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IT 강국이라는 칭송을 듣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왠지 걱정스럽다. 전자정부, IT 인프라, 디지털기회지수, 반도체 생산, CDMA 기반의 통신서비스, 인터넷 게임 등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면서 세계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어왔고, 국민소득 2만불에 이르기까지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IT가 잘못하면 천덕꾸러기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쌓아온 경제 성장의 탑을 IT 스스로가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도 있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요즈음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는 내용은 보면 내일에 대한 기대는커녕 타이타닉이 침몰하는 전조를 보는 것 같아 암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중국에서 시작된 해커에게 전자상거래 업체가 천만명이상의 개인정보를 유출 당하는가 하면, 안전하다고 믿었던 금융권마저도 해커들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한 통신사의 개인정보 오용이 사이버 신뢰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가 하면, 일부 기업의 정보 유출에 의한 피해는 그 도를 훨씬 넘어 서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사건은 예상되는 사이버 사고에 비하면 조족지혈과도 같다. 해킹 사고가 대규모의 의료정보나 개인의 상거래 정보, 혹은 신용정보의 유출로 이어지면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의 한 대학병원이 연예인들의 진료정보를 유출 시켰다는 소문으로 여러 가지 화젯거리를 만들어 세인의 관심을 끈 적이 있고, 또한 미국의 한 정치인의 과거 범죄 기록이 유출되어 곤혹을 치룬 경우도 보도 된 적이 있다. 이러한 정보 유출이 범죄 집단에 의해 자행되거나 폭력의 수단과 연계되면 그 사태의 심각성은 사이버 지진만큼이나 큰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IT의 악영향은 어떠한가? 인터넷을 통한 야동이나 음란물의 범람은 이미 청소년들을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니 그들이 원치 않더라도 어른들의 상술에 의해 스팸의 형태로 강제 전달되는 음란물은 아직 '성'이 무엇인지 조차 알지 못하는 우리들의 아이를 망가뜨리고 있다. 초등하고 3학년이 음란물에서 본 것을 모방하는 사건이 벌써 대구에서 집단 성폭행의 형태로 나타났고,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전국 곳곳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경찰에서는 그들을 처벌한다고 하지만 원인을 제공한 어른들은 누가 어떻게 처벌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고,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처벌돼야 하는지도 궁금하다. 더욱이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조작된 음란물이나 폭력물의 내용이 청소년들에 의해 무분별하게 모방된다면 그 피해를 사회는 어떻게 감당할 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물론 모든 부모가 "내 아이만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인터넷에 노출되어 있는 내 아이가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의 언어폭력도 그 도를 넘고 있고, 하루 수십 통 이상의 스팸도 일상을 짜증나게 한다. 많은 네티즌들은 입증되지 않은 소문을 "아님 말고" 식으로 유포하여 사회 문제를 야기 시키기도 하고, 특정 개인이나 조직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신문이나 특정 사이트의 댓글을 읽다보면 의견을 개진하는 공간인지 비방이 목적인 공간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제 삼자가 읽어도 찌푸려지는 그런 내용이 당사자에게는 어떤 상처를 줄지 걱정스럽다.

정보 유출에 의한 피해, 성적 음란물에 노출된 우리의 아이들, 인터넷 상에서의 폭력, 자살 사이트 혹은 범죄 사이트를 통한 범죄행위 등은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아주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폭력 조직에 의해 범죄화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이 상태로 역기능들을 방치하거나 경제 발전을 담보로 애써 외면한다면, 피땀 흘려 쌓아온 IT 강국의 명성이 망가짐은 물론 경제, 문화, 사회의 모든 면에서 감당할 수 없는 대혼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역기능의 위협속에서 사회가 정상적으로 진화하기 위한 몇 가지 처방이 필요하다. 우선 인터넷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선량하고 건전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강력한 법과 정책을 마련되어야 한다. 발전이 중요하다는 미명아래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인터넷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에서 내일을 맞게 될 것이다. 인터넷상에서의 범죄는 기존 전통사회에서의 범죄보다도 확산속도가 빠르며 그 폐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므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부의 조직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런 역기능의 방지에 대해 소홀함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러나 처벌은 예방을 위해서는 상당히 소극적인 역할을 한다. 적극적인 예방을 위해서는 건전 IT 문화운동이 필수적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솔선해서 인터넷을 깨끗하게 하려는 네티즌이 다수가 되어야 한다. 그 것이 인터넷 사회를 지속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게 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화운동은 미래의 발전이 단순히 경제적 부흥에만 있지 않고 건강한 사이버 미래를 만들자는 사회적 합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IT를 기반으로 미래의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내일이 역기능에 의해 발목 잡히지 않고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이 하나가 되기를, 그래서 후손이 감사할 수 있는 21세기의 대한국민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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