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갑작스러운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늘 씩씩하게 "앞으로는 모든 것이 잘 될 거야"라고 언제나 호기 있게 이야기하던 김 선배의 "SW업계를 떠나, 프랜차이즈 사업 시작한다"라는 전화였다.

떠나는 이유를 길게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서로 피차간에 모르는 이야기도 아니었으려니와 소주잔을 서로 앞에 두면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밤새서 이야기했던 그 이유일 터였으니 말이다. "어느 업계에서도 10년을 고생하면 뿌리를 내린다는데, SW사업은 땅이 척박한지 농부인 내가 문제가 있어서인지…."

작년에도 이 업계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지만, 올해 첫 번째로 떠나는 사람이라는 느낌과 그래도 믿었던 사람이 떠난다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꽤 오래 아쉬움이 남았다.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고 당선인이 직접 "SW부문을 선진국 수준으로 견인"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어도 실제로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거의 없다.
머리 좋고 눈치 빠른 김 선배 역시 이런 이야기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결국은 이 업계를 떠나고 말았다.

김 선배도 S/W산업에 몸담은 지 오래 되었지만 글쓴이 역시 S/W산업에 뛰어든 지 햇수로 14년이 되었다. 그 사이에 변한 것도 많고 변하지 않은 것들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변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면 S/W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으레 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소프트웨어를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자조 섞인 질문이다. 14년 동안 신정부가 들어섰다라는 이야기를 3번 들었으니 뭔가 변할 만도 한 것 같은데, 자조 섞인 "우리나라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참 끈질기게 변하지도 않는다.

모두 아는 소프트웨어 이야기
SW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쳇말로 입 아프고, 말하느라 숨만 찬 이야기이다. 의료기기 40.9%, 전투기 51.4%, 자동차 52.4%, 휴대폰 54.3%의 비용이 SW개발에 투입된다. 사실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자체만으로 보면 그렇게 나쁜 시장도 아니다. 2002년 말을 기준으로 전체 시장규모 14조원, 2003년도에는 18조원 2008년도 현재는 20조원이 넘는 시장규모를 형성했다고 한다.

더욱이 94년 이후 30%의 고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요소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기업이 약 5500여사, 산업종사자만 10만 명이 넘는 산업영역이다. 물론 겉으로만 본 상황이고, 내부를 살펴보면 그렇게 녹녹하지는 않다. 소프트웨어산업에 있는 종사자들이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빌게이츠도 한국에 와서 소프트웨어 사업하면 망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만한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기업들이 구입하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외산 소프트웨어이고, 소프트웨어 시장의 63%를 SI산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나마 이 시장은 대기업 SI로 대표되는 SI사들의 독식으로 기형적인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대형 SI사들과 중소소프트웨어개발업체와의 관계는 '갑을관계'라는 말로 표현되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왜곡되어 있는 상황이다.

또한 GDP기준 세계 경제 12위의 탄탄한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국가가 전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 1%라는 성적표는 너무 초라하기만 하다. 더욱이 시장규모 10배라는 일본과 SW기업의 수가 같다는 통계를 보면 이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산업진흥이 아니라 시장조성이 먼저다.
항상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구호처럼 외치는 말이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을 육성/진흥시키겠다"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육성/진흥을 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CDMA프로젝트처럼 대규모 국가예산을 들여서 기술개발을 하는 것 또는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기업이 충분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 모든 것이 산업을 육성하는데 필요한 것들이라는 것에 글쓴이 역시 동의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건강한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알고 있듯이 모든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 20조가 넘는 시장이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좋은 기술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한국 소프트웨어시장의 특징인 "대기업 SI위주의 시장"이나 "계열사를 통하지 않으면 판매할 수 없는 일반기업시장"에 들어가서 성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오픈마켓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공시장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의 이야기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가격으로만 평가하는 대기업 SI와 어떠한 기술이 자신에게 필요한지 모르는 발주자들 사이에서 "좋은 기술 개발"이라고 하는 것은 "가격을 안 내리려고 하는 변명"에 불과할 때가 많다.
사실 시장이 만들어지면 소프트웨어를 따로 육성/진흥할 필요도 없고 IT인력을 따로 육성할 필요도 없다.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핸드폰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온라인게임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소프트웨어산업을 육성하는 방법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장을 키우는 방향으로 고민의 방향을 바꾸어야 할 때다.

