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웹방화벽 업체인 모니터랩이 엑스큐어넷으로 부터 기술도용 혐의로 고소를 당해 1년 넘게 벌인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결국 자사 제품의 모듈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수사 결과, '프로그램보호법 위반으로 약식 기소' 처분을 받은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최근까지 기술도용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자사의 독자적인 기술임을 주장해온 모니터랩이 법원 결과가 나와 정면 대응을 해보지도 못하고 이 같은 결정을 한 이유는 뭘까? 크게 기술적 차별화의 한계와 CC인증 획득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기술 차별화의 한계와 CC인증 더 늦출 수 없기 때문"
모니터랩은 엑스큐어넷의 Venus/NetPlexer 프로그램과 모니터랩의 웹인사이트SG를 구성하는 여러 모듈 중 Traffic Management Module이 1대 1 감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번에 유사, 동일하다고 판결 받은 Traffic Management Module의 트랜스페어런스 프록시 기능은 엑스큐어넷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다. 모든 네트워크 기반의 보안 게이트웨이들이 트래픽흐름을 처리하기 위해 각 개발사 별로 자체 개발해 이 같은 Module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감정을 한다면 유사, 동일 판정을 받을 장비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는 게 모니터랩의 설명이다.

국내 보안 업체들의 기술적 한계가 고스란히 들어나는 대목이다. 특히 국내 보안업계에는 A사에 있던 사람들이 나와 B, C사를 차리는 일이 허다하다 보니 보안업체 수는 200여개에 달하지만 동종 장비들의 기술 수준은 다 '거기서 거기'라 할 정도이다. 이번 사건처럼 더더욱 동일인이 개발한 기술이라면 기술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아예 획기적인 기술로 차별화를 하거나 범용적인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모니터랩 처럼 어느 날 갑자기 사업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업체들이 얼마든지 존재하리라 본다.

지난 1년 동안 '곧 사업을 접을 것이다', '회사를 넘길 것이다'라는 모니터랩을 둘러싼 각가지 소문들 보다도 갈 길 바쁜 모니터랩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CC인증 획득의 지연이었다. 지난 연말 최종 현장 실사까지 모두 완료해 CC인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국정원 인증위원회에서 인증 부여를 보류하며 문제는 커졌다. CC인증을 곧 획득할 것이라는 조건으로 일부 공공사업을 수주하긴 했지만 당장 CC인증을 획득한 업체만이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사업의 경우 참여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법적분쟁이 계속될 경우 CC인증 획득 일자는 더 늦춰질 게 뻔하고 이로 인한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해 모니터랩은 프로그램 교체를 택했을 것이다.

모니터랩은 지난 1년간 웹방화벽 시장 선도 업체라는 이유로 경쟁 및 후발업체들의 가장 많은 공격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교체해 달라는 고객의 요구를 받아본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고객들은 단순히 획기적인 기술을 제공하거나 CC인증과 보안적합성 검증필을 획득한 제품을 무조건 선호하지 않는다. 모니터랩이 경쟁업체와 외산업체들을 제치고 그동안 160여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사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모니터랩의 꿈은 웹인사이트의 세계 진출이다. 제한된 국내 시장에서 과도한 출혈 경쟁에만 매진하기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국내 웹방화벽 업체들이 기술력에 힘을 실어 해외 진출까지 성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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