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미래를 위한 고객전략 혁신의 당위성

고객 전략에서의 혁신이란 무엇인가


▲ 전용준 xyxonxyxon@empal.com


말 자체의 뜻대로 본다면 혁신은 새로운 가죽을 입는 것을 이야기한다. 풀어 이야기 해 본다면 묵은 풍속, 관습,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이 혁신이다. 그러나 그와 같이 새로운 가죽을 입는 일은 기존의 가죽을 벗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내 몸의 가죽을 벗어내는 일이란 것이 그 누구에게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말로는 쉽게들 하지만 실제로는 스스로 실천하기 어려움이 틀림없어 보인다. 개선이니 혁신이니 하고 흔히들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는 이는 분명 그다지 많지 않은 세상이다.

고객을 대함에 있어서도 마치 싸움의 기술에 있어서의 그것과도 같은 깊은 생각(deep thinking)이 필요하다. 비록 고객은 근본적으로 적과는 달리 동지이며 동반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대함에 있어서는 전쟁 전략에서의 그것과도 같은 치밀함이 필요하다. 이미 최근 몇 년을 거치면서 고객 전략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 구체화와 실천이나 전개는 부족하다.



▲ <그림1> 고객 전술의 개선과 고객 전략 혁신의 차이



많은 기업들이 내년과 후년의 고객관리를, 오늘 하고 있는 방법이나 방식과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지에 관한 정리된, 그리고 문서화된 구체적 그림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여전히 고객을 지난 1년간의 구매 액에 의해 다섯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고, 수백만 고객에게 천편일률적인 DM을 매월 발송하고 있다. 단순히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경영진의 잘못만을 이야기하기에는 무언가 빠진 부분이 존재함이 느껴진다. 분명 그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의 그것으로는 얼마간 개선은 이루어질 수 있을지언정 충분히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혁신의 모습은 결코 새로운 것에만 담겨있지는 않다. 스탠리 브라운(Stanley A. Brown)을 포함한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고수들이 저술한 '세계 최고 기업들의 CRM 전략(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머리말에는 CRM에서의 혁신에 대한 핵심 키워드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 세 가지 키워드는 고객접촉 '비용절감', '수익성과 지속적 매출성장' 그리고 마케팅, 테크놀로지, 구성원의 '통합' 이다. 비록 가장 처음 강조되는 키워드인 비용절감은 기업경영자 특히 전문경영인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늘 중요성을 그 값어치 이상으로 평가 받고 있는 항목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진정한 CRM의 특질은 그 보다는 두 번째 키워드인 지속적 성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지속적인 수익 성장의 확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지속적인 수익 성장은 고객만족의 증가로부터 기인하며 고객만족에서 출발한 고객의 로열티(loyalty ; 물론 일방의 로열티란 없을 것이다)와 유지율(retention rate)이 결정적으로 이에 기여한다. 만족에 의한 긍정적 경험과 그에 의해 강화된 긍정적 관계는 이윤 증가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수익성 있는 규모 확대로 연결된다.

그와 같은 결과는 과정적으로 세 가지를 바탕으로 삼는다. 기존 고객에 대한 상승 및 교차판매, 더 수익성 있는 고객과 서비스, 제품에 대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좀 더 잠재적 관계(relationship potential)가 강한 고객에 대한 투자이다. 이 모두는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의 궁극적인 목표인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CLV)의 증가로 연결된다. 지속적인 동시에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있는 고객과의 관계가 얻어지는 것이다.

왜 교차판매와 개인화가 중요하다고 여겨지고 있는가
교차판매와 개인화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과 구별해 집중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노력과 그 노력을 하는 방법으로서의 경영기술 내지는 방식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하고 고객이 원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다면 고객과의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상식적인 가정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비록 구체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교차판매와 개인화에 대한 노력도 좀 더 정밀한 고객전략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경우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혁신에 상응하는 수준의 높은 경영 성과로 연결되지 못할 수 있음이 사실이지만, 교차판매와 개인화라는 노력(initiative) 그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다.