시장조성의 필수요소는 '공정한 경쟁'
몇 년 전부터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현재 우리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취직도 어렵고 취직하더라도 대접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공계 50명을 고용해서 만든 상품 A가 있고, 이공계 5명을 고용해서 만든 상품 B가 있다고 하자.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자해서 만들어 품질이나 서비스는 상품 A가 더욱 좋을 것이다.
시장원리로 따지자면 상품 A가 훨씬 잘 팔려야 하고, 상품 A를 만든 조직은 돈을 벌어서 다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더욱 경쟁력 있는 상품을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업계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직하게 만든 상품 A와 고객사의 사장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만든 상품 B. 어떠한 것이 판매될까? 답은 불행하게도 상품 B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십/수백 명의 이공계인원을 고용하고 정직하게 제품개발을 하는 기업인들은 바보나 다름없다. 당연히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보다는 인맥 쌓기에 더 혈안이 되고, 좋은 인맥을 만들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인 유학/이민/명문대에 온 나라가 열광하며, 결과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제품도 가지지 못하고 사람도 키울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아 온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과연 없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한 만능열쇠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 만능열쇠의 이름은 '공정한 경쟁'이다.
공정한 경쟁은 건전한 시장을 낳고 건전한 시장은 건실한 기업을 낳는다. 건실한 기업은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게 된다.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는 산업을 그리고 나아가서는 나라를 살찌우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소프트웨어산업에 있어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에는 인맥뿐 아니라, 국산기술에 대한 자기비하와 외산 기술에 대한 집착, 대형업체의 횡포, 공부하지 않는 클라이언트, 기술비교에 대한 기준의 부재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소프트웨어를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장을 크게 키워나가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즉, 한쪽에서는 창업/개발을 지원해주고 한쪽에서는 국산소프트웨어라는 이유로 참여의 기회를 주지 않거나 또는 무리한 기능 확장이나 터무니없는 가격절하 등을 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국산소프트웨어에 대한 과도한 커스터마이징 요구/대형 SI업체의 횡포에 가까운 행동들 역시 소프트웨어 시장을 죽이고 있음을 인지하고 정책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신정부에서는 소프트웨어산업 발전방향을 어떠한 분야를 키우자 말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어떻게 우리 사회에 자리잡게 할 것인지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고 감히 제안하고 싶다.

장기적이고 세심한 SW인력 양성책 세워야
현재 SW산업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SW인력이다. 발전하는 산업은 똑똑하고 능력 있는 일꾼들이 끊임없이 유입된다. 이 인재들이 다시 그 산업을 일으키고 발전시키는 선순환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SW인력을 생각해보면 글쓴이부터 빨리 업계를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대한민국에서 쓸만하다고 생각되는 인력은 SW산업을 기피해 모두 의대/법대로 몰리고, 컴퓨터나 전산 관련학과의 정원은 채우지도 못하는 사태에까지 이른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인력의 수급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은 있을 수 없다.

SW업계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한 가지 뿐이다. 좋은 학원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학비를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다. SW를 개발하는 것이 의사나 변호사처럼 돈도 벌고 대접받을 수 있다라는 확신이다.
"SW개발자들은 밤새워 고생만 하고 대접도 잘 못 받고, 잘 못하면 월급도 못받는다더라"라는 지금의 분위기로써는 좋은 인력이 SW업계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공정한 경쟁은 SW인력 양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공정한 경쟁을 담보해 냈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SW인력 양성 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양한 분야의 소프트웨어 고급인력의 양성이다. 소프트웨어전문가라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개발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즉, "코딩 잘하는 사람=소프트웨어전문가"라는 등식으로 바라본다.
만약에 모든 사람들이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좋은 소프트웨어가 생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된다. 개발을 잘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성공하는 시대는 벌써 10여년 전에 흘러가고 말았으니 말이다.

