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산고 끝에 방송과 통신을 융합한 정책과 규제를 담당할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게 됐다. 미래 대한민국의 먹을거리를 창출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걸머지고 하나의 융합 부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성공적인 시작과 끊임없는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현안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새로운 기관, 방송통신위원회의 행보를 국민 모두는 주시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이질적 문화와 환경을 가진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화학적 결합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상 보수적 접근 방법으로 공익성을 중시하는 규제 중심의 방송 정책과 새로운 지평을 열려는 진흥중심의 정보통신 정책은 근본적인 논리를 완전히 달리하고 있다. IPTV의 출범을 두고 오랜 시간 갈등을 겪어온 배경에도 이러한 개념의 차이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앞으로의 방송은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 환경에서 감정을 전달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데까지 발전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사회 환경에 적응하는 정책을 설정하기 위해 방송과 통신과의 융합은 또 한 번의 고비를 넘겨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고비를 원만히 넘기고 누구나 칭찬하는 미래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개념적인 차이를 극복하고 동질의 정책을 엮어나가기 위한 구성원들의 화학적인 결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서로의 양보와 존중으로 이러한 화학적인 결합이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편중된 정책으로 일관되던 두 기관의 형평성이 제고되어 더욱 발전된 방송 통신 정책이 개발되리라 기대한다.

둘째로 새로운 방송통신 정책은 방송과 통신이 균형을 이루는, 융합시대에 걸맞는 정책으로 진화해야 한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는 현재 수직적으로 형성하고 있는 규제와 진흥의 정책을 동일 서비스에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도록 하기 위한 수평적 규제체제의 확립과, 서비스 주체의 동등한 망 접속을 보장할 수 있는 망개방에 관련된 원칙의 제정 등의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새로이 발생되는 서비스는 아직까지 생각해 보지도 못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산업을 앞서나가는 탄력있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는 열려있어야 한다. 열려있는 모습을 통해 새로이 출범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략과 성과에 얽매여서 미래를 저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셋째로 국민 중심, 이용자 중심의 마인드로 무장한 방송통신위원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은 기술과 문화가 함께 어울어진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지금까지의 정부의 행태나 모습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미흡하다. 방송통신 산업을 육성하는 기준도 이용자가 중심이 되어야 하며, 문화 창달의 건전성도 이용자를 위해 추진되어야 한다.

다행히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통신에 관한 대부분의 업무를 위임 받았다. 전파와 방송의 업무뿐 아니라 통신에 관련된 정보보호나 국제협력까지도 정책을 수행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미디어의 콘텐츠나 소프트웨어와 같이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산업들에 대한 정책의 부재로 어느 정도 제한적인 불편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부처 간의 협력과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으로 최적의 해결책들을 찾아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IPTV와 같이 정책적 과오로 뒤늦게 출발하는 산업에 역동성을 불어 넣음으로써 국제적 지위를 새롭게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사실상 지금까지는 방송과 통신의 갈등으로 융합산업이 충분한 탄력을 받지 못한 채 수 년을 지내왔다. 그러나 기다려 온 만큼 성숙하게 시작될 수 있도록 새로이 태어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과감한 IPTV 육성 정책을 밀고 나감으로써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증진시켜야 할 것이다. 미래 첨단 시대에는 누가 먼저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느냐에 승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아픔도 있지만 이러한 아픔을 깨고 태어난 방송통신위원회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지대하다. 미래를 선도할 부처로서 손색이 없도록 첫 단추를 잘 꿰기 바란다. 10년 후쯤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치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이 거론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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