단, 뒤에서도 다시 언급하겠지만 여기서 교차판매와 개인화를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은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고객과의 관계와 고객의 장기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의 선택은 결과를 단순히 측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원하는 궁극적인 결과에 맞추어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본래 결과라는 것은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얻어지는 것이며 결과는 과정이 만들어 내는 산출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리할 수 있는 그리고 관리해야 할 대상은 결과가 아니라 정작 고객과 만나는 순간순간의 '과정'이다. 이를 대입해서 생각해 보면 교차판매와 개인화는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들은 과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방식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CRM이라는 이름아래 지난 수년간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유지를 위해 많은 방안을 강구하고 그들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고객의 유지라는 것은 그저 고객에게 떠나지 말고 남아있으라고 부탁한다고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아있으라는 부탁에 단순히 10% 할인 쿠폰이나 만 원권 상품권을 제공하는 것으로도 충분치 못했다. 또 부탁을 하면서 제공하는 뇌물은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경쟁사간의 소모적 경쟁만을 양산해 내는 악순환이 되었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CRM이라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맹비난을 하기도 했다. 이 모두가 과정이 아닌 결과를 관리하고자 했던 접근방식의 오류에서 빚어진 일로 보인다. 교차판매와 개인화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바꾸는 것이다. 물론 그 결과로 고객 유지와 수익성을 기업이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왜 고객 데이터 분석이 혁신을 위한 단초가 되는가
과거의 고객관리는 (비단 십년 전까지 만을 생각해 보아도) 마치 거대한 공룡과도 같았다. 싸움에 이길 수 있는 충분한 체력과 덩치 그리고 그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싸움에 져서 퇴출되고 만 공룡과 같았다는 것이다. 머리가 없어서 생각을 하지 못하였고 그 때문에 퇴출되고 만 것이다.

경영학 원론에서 이야기하는 'Plan-Do-See'라는 최소한의 경영방법론 조차도 따르지 않았다. 각 단계에 들이는 노력을 비중으로 본다면 1:99:1 수준도 채우지 못하는 구조였다. 혹자는 한동안 분석과 기획을 강조하던 이야기들이 있었으나 비현실적임이 이미 판명되었고, 이제 유행하는 경영 패러다임은 소위 'Just-Do-It'이라고 한다고 전하기도 한다. 어쩌다 'Just do it'이 그런 엉뚱한 주장을 대변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겠으나 망설임 없는 추진력과 기획도 생각도 없는 맹목적인 돌격 간에는 엄밀히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고객 데이터 분석은 고객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해야 할 것인지, 어떤 고객을 집중해서 관리해야 할 것인지, 언제 관리해야 할 것인지, 누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게 된다. 고객 데이터 분석이 없다면 수백 만 명에 달하는 모든 고객에게 카탈로그를 발송하게 될 것이며 모두에게 1%의 구매 포인트를 주게 될 것이며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서 감사 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

어떤 고객이 내년에도 관계를 계속할 것인지를 알지 못하고 이미 지나간, 예를 들면 이사를 가버렸거나 심지어는 이민을 가버린 고객을 상대로 돈을 쓰고 사람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그리고 고객들조차도 원하지 않는 비용과 노력을 대폭으로 절감하고 정작 필요한 곳에 집중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고객 데이터 분석의 의미가 있으며,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그 효과는 가히 혁신적인 수준의 효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교차판매란 무엇인가?
쉽게 이야기한다면 상품과 상품을 연관시켜 서로 다른 상품을 같은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 바로 교차판매(Cross-Selling) 또는 추가판매(Add-on Selling)이다. 예를 들어 맥주만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와인도 구매하게 한다거나 또는 같은 고객에게 맥주안주가 될 수 있는 마른 오징어를 구매하게 하는 것이 바로 교차판매이다. 교차판매는 거의 모든 업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 <그림2> 은행의 교차판매 개념- 예금-대출간 교차판매



은행이라면 예금계좌를 가진 고객에게 대출을 판매하거나 신용카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교차판매가 될 것이다. 보험사라면 암보험을 가지고 있는 고객에게 또 다른 보험 상품을 추가로 판매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홈쇼핑이라면 기저귀를 사는 고객에게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회사라면 자동차를 구매한 고객에게 자동차용 액세서리를 판매할 수 도 있다.



