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신용금고' 아니다...종합 금융화 따라 수십억대 IT 투자처로

수년 전만해도 저축은행의 IT 프로젝트 규모는 고작해야 1~2억 정도였다. IT 투자 규모가 작다보니 업계의 관심 또한 크지 않았다. 그런 저축은행이 점차 '떠오르는 시장'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와는 비교할 바가 아닌, 수십억 수준의 IT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을, 많게는 수천억까지 투자하는 주요 시중은행과 비교하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IT 환경이 시중은행과 유사한 구조로 가게 돼 있어 IT 투자 규모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2007년에는 몇몇 저축은행이 한 은행당 30억 가량의 규모로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올해에도 10여 저축은행이 IT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프로젝트를 검토 중에 있다. 주요 서버업체들 및 솔루션 업체들은 작년부터 이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과거 저축은행은 '쳐다도 안 봤던' 메이저 IT 업체들도 현재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차세대, DR센터 구축 등 프로젝트 연이어
전국에는 약 110여개의 저축은행이 있는데, 대부분 소규모라 상호저축은행중앙회의 전산 시스템을 일정액을 내고 공동 이용하고 있다. 자체 전산 운영을 하는 곳은 비교적 규모가 큰 30여 곳인데, 이들이 IT 업체들이 겨냥하는 공략처다. 대형은행들은 규모는 크지만 지난 수년간 M&A 등으로 업체 수 자체가 적어진데 비해 저축은행은 30여 곳이나 된다는 점도 IT 업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최근 자통법 등으로 저축은행들이 다루는 업무가 늘어났다. 예를 들면 자기앞수표 및 체크카드 등 환업무, 외환업무, 리스크관리 등이 저축은행에 새롭게 추가가 돼 이를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게 됐으며, 금융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고객도 늘어 관리할 데이터량도 증가했다.

30여 은행들 중 작년에 차세대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아직까지 진행하고 있는 은행들은 HK저축은행, 푸른저축은행, 삼화저축은행 등이 있다. 이들의 프로젝트 내용을 살펴보면 계정계, 정보계, 대외계 시스템 구축 및 개발이 기본이며 그 외 인터넷 뱅킹 등 전자금융업무 개발, 문서관리 프로세스 전자화, 회계업무 시스템 구축 등이 주된 내용이다. 이들은 CRM 등도 차츰 고려하고 있다. 또한 HK저축은행,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등은 차세대 외 재해복구 센터 구축도 이미 마쳤거나 진행 중에 있다.

점차 시중은행 환경과 유사해질 전망
시중은행들은 계정계, 정보계 등의 시스템을 각각 구축하는데,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들은 이 같은 환경을 구현하기가 사실상 힘들고, 투자 대비 효과도 크지 않아 계정계와 정보계를 통합 구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수년 후 저축은행들의 업무 규모가 점점 커져 시중은행 환경과 유사하게 IT 환경을 구축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일부 저축은행이 시중은행이 사용하고 있는 프레임워크를 도입했거나 검토 중에 있는데 이와같은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축은행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솔루션 및 서비스 업체인 '예카뱅크'는 이를 대비해 차후 저축은행에 특화된 프레임워크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 시중은행에 프레임워크를 공급하는 티맥스 등도 저축은행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규모가 커져도 당장 시중은행이 사용하고 있는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기에는 버거울 것이라는 점을 착안해,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저축은행 규모에 맞는 프레임워크의 개발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저 IT 업체들의 새로운 각축전 무대
DBMS 공급사인 한국오라클의 경우는 수년 전만해도 저축은행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실제로 저축은행 DBMS는 인포맥스 등 다소 규모가 작은 업체의 제품이 다수였다. 얼마 전부터 한국오라클도 현재 저축은행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하드웨어 분야는 한국IBM이 작년에 강세를 보였다. 작년에 IT 프로젝트를 진행한 저축은행들 중 4개소에 한국IBM이 자사의 유닉스 서버 시스템p를 공급해 대부분을 수주했으며, 한국후지쯔가 1개소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IBM은 한국썬과 한국HP를 윈백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올해도 약 10여군데의 저축은행에 시스템p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한국HP도 이 시장을 간과하지 않는다. 작년에는 저축은행 시장에서 성과가 없었으나, 올해는 한국IBM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한국HP는 "기존 시스템이 메인프레임일 경우 한국IBM이 유리할 수 있으나, 저축은행은 대부분 유닉스를 사용하며, 우리의 기존 고객도 많기 때문에 한국HP에게도 기회가 많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