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 고환율까지 덮쳐…트라이콤 사업 포기, 이니텍은 사업 이관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요즘 OTP업체들의 뼛속 깊숙이 사무치고 있다. 최근 OTP(One Time Password, 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너도나도 사업포기 의사를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RSA시큐리티의 국내 OTP총판사인 트라이콤이 공식적으로 사업을 접었고 이니텍도 모바일OTP 사업부문을 최근 모빌리언스에 이관했다. 오랫동안 재정난을 겪어온 인터넷시큐리티의 OTP사업도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밖에 OTP전문업체를 표방하며 사업에 나섰던 OTP멀티솔루션은 수익이 나지않자 최근 보안컨설팅 전문인력을 보강해 보안SI사업에 나섰다.

OTP는 전자금융 거래시 마다 새롭게 비밀번호를 생성, 인증하는 방식의 비교적 안전한 전자금융거래용 보안매체로, 고정된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기존 보안 카드의 문제점을 보완함으로써 주목을 받아왔다.

실제로 55개 금융사들이 OTP통합인증서비스에 나섰고, 보안 등급별 이체한도의 차등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보안1등급 매체인 OTP는 금융권에서 폭발적인 수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업체들 간 사이트 확보를 위한 저가 출혈경쟁에 최근 환율 급등까지 겹쳐 사업이 극도로 침체된 상황이다.

금융 OTP 시장에 한껏 기대했던 해당 업체들이 끝내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당장 이들의 제품을 도입한 금융사들이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OTP벤더와 국내 총판사 간 OTP통합인증 서비스의 연속성에도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RSA는 최근 트라이콤과 계약기간이 만료됐으며 인네트와 OTP총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 OTP통합인증서비스 사업에 트라이콤이 투입한 1억4000만원 정도의 보증금 및 운영비 지급 문제로 아직 인네트에 사업이 완벽하게 양도된 것은 아닌 실정이다.

RSA의 대표적인 금융OTP 고객사이트는 기업은행, 농협, 새마을금고, 삼성증권인데, 트라이콤을 통해 지원을 받기 어렵게 된 기업은행의 경우 이미 대체 OTP제품을 선정했고 새마을금고나 농협도 멀티벤더로 선정해 놓은 타 OTP 공급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사에서 OTP벤더 선정 시 기술, 자산, 제품성 등을 평가하는데, 이는 명목상일 뿐 실제로는 싼 게 최고라는 식으로 단가 낮은 제품만을 선호해 왔다"며 "금융사들은 결국 자기 무덤을 판 격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니텍은 대규모 금융 OTP시장을 겨냥해 모바일OTP를 출시했으나 정통적인 방식의 OTP만 금융서비스 수단으로 선정됨에 따라 온라인쇼핑몰, 게임사이트 등으로 타깃 시장을 바꿨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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