아직도 애플이나 MS의 신화를 이야기하고 한국에서 아래아한글이나 V3의 성공을 이야기하며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포드자동차가 창업한 방법으로 현재의 도요타자동차를 이길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이다.

SW전문가가 대접받는 사회문화 만들어야
바꾸어 말하면 소프트웨어산업은 이제 자본집중적이고 인력집중적인 산업이며,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 디자이너/개발관리/생산관리/연구개발/마케팅/세일즈/품질보증 등의 전문가가 필요하듯이 소프트웨어 산업 역시 굉장히 다양한 전문인력들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소프트웨어전문가에는 개발을 잘하는 사람도 포함되지만, 그 외에도 아키텍터/품질관리 전문가/기술문서 작성 전문가/프로젝트 관리 전문가/시장 조사 전문가/설계 전문가/컨설팅 전문가/제품 분석 전문가/마케팅 전문가 등도 포함되어야 마땅하다.

일부에서는 소프트웨어 아키텍터라는 충분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제일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필자의 의견은 각 분야별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균형있게 존재해야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전문가들이 균형 있게 존재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강국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시장이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상품이 성공한 원인 중 상당 부분이 이 전문가들의 활약 때문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약간 다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할 때에 초기진입이 가장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러한 전문가들의 역할과 존재를 무시하고 "제품의 기능과 가격"만으로 공략포인트를 잡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제품은 기본이 안되어 있다"라던가 "한국인들은 80점짜리 제품만 들고 온다"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전문가=개발 잘 하는 사람'이라는 등식을 우리 스스로 깨고, 다양한 소프트웨어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육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프트웨어전문가 스스로 사회적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인식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공공기관/대기업과 같은 고객이 먼저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요구해야 하며, 기업이 이를 받쳐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만약 예전처럼 3개월 동안 ASP, JSP와 같은 웹 프로그래밍 과정만 수료하면 '소프트웨어전문가'라는 꼬리표를 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몇 만 명이니 십만 명이니 하는 숫자만이 의미를 가지는 IT인력 양성 정책만을 고집한다면 한국소프트웨어의 희망은 점점 멀어질 것이다.

해외에서 성공할만한 기업을 집중 지원해야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시장이 크다고는 하지만, 세계시장에 비교하면 굉장히 작은 시장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처럼 수출의존적인 경제구조에서 수출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빼고 소프트웨어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어렵다.

대부분의 이들이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를 수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하고 글쓴이 역시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한국시장에서 성과가 전혀 없는 기업이 수출을 해서 성공한다는 것은 실제로 실현되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특히 '레퍼런스(준거사이트)'라는 것이 중요한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더더욱 힘든 일이다.

소프트웨어의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소프트웨어 시장'을 키우는 정책과 각 이해관계자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시장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목적뿐 아니라 우리의 차세대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인 것이다.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기술력을 축적한 기업은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다양한 소프트웨어 수출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케팅을 보강하는 마켓 인에블러사업/해외 진출 컨설팅 사업/수출 멘토링 사업/해외바이어 DB공규 사업 등등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만 이야기해도 수십개의 사업종류를 언급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신정부에는 지금까지 시행해 왔던 정책과는 약간 다른 정책을 요구하고 싶다. 신정부의 수출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은 70년대 개발정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욕을 먹지 않을 만큼 지원하는 공평한 정책"에서 "해외에서 성공할만한 기업을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지원/육성하는 정책"으로 선회해야만, 우리나라 70년대 대기업들이 이루었던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글쓴이는 골프를 잘 모르지만 박세리라는 이름은 안다. 박세리가 아무도 가지 않은 LPGA라는 치열한 경쟁무대에서 우승을 한 이후를 보면 박세리라는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이루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세계무대에서 아무도 인정하지 않던 한국의 여자골프가 박세리의 성공사례 이후에는, 국내에서 골프를 잘치는 선수들이라면 너도 나도 제2, 제3의 박세리가 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투자를 한 결과를 살펴보면 눈부시다. 현재 세계 LPGA에서 한국낭자군은 최강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이해 높여라
마지막으로 신정부에 바라는 것은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달라는 것이다. 자동차 기업이 어떻게 이익을 내는지, 반도체나 핸드폰 회사가 어떻게 이익을 내는지는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소프트웨어 기업이 어떻게 이익을 내야하며, 어디서 매출을 일으켜야만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고 이는 정부도 마찬가지인 듯싶다.

