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는 키우기 어렵다고 하지만 사실 관리만 잘해주면 흙에서 자라는 것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다. 분재 수명을 길게 하려면 분갈이를 해줘야 하는데 분갈이는 화분을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뿌리를 잘라주는 것이다. 뿌리가 너무 많이 자라면 배수구를 막아 뿌리게 썩게 되고 결국 죽는 것이다. 분재를 살리려면 많게는 뿌리의 절반 가량을 잘라줘야 한다. 그래야 나무의 새 뿌리가 자라기 때문이다. 사람이건, 기업이건 오래 살기 위해서는 제 생각을 과감히 잘라버릴만큼의 결단력을 지니고 변화할 줄 알아야 한다.

혁신을 위해 제 몸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은 잔인한 행위가 아니라 살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나무의 뿌리가 자라 배수구를 막고 뿌리가 썩도록 방치하는 것이 더 잔인한 것이다. 생명을 죽였으니 그것만큼 잔인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생명을 살리려면 뿌리를 잘라줬어야 한다. 변화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나무가 오래 살기 위해 제 몸에 칼을 대는 것을 기꺼이 허락하듯이 기업과 사람도 장수하기 위해서는 제 몸에 칼을 댈만큼의 고통이 따르더라도 이를 감수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Innovation)이다.

남들이 한다고 해서 곁가지 치듯 뿌리를 잘라내면 뿌리가 금방 자라 쉽게 썩을 것이다. 기업도 경쟁사가 혁신을 한다고 해서 그것을 흉내만 내면 경쟁력만 소진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이 혁신의 도구로 IT를 활용하고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혁신의 산물로 프로세스가 새로 정립됐고 이제는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기업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혁신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늘 필요한 것이다. 분재가 매년 겨울 분갈이를 하듯 기업도 주기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겨울에 분갈이를 해도 이듬해 겨울이 되면 다시 화분 안에는 뿌리가 자라나 있게 된다. 그럼 다시 분갈이를 해주듯 사람과 기업도 한번 혁신을 했다고 해서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관리를 해줘야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이미 PI(Process Innovation)를 경험했는데도 투자만 있었지 효과가 없었다면 꼼꼼히 따져보자. 새 뿌리가 나오도록 기존의 뿌리를 절반 가량 잘라냈는지 아니면 뿌리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좀더 큰 화분으로 갈아준 것인지 말이다. 만약 후자라면 그건 분갈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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