '지원 서비스'가 보장되지 않으면, 매일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버전들과의 호환을 담보할 업그레이드나 패치 등 수많은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이럴 경우 실시간으로 비즈니스 경쟁력을 도모해야 하는 소프트웨어가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즉,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포함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유지보수를 통해 고객은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비즈니스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에서는 유지보수와 라이선스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3~5년에 한번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새롭게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해야 하는 소프트웨어 업체 입장에서 유지보수료는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는 기초가 될 뿐 아니라 보다 높은 스킬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외국의 경우에는 라이선스 금액을 기준으로 평균 20%를 상회하는 것이 유지보수료의 기본으로, 말레이시아나 필리핀조차 이를 인정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은 어떤가?

다행히 최근 국내 시장에서도 유지보수료 현실화에 대한 목소리가 제법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비즈니스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환영할 만한 변화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이 한국이 진정한 IT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의 부가가치에 대한 정확한 인식 및 이를 토대로 한 고객과의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공정한 거래질서에 의한 비즈니스의 성장이 이루어지는 윈윈의 관계. 이러한 성장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려면 소프트웨어 산업 성장을 위한 다각도의 정책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라이선스 비용'과 '유지보수료 현실화' 선행돼야 = 소프트웨어 산업 차원에서 보자면 '라이선스 비용'과 '유지보수료 현실화'가 그 첫걸음일 것이다. 정부에서도 IT산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IT산업 발전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아주 작은 규모의 산업 육성으로도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또한 소프트산업의 발전은 단순히 소프트산업 발전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산업 발전의 원동력 역할을 하여 결과적으로 전 산업 분야의 성장을 이끈다. 유지보수료 현실화를 정책화함으로써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보다 앞당기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IT강국으로 거듭나 쟁쟁한 경쟁국들을 물리치고 우리나라가 진정한 'IT 강국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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