간단한 질문을 해보자 "S/W회사는 무얼 먹고 사는가?" 대부분의 답변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판매(라이선스 공급)하거나, 또는 인력을 공급하고 그 대가를 받아서 산다"일 것이고, 아마도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답은 몇 %나 맞을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이 답은 반만 맞는 이야기다. 실제로 "S/W회사는 제품라이선스,유지보수, 교육, 컨설팅으로 먹고 산다"라는 말이 더욱 맞는 이야기다.

S/W회사가 제품 라이선스 외에 유지보수, 교육, 컨설팅이라고 하는 항목을 통하여 수익을 발생시켜야 하는 이유가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와 S/W를 비교해 보면 그 이유가 명백해진다. 자동차는 고객이 제품을 구입(라이선스구매)하고 구입한 순간부터 운용하기 위해서 기름을 넣거나(운영), 차량이 메이커의 실수로 고장이 나면 정해진 기간 동안 메이커의 보증(하자보수)를 받게 되고, 하자보수 기간이 끝나면 자비로 정비(유지보수)를 하게 되고 새로운 차량이 나오면 차량을 신규구입(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다면 새로운 부품을 구입하여 장착(커스터마이징)하고, 새로운 사람이 이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서 학원을 다니거나(교육), 만약 더 잘 활용하겠다고 생각한다면 특별한 교육이나 프로그램(컨설팅)을 이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자동차 제조업체뿐 아니라 자동차 관련 산업이 올리는 매출과 수입은 단순한 제품판매뿐 아니라 정비/정유/부품/교육/컨설팅/편의용품/튜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산업이 선순환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동차산업과 우리나라 S/W업계의 현실을 비교해보면 어떤가?

국내 SW기업 '신규 라이선스 판매' 외 수익원 없어
비교하기 위하여 2005년 4월 28일 전자신문이 조사한 SW기업 인식도 설문조사를 자동차 산업에 적용시켜 보자.
"50%의 이상의 자동차 기업이 자동차 권장소비자가 의 70% 미만만 받고 있으며, 소비자입장에서의 무조건적인 디스카운트 또는 서비스 요구가 50%를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모든 튜닝을 자동차 회사가 책임지고 해주어야 하고 또한 보증기간이 끝난 차량도 무료정비를 해주어야 하며, 가끔 있는 정상적 정비비용 역시 비현실적이어서 정상적인 정비공장 운영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아마도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현실이 이러하다면 아무리 멋진 자동차를 만들고 서비스 마인드가 충만한 기업이라도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고, 외국에 나가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국가적인 브랜드를 높이는 일은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다.
참으로 다행인 사실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발전일로에 있어 위에서 언급한 상황과는 다른 희망적인 상황이라는 것이고, 참으로 가슴이 아픈 사실은 대한민국의 S/W산업의 현실이 바로 위에 언급한 비참한 상황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참한 상황에서 순환고리는 언제나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S/W기업이 매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신규라이선스판매/유지보수/교육/컨설팅 중, 유일하게 망하지 않는 방법은 '신규 라이선스 판매'를 더 많이 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으니 업체간 과당경쟁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과당경쟁은 가격의 끊임없는 하락과 품질의 저하, 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정부의 소프트웨어 정책은 '인건비'라던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공급이라고 하는 두 가지 매출형태에 집중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바라건데, 신정부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어떻게 이익을 내야 하는가를 보다 잘 이해함으로써 보다 실질적이고 다양한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SW산업 발전없이는 미래 없다
글쓴이는 신정부의 소프트웨어 정책이 성공적이기를 바란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2008년도를 사는 현재에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가장 큰 시장이 있다면 소프트웨어시장이라고 확신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 없이는 현재까지 대한민국이 이루어 놓은 생산/제조/설계/건설 등의 기반 기술의 더 높은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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