▲ <그림3> 영국 유통업체의 교차판매 개념도



비단 최종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업종에서만 아니라 기업을 상대로 하는 경우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식료품 가공/유통 회사라면 채소류를 구매하고 있는 식당체인에게 유가공 제품을 추가로 판매하고자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은 은행에서의 예금과 대출간 교차판매를 보여준다.

단, 그림의 예의 경우에는 두 상품 중 어느 쪽에서 어느 쪽으로 교차판매를 시도하는가에 관한 방향의 판단이 필요하다. 예금은 고객 수는 많으나 수익성이 낮은 상품이다. 반면 대출은 통상 고객 수는 적으나 수익성이 큰 상품이다. 이러한 경우 수익성이 낮지만 고객수가 많은 쪽의 상품을 구매한 고객 중에서 수익성이 큰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골라내어 표적(target) 마케팅을 펼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정석이다.

최근 어떤 업종에서 교차판매에 눈을 돌리고 있는가
교차판매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야 이미 상당히 오래되었으나 실제로 실행된다고 해도 마치 은행에서 예금을 가진 모든 고객에 대해 대출을 권유하는 식의 상당히 주먹구구식의 고도화되지 못한 방식이 많이 사용되어왔다. 물론 아직까지도 그러한 방식이 교차판매의 주가 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본격적인 표적화 된 교차판매를 위한 준비 작업들이 시작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이와 같은 방식의 적용이 과거에 비해서 최근 눈에 띨 정도로 활발해진 업종은 금융업과 유통업인 듯하다. 은행은 대출과 신용카드를 판매하는데 보험사는 추가적인 보험 상품을 판매하거나 종합자산관리 상품을 판매하는데 새로운 방식의 도입을 고려하거나 시작했다. 유통업에서도 홈쇼핑, 할인마트 등이 부쩍 많은 신경을 표적 교차판매에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림은 영국에 모체를 둔 유통업체의 교차판매 접근 방식의 전반적인 골격을 보여준다. 이 업체는 개인 고객 한 사람 한 사람 단위의 표적 마케팅을 시도하는 단계를 바로 적용하기 이전에 고객세분화 작업을 통해 전체 고객집단(customer base)에 대한 체계적으로 구분된 관리 방향의 틀을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표적 교차판매를 실시한다. 물론 이 상당히 큰 덩어리의 집단을 단위로 전개되는 활동으로 부족한 부분은 개인 또는 소규모 고객 집단을 대상으로 한 극히 정밀한 수준의 표적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림에서 Customer Lifestyle로 이름 붙여진 고객 분류 축은 고객의 구매내역을 군집분석을 통해 분석해 유사한 상품들을 구매한 집단을 만들어 낸 것이다. 통상 마케팅에서 이야기하는 라이프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 집단은 일련의 상당히 공통된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집단 내에서도 모든 고객이 정확하게 동일한 상품을 구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단내의 구성원이 되는 고객간에 상품과 상품간의 교차판매가 자동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이 업체의 사례에서 특별히 흥미로운 점은 현실성과 관리상의 비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비록 한 사람 한 사람 단위의 분석과 마케팅이 더 정교할 수 는 있겠지만 대신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과 비용 발생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관리 가능한 수준의 큰 덩어리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것이다. 고객을 큰 덩어리로 나누어 관리함과 마찬가지로 고객과 마케팅을 통해 접촉하는 주기도 충분히 긴 기간(분기)으로 설정해 진행한다. 그만큼 정밀함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 지속적 운영이 가능하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업이 진정 필요로 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선택은 뒤에 언급하는 아마존의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아마존 역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최첨단의 방식 보다는 비록 60% 수준의 효과 밖에는 얻지 못하더라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식을 적용하는 동시에 좀 더 나은 방식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부분들이 표적 교차판매에 있어 제약이 되는가
표적화 된 교차판매를 시행하는 것이 비록 매우 바람직하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해도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또 실제로 실행하는데 있어서는 근본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그 것들 중 대표적인 것 두 가지가 상품과 시간이라는 측면과 관련해 발생되는 제약이다.

