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큐어넷과 소송에서 '약식 기소' 처분...160여 고객 모듈 교체 나서

웹방화벽 업체인 모니터랩이 지난 1년간 콘텐츠보안 업체인 엑스큐어넷과 벌인 형사고소 건의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른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엑스큐어넷은 2007년 모니터랩을 상대로 자사의 핵심 기술을 도용했다는 혐의로 '영업비밀보호 및 부정경쟁방지법위반, 특허법 위반' 관련 형사 고소를 했다. 모니터랩의 이광후 대표와 안병규 개발본부장이 엑스큐어넷 출신임이 알려지면서 모니터랩이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이 업계에 기정사실화 된지 오래다. 이로 인한 경쟁사들의 영업방해와 CC인증 획득의 지연으로 지난해 모니터랩의 웹방화벽 사업에는 급제동이 걸렸던 게 사실이다.

이번 사건의 검찰 수사 결과, 최근 모니터랩은 '프로그램보호법 위반으로 약식 기소' 처분을 받았다. 엑스큐어넷의 Venus/NetPlexer 프로그램과 모니터랩의 웹인사이트SG를 구성하는 여러 모듈 중 Traffic Management Module이 1대 1 감정이 되어, 일부가 유사, 동일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모니터랩 이광후 대표는 "검찰의 약식 기소 처분이 제3자 의견이 될 수 있고 침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고객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엑스큐어넷 프로그램의 침해 가능성이 있는 웹방화벽의 일부 모듈을 교체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160여 고객들의 동의를 얻어내 이미 판매된 모든 제품의 문제되는 모듈을 신속히 교체할 것이며 향후 판매되는 제품에도 새로운 모듈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왜 합의는 어려웠나?
현재 엑스큐어넷은 손해배상 민사 소송을 청구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경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양사 간 합의안이 오고간 것으로 알려지는데, 엑스큐어넷은 모니터랩에 "침해부분 제거 및 프로그램 교체와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보상하라"는 요구를 했다.

초기 기술도용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온 모니터랩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로얄티를 내는 조건으로 모듈을 계속 사용하게 해달라"며 합의를 요청했다. 당시 잘못을 시인한 게 아니라 조속히 법적 논쟁을 마무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같은 합의안을 제시했다는 게 모니터랩의 설명이다.

모니터랩은 "지속적인 합의를 시도해왔으나, 엑스큐어넷 측에서 프로그램 교체와 소송 비용 보상 외에도 금전적인 합의안이 아닌, '생산자와 판매자, 고객 모두에게 기술 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그대로 사용할 경우 향후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오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사업을 유지하기 힘든 요구사항을 제시해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약식 기소 처분을 받은 모니터랩이 모듈 교체에 나섬에 따라 그동안 판매된 부분에 대한 손해 배상을 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모니터랩의 모듈 교체 결정은 추후 벌금형에 구속까지 이어져 법정 논쟁이 지속될 수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번에 교체되는 프로그램은 모니터랩의 WEB INSIGHT SG를 구성하는 여러 모듈 중에서 트래픽흐름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Traffic Management Module로, 모든 네트워크 기반의 보안 게이트웨이들은 각 개발사 별로 자체 개발해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모니터랩은 "획기적인 기술이 아닌 일반적인 기술을 이용한 모듈을 개발해 교체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며 "만약 손해배상 청구 등 추가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프로그램을 교체했기 때문에 그동안 판매 수익이 난 부분에 대한 피해보상은 요구 할 수 있겠지만, 교체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교체 모듈은 이미 준비되어 있으며 교체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특허권 침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3월 13일자로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모니터랩, 기사회생 가능할까?
모니터랩의 웹인사이트는 파이오링크 웹 프론트와 함께 외산 웹병화벽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업계에 인식되어왔다. 웹방화벽 관련 업체들은 이번 사건으로 위기에 처했던 모니터랩이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모듈 교체에 따른 후속 조치와 CC인증 획득 작업이 얼마나 제대로 이뤄지냐에 따라 모니터랩의 재기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모니터랩은 "이번 모듈 교체로 인한 트랜스페어런스 프록시 기능 차이가 미비하게 있을 수 있다"며 "현재 새로운 모듈을 탑재한 장비의 성능, 기능 등에 대한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모듈 교체가 웹방화벽 사업 확대의 가장 큰 관건인 CC인증 획득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니터랩은 지난 연말 웹인사이트의 CC인증 획득을 위한 모든 심사 과정과 현장 실사까지 마무리 했으나, 이번 소송문제 때문에 인증위원회에서 CC인증 발급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진다.

보통 보안제품은 버전이나 CPU 성능, 핵심 기능 등의 변경이 있을 경우 CC인증의 재심사가 필요한데, 이번 모듈 변경으로 장비에 큰 변화가 있다고 판단되면 CC인증 재심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모니터랩 이광후 대표는 "이번 모듈 교체를 결정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CC인증 획득 절차를 제대로 밟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러한 문제가 지속됨으로 인해 제품의 성능과 기능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경쟁보다, 소모적인 분쟁을 악용하고 확산시킴으로써 시장 질서를 왜곡시키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신속히 종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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