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시장에서 LG텔레콤의 외로운 경쟁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LGT는 최근 들어 그런 독자적 행보를 더욱 가속화 하는 느낌이다. 마치 그 길이 지름길이라도 되는 양, SK텔레콤이나 KTF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러한 LGT의 행보에 대해 통신 업계에서는 WCDMA 기반의 3G 이동통신, 의무약정제도 도입, 사업다각화 등을 펼치는 경쟁사업자들과 같은 노선을 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LGT는 의무약정제도를 포기하고 CDMA 기반의 리비전A를 하고 있으며 사업다각화나 해외시장 진출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우선 한창 꽃망울을 피우고 있는 3세대 이동통신을 살펴보자.
KTF는 3세대 이통시장 초기부터 SHOW라는 3G 브랜드를 만들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강력한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3월까지 480만여명의 3G 가입자를 확보하며 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고수했다. SKT 역시 KTF보다 뒤늦게 3G에 동참했지만 T월드라는 차세대 브랜드를 만들며 이 시장 공략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SKT의 3G가입자는 421만 여명으로 KTF보다 밀려있지만, 지난 3월에는 KTF보다 많은 63만 명을 유치하며 KTF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시장지배사업자로서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단기간 3G 마케팅을 부리나케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두 사업자들이 선택한 3G 방식은 GSM 기반의 WCDMA다. 기존 방식보다 속도 이동성에서 뛰어나다는 점 때문에 이 방식을 선택했다.

반면 LGT는 몇 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만한 3G가 없다. 다만 기존 CDMA를 개선시킨 리비전A로 3G를 대체하고 있다. 물론 LGT측은 올해부터 리비전A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들이 노력하는 만큼 대가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LGT는 게다가 통신서비스 사업 외에 다른 부가가치 사업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 KTF와 SKT는 주주총회를 열어 사업다각화를 하겠다고 정관 변경까지 하고 나섰다. 이유인즉 기존 이통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지속적 수익창출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사실 두 기업은 이전부터 음악 영화 전자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단지 이를 공식적으로 정해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해외진출이나 영화, 음악, 전자금융 등의 엔터테인먼트 시장 진출 등의 사업다각화는 LGT에게 아직 먼 이야기다. 이에 대해 LGT 관계자는 "현재 타 이통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다각화는 밑천 없이 덤빌 수 없는 분야"라며 "우선 LGT는 이통사업에만 주력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최근 생겨난 의무약정제도에서도 LGT는 약정에 대한 기간을 정하는 대신 포기를 택했다. 의무약정제도는 보조금 규제가 일몰된 현재 자금력이 강한 SKT가 KTF나 LGT보다 더 좋은 보조금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조금이나마 방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 가입자를 확보해 두겠다는 의미다. KTF나 LGT로서는 엉덩이 붙일 자리라도 마련한 것이지만 LGT는 왜 포기했을까. LGT 관계자에 따르면 의무약정제도 역시 기기 대금 할부 지원 등 과도한 혜택을 통해 고객들을 잡아둬야 하기 때문에 자금력 없이는 힘들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LGT가 마지막으로 세워둔 전략이 있다. 바로 망개방을 통한 오픈 인터넷이다. 이 서비스는 타사에 비해 개방성이 좋아 포털사이트 등의 진입이 쉽다. 자연히 이용자들이 즐기는 양과 질도 높게 된다.

LGT는 이를 강화시키기 위해 최근 OZ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OZ 3G 무선데이터서비스로서 망개방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 LGT는 사용 수가 적은 화상통화보다 OZ처럼 고객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사용량도 많은 서비스가 진정한 3G라고 설명하고 있다.

LGT가 독자 노선을 펼치는 이유는 결국 자금 경쟁에서 경쟁사들과 맞상대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새 정부는 통신서비스에 관한 각종 규제를 폐지 및 완화해 자율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3G, 사업다각화, 의무약정제도라는 거대한 무기들을 마련하지 못한 채 OZ라는 목검 하나로 통신시장에서 17%라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LGT. 최근 OZ의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어 3G 시장 본격 진입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LGT의 차별화 전략이 거대 사업자들의 자금력 앞에서 언제까지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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