상품과 관련한 제약
교차판매는 고객에게 추가적인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과 이해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상품의 수가 너무나 많다는 점이 큰 문제가 된다. 유통업체라고 한다면 수십 만종의 상품이 존재하므로 이들 중 한 고객에게 권유할 상품을 골라내기 위해서는 방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복잡도를 줄이기 위해 다른 방식을 시도하고자 해도 이 많은 상품들을 어떻게 분류해서 사용할 것인가도 큰 도전이 된다. 특히 국내의 경우 유통업체들이 미국에서와 같이 SKU (Stock Keeping Unit)를 단위로 상품을 관리하지 않고 있기에 더더욱 어려움이 있다.

금융업의 경우에서도 교차판매는 마찬가지로 정교화 되어가고 있다. 최근 부쩍 보험들의 상품간의 교차판매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수년 전 부터 상품간의 교차판매는 중요한 과제가 되어왔고 그에 따른 분석모델 개발 등도 이루어져 왔지만 이제는 단순히 암보험에서 종신보험으로의 교차판매 수준이 아니라 각 상품의 특약을 추가 판매하는데까지 수준으로 접근방법이 고도화 되어가고 있다.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해 보이는 이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기존의 상품단위로 개발되던 구매여부를 예측하는 이진(Binary) 예측 모델을 열개 만드는 정도의 복잡성 수준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 그만큼 고도화된 분석 방법이 새로이 도입되어야 하는 것이다. 유사한 시도들이 은행에서도 신용카드사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신용카드사도 고객들의 사용패턴을 가맹점을 단위로 분석하여 고객들이 이용하지 않고 있지만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가맹점을 탐색해내어 교차판매를 시도하고 하고 있다. 그 복잡성의 증가 수준은 가히 기하급수적인 수준이 된다.

이 때 신용카드사의 입장에서는 각 가맹점은 매출을 발생시키는 하나하나의 '상품'으로 간주 된다. 무수한 수의 상품이 존재하는 상황이 되므로 마치 유통업체에서 수십만 상품 중 교차판매대상을 고객별로 골라내는 것과 차이 없을 정도의 복잡성에 이르게 될 수밖에 없다.

시간에 따른 변화로 인한 제약
시간이 흐르면 상품도 바뀌고 판매를 위한 프로세스도 바뀐다. 기업의 마케팅과 영업에 대한 정책도 바뀐다. 판매와 마케팅, 고객서비스에서의 방식이나 세부 규칙도 달라진다. 원가구조도, 판매 담당조직도 달라진다. 새로운 점포가 생겨나거나 없어지기도 하고 회사를 대표하던 광고모델도 달라진다.

이와 같은 변화들은 그대로 데이터베이스에 반영되게 된다. 따라서 수년간에 이르는 고객들의 거래기록을 분석해 교차판매를 위한 방안을 찾아내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 기간 중 교차판매에 영향을 미칠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를 한편으로는 다른 기록으로부터 그리고 한편으로는 데이터베이스 자체로부터 미리 살펴보는 과정을 실시해야만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서 채산성이 낮아져 가고 있기에 더 이상 우리 회사에서는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품을 고객들 중 가장 수익 잠재력이 커 보이는 집단에게 권유해야 한다는 식의 엉뚱한 분석 결과들만을 양산해낼 수 도 있을 것이다.

