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설립’ 이슈로 대세론 확산…노사 합의 등이 과제

얼마전부터 금융권에서는 IT 인력들을 향후 전산 자회사로 통합하는 방안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인력 구조 문제가 워낙 민감한 사항이라 아직 이 사안을 드러내 놓고 논의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미 '대세론'이 확산되는 중이다. 주로 지주사들 또는 지주사 설립을 검토하는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기술공유와 비용절감 면에서 합리적"=전산 자회사 인력 통합에 대한 이슈는 금융 지주사들을 중심으로 예전부터 꾸준히 거론돼 왔다. 은행, 증권, 보험 등 다양한 금융사들을 가지고 있는 지주사의 경우, IT 인력을 각 사마다 따로 두는 것 보다는 자체 전산 자회사에 통합 운영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주사 내 IT 인력들이 특정 계열사의 IT 업무에만 국한하지 않고, 그룹 내 모든 회사의 IT 프로젝트 마다 아웃소싱 형태로 파견나가는 형식이 비용 및 기술 공유 측면에서 합리적이라는 것이 대세론의 근거다.

◆지주사 중심으로 대세될 듯=우리금융지주가 이같은 표본의 대표격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전산 자회사인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은 이미 그룹 내 모든 금융사들의 IT 운영 및 프로젝트 진행을 아웃소싱 형태로 맡고 있다. 일례로, 2002년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이 설립됐을 당시, 우리은행의 IT 인력 300~400명 가량이 거의 다 우리금융정보시스템으로 소속을 변경, 모든 그룹사의 IT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에 남아있는 소수의 IT 인력들은 IT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실제 운영과 개발 등은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이 하고 있다. 또한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의 윤동 대표가 우리은행의 CIO를 맡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도 최근부터 이 같은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 얼마 전 하나생명의 IT 인력 대부분이 전산자회사인 하나INS로 소속을 변경했으며, 현재 하나생명에는 소수만 남아 주로 IT 기획 등을 담당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으나, 수년전부터 이 방안에 대해 고려는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금융 IT 시장이 더 활성화 되면 더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非지주사들도 긍정적 검토=이 같은 이슈는 꼭 지주사들 사이에서만 거론되는 게 아니다. 자통법, 민영화 등으로 각 금융사들의 업무 영역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인수합병을 통한 신규 업종 개설 또는 신규 업종 계열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은행에서 계열 증권사나 보험사를 설립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개별 금융사가 아닌 지주사화 되는 것이다.

지주사화를 검토 중인 개별 금융사들도, 지주사 설립 이후에는 전산 자회사에 IT 인력을 통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A금융사의 경우는, 현재 IT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서 자체 IT 인력과 전산자회사의 인력이 업무를 나눠서 맡고 있는데, 이를 "IT 인력의 전산자회사 통합을 통해, IT 운영이 아웃소싱화 되는 과도기 단계"라고 전했다. A금융사의 경우는 자체 인력과 전산자회사의 인력 비율이 약 1:1 정도 된다. 전산자회사 인력의 상당 수도 A금융사에서 왔다고 한다.

그 외 LIG 생명보험의 경우는 현재 약 600명의 인력이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LG CNS의 아웃소싱 인력이고, 자체 인력은 20명 안팍이다. 금호생명도 모회사인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전산자회사 아시아나IDT에 IT 운영을 맡기고 있다.

◆합의도출·알력다툼 해결 등 난제 해결해야=이 같은 금융 IT 인력 구조 변경을 위해서는 노사 간의 합의 도출이 선행돼야하는데, 수월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일단 특정 금융사의 IT 인력이 전산자회사로 소속을 변경하는 것을 흔쾌히 수락할 지가 관건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특정 금융사에 있으면 IT 부서가 아닌 타 부서로 갈 수 있는 기회도 있는데, 전산자회사로 가게 되면 그런 기대를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꺼리는 인력도 생길 수 있다. 또한 보이지 않게 금융사와 전산자회사 사이에, 주도권 경쟁 및 알력 다툼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력이 이동하는 방향으로 IT 업무의 주도권이 이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IT 인력의 전산자회사 통합과 아웃소싱이 합리적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어, 당분간 논의가 활기를 띨 전망이며 실행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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