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은 11일 이휘성 수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 발령했다. 예정 및 예상된 수순에 따라 진행된 일이었지만 당초 계획보다 승진 임명을 조금 더 앞당겨 발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이휘성 부사장이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내부 결정이 언론을 통해 이미 지난해 초 알려진 바 있다<12월 9일 본 뉴스 메일 기사 참조>. 이 같은 상황에서 특별히 사장 발표를 미룰만한 이유도 없었고, 더 이상 발표를 미룰 경우 조직 운영 및 관리에 다소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이휘성 신임 사장은 그 동안 여러 과정을 통해 사장으로서의 자격 심사를 충분히 거쳤고, 또한 검증도 받았기 때문에 사장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하루빨리 임명해 주는 게 한국IBM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쨌든 이휘성 사장의 승진 발령은 지난해 말 발생한 한국IBM 최대의 부정뇌물 파동 사건 처리를 일단락 짓는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또한 사건 처리를 직접 진두지휘했던 토니 로메로 사장의 역할도 끝났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이휘성 사장의 임명 발령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관계자는 거의 드문 상황이다. 한국IBM 내부 직원들은 물론 외부 관계자들도 대다수가 환영 일색이다.
신임 이휘성 사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즉 그는 성실과 정직 그 자체이기 때문에 미 본사의 정책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고, 아울러 한국적인 상황도 많이 고려하는 사려 깊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휘성 사장에 대해 우려하는 관계자들도 많다. 즉 이휘성 사장은 이론을 통한 논리가 정연한 발표(presentation)로 관계자들을 압도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론과 논리 정연한 발표, 성실과 정직만으로 한국IBM이라는 거함을 이끌어 나가기에는 다소 불안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85년 한국IBM에 시스템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이후 93년 클라이언트-서버 서비스 팀장, 97년 e-비즈니스 서비스 사업부장, 99년 컨설팅 및 시스템 통합 서비스 담당 실장, 2000년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사업 본부장, 2001년 마케팅 전략 사업본부와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서비스(Business Innovation Service) 사업본부장, 2002년과 2003년은 글로번 서비스 사업본부장, 그리고 지난해는 영업총괄 및 서비스 사업본부장을 각각 역임했다.
이휘성 사장의 이 같은 경력에서 잘 나타나고 있듯 한국IBM에서의 그의 20년 생활 가운데 절반 이상을 주로 서비스 지원과 연계된 업무에 집중돼 있었다. 한국IBM은 글로벌 기업인 IBM의 한국 지사이다. 즉 한국IBM은 서비스 지원보다는 영업에 더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회사이다. 때문에 한국IBM에 대한 평가는 주로 영업실적을 기준으로 한다.
영업실적이 좋지 않으면 승진은 물론 다른 부문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이휘성 신임 사장은 영업, 흔히 말하는 야전사령관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그는 글로벌 서비스 사업본부를 맡으면서 굵직굵직한 기업들을 자사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휘성 사장의 영업역량에 대한 평가는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업실적에 가장 높은 평가기준을 두고 있는 한국IBM 사장이 성실과 정직, 이론을 통한 논리 정연한 발표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이휘성 사장의 역량에 다소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휘성 사장은 그와 호흡을 맞춰 일할 임원들을 요소요소에 이미 다 배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들 역시 고객 및 협력사들과 직접 맞부딪치면서 경험을 쌓았다기보다 이휘성 사장과 비슷한 이론을 앞세워 논리 정연하게 발표를 잘하는 인물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참고로 이휘성 사장과 호흡을 맞춰 나갈 인물들은 주로 이 사장이 아웃소싱 사업본부를 맡았을 때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국IBM이 새로운 인물들로 구성된 것은 당연하다”면서 “이론만 앞세워 자기들의 주장만 펼칠 뿐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임 이휘성 사장이 해결해야만 할 가장 큰 과제는 직원들의 자존심과 명예회복일 것이다. 지난해 말 한국IBM은 일부 몇몇 직원과 부서의 잘못으로 인해 ‘부정 뇌물’ 회사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지난 67년 설립 이후 37년여 동안 애써 쌓아온 ‘정직과 원칙’이라는 명예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다. 비록 외산 제품을 판매하는 외국인 회사에 근무하면서도 외국의 선진 기술, 즉 컴퓨터의 대명사이자 세계 최고의 기술과 제품을 한국에 보급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직원들의 자긍심과 자부심에 커다란 상처를 주었다.
특히 이 사건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동료 직원 및 임원들의 불명예 퇴직은 내부 직원들의 자존심을 더욱 상하게 했던 것이다. 더욱이 미 본사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대다수 임원들은 수수방관의 자세를 취했고, 이로 인해 남아 있는 임원 및 매니저들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불신감도 새로 생겼다고 한다.

한 마디로 한국IBM 직원들은 겉으로는 드러내 놓고 있지 않지만 조직의 기강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휘성 사장이 직원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어떻게 회복시키고, 조직을 추슬러 나갈지 의문이다.
한편 이휘성 사장이 해결해야만 할 과제로는 협력사와의 관계이다. 한국IBM은 직간접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직접보다 간접판매를 더 지향하고 있다. 특히 자사의 가장 큰 수입원이었던 메인프레임 기종까지 협력사를 통해 판매할 것으로 공식 발표해 거의 모든 제품을 간접판매에 의존할 것으로 보여 진다.
그렇다면 협력사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다. 한국IBM은 뇌물파동 사건 이후 중소 협력사 위주에서 대기업 위주의 총판체제로 협력사 정책을 전면 수정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기존 중소 협력사들의 반발이 심하다. 즉 한국IBM이 오늘의 모습으로 성장 발전하기까지는 중소 협력사들의 노력이 가장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제 와서 자기들을 배제시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IBM의 총판 체제 정책은 순전히 한국IBM만을 위한 정책, 즉 자금력이 좋은 대기업들을 협력사로 확보해 지급보증에 대한 부담을 줄인다는 고도의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한국IBM의 이 같은 정책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일부 협력사들은 이미 멀티 벤더화를 추진하고 있다. 즉 IBM 제품만 공급하지 않고 타 경쟁사 제품도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협력사들의 강한 반발을 어떻게 무마해 나갈지도 이휘성 사장이 해결해야만 할 과제일 것이다.
어쨌든 신임 이휘성 사장이 해결해 나가야만 할 과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이휘성 사장은 호적상 60년생이고, 실질적으로는 57년생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한국IBM 역사상 가장 젊은 40대가 사장이 된 것이다. 그가 사장 자리까지 오르기까지는 많은 고난과 역경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 있다. 한국IBM을 한국 속의 기업으로 어떻게 성장 발전시켜 나갈지 주목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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