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이 개발한 독자적인 OS가 있다면 성공할 것인가?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까?
국내 시장에서만이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냉정하게 판단컨대 현행 IT시장구조에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이다.

그렇다면 독자적인 OS를 개발한 기업은 경제적 관점에서 무모한 행위를 한 것이며, 또 한편의 '국산 쇼'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고 말 것인가? 우리는 지금 티맥스소프트웨어라는 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인해 중요한 역사적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최근 티맥스소프트웨어(대표 박대연)가 관계사인 티맥스코어를 통해 '티맥스OS'를 시장에 내놨다. 그 성공여부는 잠시 접어두고 일단 그 기개에 박수를 치고 싶다. 이는 '국산 소프트웨어'라는 기치를 내걸고 국내외를 향해 줄곧 웅지를 펼쳐온 '티맥스다운 도전'이다. IT의 가장 핵심 요소인 CPU와 운영체제는 미국의 전유물인 양 사실상 전 세계에 인지돼 있다. 그리고 그 벽이 얼마나 높은가는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전장을 내민 '티맥스OS'라는 당찬 작품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별곡(別曲)'이다.

한국은 국산이란 이유만으로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이미 글로벌화된 시장이다. 하지만 '티맥스 별곡'이 주는 정서만큼은 우리네 가슴을 충분히 뭉클하게 만들고 있다. 금강석 같은 미국 기업들의 장벽을 돌아보며 하릴없이 마음을 돌려세우면서도, 가슴 깊숙이 한 구석에서는 은근히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끊임없이 공명을 이루고 있다.

우리의 IT개발 역사를 더듬어보자.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8비트 교육용 PC, IBM PC호환기종, 타이컴이라는 이름의 중형컴퓨터가 있었다. 소프트웨어로는 운영체제인 KDOS, 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한글, DBMS인 바다, 알티베이스의 메모리DBMS, 그리고 티맥스가 내놓은 DBMS 제품과 티맥스OS로 국산개발 역사가 이어져 오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일컬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와 휴대폰도 있고, LCD 같은 유명 수출 품목도 자랑스럽게 대열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게임프로그램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우리 IT역사의 주역들이다.

나열해놓고 보니 짧지만 나름대로 화려했던 개발역사다. 일본을 능가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메모리반도체의 대반전, 미국의 통상압력 등 국내외의 수많은 시달림을 받으며 중단위기를 넘겨야 했던 CDMA개발 등은 먼 훗날 후세들의 감동적인 사극드라마 소재들로 쓰고도 남을 것이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래아한글과 그밖의 디지털기기들도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IT활용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 정도의 개발 성과는 아쉬움과 회환의 그늘 속에 파묻히고 만다. 'IT강국'이라는 명예를 얻기 위해 그동안 쏟아부은 우리나라의 IT비용을 생각하면 이보다는 훨씬 많은 개발성과를 얻어냈어야 했다. 고성능 중대형컴퓨터나 OS 등과 같이 IT의 근간을 이루는 제품에 대한 도전에서 성공기록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써버린 IT비용, 곧 우리가 만들어낸 시장의 규모를 생각하면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결과론적이지만, 무엇이든지 개발해서 성공시키고도 남을 비용을 우리는 외산IT를 도입하기 위해 써댔다. 비싼 외산 제품을 사오면서 얼마나 많은 중복투자와 시행착오를 해왔던가?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 보면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IT활용에 열심히 투자함으로써 얻은 성과도 만만치 않다. 막대한 IT인프라 투자를 통해 얻어진 풍부한 경험과 각종 컨텐츠들은 향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타산업의 경쟁력에도 이젠 본격적으로 기여할 때가 됐다. IT융합이라는 신성장동력산업에 대해서도 낯설지 않게 접근하도록 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투자해온 IT활용 비용은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는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의 역사가 없는, 화려한 활용의 역사만으로 영속성 있는 발전을 꾀한다는 것은 요행수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 일일 것이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엔진을 만들지 못한 채 언제까지 그 사업을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지난 IT역사를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정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뤄낸 역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간 우리가 보여준 국산개발에 대한 자세는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는 있다. 너무나 비관적인 자세였다. 무모한 짓으로 바라보는 사시(斜視)가 팽배했다. 외연적으로는 국산에 대한 호감을 표명하면서도 실제로는 시장논리를 펴며 가혹한 역차별을 가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우리가 우리의 가능성을 지레 포기해버리는 패배의식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실패한 개발품들은 과학적인 분석에 의해서도 그럴만한 이유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IT활용 측면에서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다면 얼마든지 성공 작품으로 현존했을 제품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최근 도전장을 내민 티맥스OS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떨까? 국산개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얼마나 변했을까? IT핵심 요소에 대한 우리의 개발능력에 대해선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이런 점에서 티맥스OS는 21세기 초 우리나라의 IT환경과 수준을 가늠해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티맥스OS의 성공여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한,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결판이 날 것이다. 어차피 티맥스OS가 성공하고 못하고는 티맥스 측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국산이라고 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사줄 사용자는 이젠 없다고 봐야 한다. IT투자가 곧바로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요즘에 국산품 애용을 외치는 자는 바보취급 당하기 십상이다. 물론 티맥스측도 이쯤은 다 알고 있을 터이다.

다만, 우리는 티맥스가 불을 지핀 국산개발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할 의무가 있다. 그 논의는 일개 기업인 티맥스를 영웅시 하는 여론몰이가 돼서는 안 된다. 반면에 무조건적으로 폄하는 자세 또한 더더욱 안 된다. 냉정한 기대와 지원과 비판이 건조하게 있어야 하며, 동시에 우리나라의 국산개발에 대한 비전을 재 기획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한편 티맥스도 사운을 걸고 도전한 국산개발인 만큼 꼭 성공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의 기대가 모여들고 있으니 이 또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벌써부터 'IT계의 황우석'을 빗대며,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국산이어서 혜택을 받았다는 경쟁업체들의 볼멘소리도 여전히 소란하다. 틈만 생기면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도 만만치 않다. 이 모든 비우호적인 반응을 경쟁관계에서 빚어진 험담이라고 잘라버려서도 안 된다. 매출목표를 너무 크게 잡고 큰 소리로 외치는 것도 재고해봐야 한다. 실제로 기대이상의 실적을 올렸음에도 '목표미달'이라는 불명예를 살 필요가 있는가.

이런 것들이 역풍을 불러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 티맥스OS 건도 그렇다. 실제로 임베디드 부분이나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연계한 방식으로 OS를 접근한 것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IT융합을 겨냥, 방향을 제시한 부분도 눈여겨 볼만 하다. 그런데도 무모한 도전으로 일축해버리는 시각이 있다. 국산 제품이 실패했을 때 함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전국민의 기대감'을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는 물론 티맥스도 이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티맥스OS가 우리민족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 수백년 애창곡으로 남은 '청산별곡'처럼 오래 살기를, 그렇지만 애조 띤 허무함이 아닌, 우리민족의 천재성과 기상을 만천하에 실증적으로 발현시키는 위대한 작품으로 살아남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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