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pmC'하면 자꾸 '토익'이 연상된다. 둘 사이에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 둘은 각각 서버 선정/인력 채용 시 서류전형 커트라인으로 작용한다는 점, 예전에 비해 변별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 닮았다. 또 토익이 벼락치기 공부로 고득점이 가능하듯, tpmC도 많은 돈을 들이고 최적화 작업을 거치면 어느정도 수치를 높일 수 있다. 결정적으로 토익 점수 높다고 꼭 영어 잘하는 게 아니듯, tpmC가 높다고 서버 성능이 반드시 높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나 더, 오래전부터 무용론이 제기돼 왔어도, 딱히 다른 대체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영어 말하기 시험 등 대체재가 나왔어도 여전히 인사관리자에게 토익이 가장 와닿듯, tpmC도 고객들에게 서버 성능 대명사처럼 각인됐다. 결국 토익은 '지는 해'라는 예상을 뒤엎고 기존보다 고도화된 'NEW 토익'이 등장, 여전히 취업 시장에서 절대적이듯, tpmC도 다른 대체제를 찾는 것 보다는 'New tpmC' 격인 TPC-E를 빨리 활성화시키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것 같다.

실제로 고객들 가운데는 여러 대의 서버를 합친 것과 같은 tpmC가 나오는 1대의 고사양 서버를 도입했으나, 이론과는 달리 떨어진 성능을 보였다는 사례도 있다.

그래도 기업들은 현재로서는 tpmC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서버 선정 시 일일이 BMT를 한다는 것이 웬만한 기업들에게는 여간 부담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BMT를 한다고 해도, 실제 환경과 유사한 대규모 환경을 구현 할만한 여건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평가가 100% 정확할 수는 없다.

한마디로 어느 서버든 실 업무에서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모르기 때문에, 그 전에 어느 정도라도 판단할 수 있는 서류상 수치는 필요하다. 또한 tpmC가 뒤떨어진 기준이라 해도, 타 기준들에 비해 그나마 고객들에게 '감이오는' 기준이라는 점에서 이를 무시하기는 힘든 현실이다. 등장한 지 15년이 넘은 서버 OLTP 측정 기준인 tpmC의 한계에 대해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대두됐지만, 그렇다고 딱히 tpmC를 대체할 만한 OLTP 성능 기준은 없다.

최근 HP가 대안으로 '균형성능'을 앞세우며 SAP 성능, TPC-H 등을 고루 봐야 된다고 주장했다. 얼핏 일리는 있어 보이나, 그다지 고객들의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균형성능면에서 IBM 서버보다 HP서버가 더 높다는 주장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사에게 유리하게 환경 최적화를 거친 상태에서 내놓은 수치일 것이라는 의구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tpmC는 환경에 따라 수치를 높이는 게 가능하므로, tpmC가 높은 IBM 서버는 생각보다 우수하지 않다"는 HP의 주장은 스스로의 모순을 제기하는 역공의 빌미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익숙한 tpmC를 최대한 실 환경과 가깝게 고도화시키는 게 방법이 될 수 있으며, 그래서 나온 게 TPC-E인데, 언제 시장에서 활성화 될지가 관건이다. 정작 서버 업체들은 솔선수범해서 공인 TPC-E 수치를 만들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현재 tpc.org에 등록돼 있는 TPC-E는 일부 벤더들의 x86 서버 몇 종에만 국한 돼 있고, 정작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메인 주자인 유닉스는 전무하다. HP도 tpmC의 한계를 주장하면서도 TPC-E는 등록하지 않고 있다. 공인 tpmC 수치가 없기 때문에, HP의 tpmC 공격이 달가웠을 것으로 짐작되는 썬 역시 'tpmC 한계론'을 응원하며 TPC-E 등록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언제일지는 미지수다.

IBM도 빨리 TPC-E를 등록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OLTP 성능으로서의 tpmC가 신뢰성을 잃은 마당에, 쓸데없이 tpmC 최강자라는 이유로 타벤더들에게 공격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고객들 및 서버용량산정 기준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기관 등이 TPC-E로의 전환에 적극성을 보여준다면 업계에 더 속도가 붙을 것 같다.

TPC-E 역시 수치에 불과하다는 또다른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tpmC보다는 더 나은 대안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에 바꾸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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