왜 교차판매로 충분하지 못한가
앞에서 교차판매라는 것이 많이 논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적화된 교차판매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언급하였으나, 좀 더 고도화된 표적 교차판매가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못함이 있음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교한 타기팅을 통해 표적 교차판매를 고도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 목표와 결과는 기업 측면에서의 성과 제고에 집중되는 것이다.



▲ <그림4> 고객관리 방식 분류- 개인화와 교차판매 관점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방식의 변화를 통해 성과를 크게 개선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이러한 성과제고는 지속되는데 한계가 있다. 고객의 선호 보다는 기업의 의지가 중심이 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다 수익성이 높은 그리고 고객의 반응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집중적으로 특정 고객집단 (아마도 주로 우수고객에 집중하겠지만) 에게 권유하는 방식은 고객에게 이익은 높지 않은 추천이 될 소지가 있다.

대형 할인마트라면 아마도 자사의 고유브랜드(소위 Private Brand) 우유를 권유할 것이다. 기업이 얻는 이익에 비해 고객이 얻는 이익을 크지 않을 수 있다. 고객의 선호를 반영하는 개인화라는 차원의 접근이 동시에 고도화 되어 주어야만 장기적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고객과의 지속 가능한 관계 형성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상적인 고객관리의 지향점은 교차판매의 고도화와 개인화의 고도화를 동시에 만족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개인화에서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
개인화(personalization)는 (주로 고객) 개개인의 요구와 선호에 따라 원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파란색 바탕의 웹사이트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파란색 바탕의 웹사이트를 보여주고, 얇은 종이의 엽서 크기 DM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그 형태의 DM을 보내는 것이다. 격 주간으로 뉴스레터를 받고자 하는 고객에게는 격 주간으로 뉴스레터가 가도록 해주는 것이 개인화의 사상이다. 복잡한 기술이 들어가지 않아도 개인화는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수백만 가지의 선택을 고객에게 다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 많은 선택을 제공하려면 그만큼 많은 경우의 수를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와 프로세스가 신축적이 되어야 하고 또 그 많은 경우의 수 중에 자신에 맞는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겪어야 하는 정보부하(information load)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인화를 '자동화'한다는 숙제가 생겨난다. 수백만의 조합 중 천 가지 또는 열 가지로 선택의 가능한 경우의 수를 좁혀주는 일과 그 수백만 중에서 한 고객에게 적절한 다섯 가지를 골라내어 고객에게 추천해 주는 일이 따라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www.amazon.com)이라는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는 이와 같은 과정을 협력적 여과(collaborative filtering)라는 과정을 담은 시스템에 의해 처리한다. 아마존은 실제 상황에 이를 적용하기 위해 업무, 시스템,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매우 복잡한 분석과정을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순화 시켜가는 노력을 십년에 이르도록 해오고 있다. <그림 5>는 실제로 아마존에서 필자의 개인적인 선호를 바탕으로 CD를 추천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필자의 취향에 맞추어 웨스 몽고메리라는 재즈 기타리스트의 앨범이 우선적인 추천 아이템이 되었음을 볼 수 있다.

고객이 참여하지 못하는 개인화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차판매를 위한 데이터 분석의 경우에서는 주로 고객의 구매 이력이 사용된다. 교차판매에서는 수많은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일일이 물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전제가 어느 정도 바탕에 깔려 있지만, 개인화라는 이름아래서는 고객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보는 것은 기본적인 고려사항일 수 있다. 실상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은 꽤 오래된 마케팅의 숙제였다.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마케팅 학자들의 결론은 고객의 '속내'는 결국 블랙박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추측은 가능하되 본질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베이스만을 통해 어떠한 첨단 알고리즘과 기술을 적용한다고 알아 낼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어느 정도라도 정확한 방향을 잡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앞서 살펴본 아마존에서도 고객에게 선호를 묻고 그에 따른 추천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우리가 고객들의 구매 내역을 분석하는 것 자체만 가지고도 제대로 일을 마치지 못해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고객의 소리까지를 수집하고 그것을 구매와 연결시켜 분석해가는 과정은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일 수 도 있을 것이다.

교차판매와 개인화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인가
이미 얼마간 설명했듯이 교차판매와 개인화는 출발점에서부터 그 목표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교차판매는 지극히 회사가 주가 되는 관점을 취한다. 반면 개인화는 고객을 주인으로 보는 관점을 가진다. 당장은 교차판매가 화두일 수 있겠지만 고객과의 관계를 조금만 더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교차 판매보다는 개인화를 제대로 하는 것이 전략적 장기적, 선택적 측면에서 올바른 선택이 될 것이다.



▲ <그림5> 아마존의 개인화된 추천 사례



이는 이전에는 고객만족과 다이렉트 마케팅(Direct Marketing)을 기반으로 하는 고객관리가 만나 고객관계관리라는 거창한 모습으로 태어난 것과 차이가 없다고 생각된다. 교차판매 보다는 좀 더 역사가 짧은 개인화조차도 본격 논의가 일어나기 시작한지 이미 십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 사이 개인화를 위한 전용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등장하기도 했고, 영화를 전문적으로 추천하는 무비 렌즈와 같은 실험적인 노력도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수많은 개인화의 사례도 등장했다. 이미 야후와 같은 대형 포탈에서는 개인화의 다양한 버전들이 테스트 되고 고도화 되어가고 있다. 교차판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소개했던 영국 유통업체의 경우만 해도 이미 수년전 적극적 교차판매를 통해 큰 성과를 보았고 그 정교함을 점차 높여가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고 그를 본받아 다른 유통업체들도 유사한 나름대로의 방식을 도입하고 개발해 가고 있다. 비록 그 성과를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많지는 않다 해도 많이 선진기업들이 유사한 내용에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성과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의 서두에 언급했던 고객 전략의 혁신은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교차판매와 개인화의 고도화는 그 여러 가지 가능한 분야 중 매우 잠재력 있는 분야들이다. 좀 더 정교한 분석, 좀 더 신축적인 실행, 좀 더 효율적인 프로세스는 고객전략 혁신의 '기반(enabler)'에 불과하겠지만 그에 의해 얻어지는 혁신의 혜택은 기업에게 있어 어마 어마한 것일 수 있다.

더 이상 단순히 몇 개로 나뉜 고객의 등급을 관리하거나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는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머물지 않고 교차판매와 개인화 두 가지를 동시에 고도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고객전략의 기획과 실행에서 엄청난 정도의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그 변화의 효과 역시 엄청난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아마존도 독자적인 방식을 개발하는데 수년을 투입했고 많은 우수한 전문 인력을 확보 양성하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영국의 유통업체 역시 그 성과를 얻기까지에는 수년간의 시간이 들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좀 더 크게 눈을 뜨고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실험해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마존이나 야후, Bank of America를 부러워하기 이전에 그들이 내다보는 미래와 같은 것들을 우리의 고객 전략안에서 찾아볼 일이다. 언제까지나 그들이 만들어 내는 선진 사례(Best Practice)를 카피하면서만 생존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 : 전용준
리비젼파트너스 대표컨설턴트 / 경영학박사
케이엔티컨설팅그룹, 이씨마이너, 엑설루션컨설팅 등을 거쳐 2005년부터 고객 전략과 고객 데이터 분석에 대한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는 리비젼파트너스(구 리비젼컨설팅)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오랜 동안 유통, 금융, 서비스, 제조 등 다양한 업종에서의 CRM 고객전략과 분석 CRM에 관한 컨설팅 실무를 수행해 왔으며 여러 전문 기관들에서 고객전략 수립과 고객데이터 분석의 고도화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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